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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잘린 한국여성’ 항소촉구 서한 팩스 1장뿐

‘목잘린 한국여성’ 항소촉구 서한 팩스 1장뿐

입력 2011-06-21 00:00
업데이트 2011-06-21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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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 자국민 사건에 ‘무성의 대응’ 논란

한국인 여성이 일본에서 목 잘린 시신으로 발견된 사건과 관련, 한국 정부가 일본 검찰에 항소를 촉구하면서 보낸 외교 서한이 달랑 팩스 1장뿐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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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9년 일본 경찰이 일본인 이누마 세이이치에게 살해당한 강모씨를 수색하고 있다. 북국신문 캡처
지난 2009년 일본 경찰이 일본인 이누마 세이이치에게 살해당한 강모씨를 수색하고 있다.
북국신문 캡처


외교통상부는 과잉대응하면 사법권 침해 논란이 생길 수 있고 팩스도 공문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태도이지만 자국민 피살 사건에 무성의하게 대응했다는 비판도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21일 외교통상부와 대한변호사협회에 따르면 한국인 강모(여ㆍ사망 당시 32세)씨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일본인 이누마 세이이치(61) 피고인에게 지난달 27일 일본 법원이 징역 9년을 선고했다.

강씨는 관절이 꺾이고 목이 잘린 채 발견됐고 이누마 피고인은 살인 및 시체손상ㆍ유기 등의 혐의로 기소됐는데 ‘목이 졸려 질식사한 것인지 의문의 여지가 있다’는 이유로 살인죄 대신 상해치사죄가 인정됐다.

일본 법원은 ‘차에서 발견된 강씨의 소변 자국이 질식사의 증거’라는 검찰의 의견 대신 ‘강씨의 입을 막으려다 우연히 목의 신경을 눌러 심장이 멈췄다’는 변호인의 주장을 수용했다.

이 사건은 한국의 국민참여재판과 유사한 재판원 재판으로 진행됐는데 유족은 이누마 피고인의 왼손이 우연히 목에 닿은 탓에 강씨가 숨졌다는 주장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앞서 유족이 탄원서를 제출하는 등 일본 검찰에 항소를 요구했지만 ‘새로운 증거가 없는 한 항소가 의미 없다’는 취지의 포기 결정이 돌아왔다.

이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한국 정부는 지난 10일 주 니가타 총영사관을 통해 일본 검찰에 항소 포기를 재고해 달라고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그런데 연합뉴스의 취재결과 정부가 보냈다는 공문은 팩스 1장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영사관은 시간에 쫓겨 팩스로 서면을 보냈고 이어 우편으로 정식 공문을 발송했지만, 이 사건의 항소기간은 10일까지였고 우편 공문은 11일에야 도달했다.

대한변협 진상조사위원장인 양정숙 변호사는 “검사장 결제까지 난 항소 포기 결정에 팩스 한 장으로 대응한 것은 사후약방문식이고 면피용으로까지 생각된다”고 말했다.

양 변호사는 “외교 문서를 팩스로 보내는 것은 통상적인 절차가 아니며 법원이나 검찰에 보내는 서류는 우편송달하는 게 원칙”이라고 지적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항소하라는 요청은 외국의 사법권에 대한 침해로 여겨질 수 있어 조심스러웠던 것도 사실”이라며 “시간이 촉박할 때는 공문을 팩스로 보내기도 하고 도착 사실을 확인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외교부는 팩스 내용을 공개해달라는 요청에는 “총영사관이 일본에 정부 입장을 전달한 공문이므로 내용 전체를 일반에 공개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이유로 응하지 않았다.

변협은 정부가 이 사건에 미리 관심을 두고 신경을 썼더라면 다른 결론이 날 수도 있었다고 보고 조만간 인권위원회의 논의를 거쳐 유감을 표시하고 재발 방지를 촉구하는 공문을 해당 영사관에 보낼 예정이다.

논란이 커지자 외교부는 일본 정부에 판결 및 검찰의 항소포기 결정에 납득하지 못하는 유족의 입장을 전달하겠다며 뒤늦은 대응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판결이 확정됐기 때문에 이누마 피고인이 버린 강씨의 두개골 부분이 발견되지 않는 한 재심 개시 결정이 내려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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