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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 부끄러워서…

뭐가 부끄러워서…

입력 2011-09-01 00:00
업데이트 2011-09-01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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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성희롱 발언 강용석 제명안 부결… 반대134 vs 찬성111

그들도 부끄러운 줄은 알았다. 그래서 아무도 보지 못하도록 장막을 치고 그 안에 숨어서 일을 치렀다.

국회가 여대생 성희롱 발언으로 국민적 공분을 불러일으켰던 무소속 강용석 의원 제명안을 31일 부결시키는 대신 ‘30일간 국회 출석 정지’라는 솜방망이 처벌을 내렸다. 분말소화기에 망치까지 휘두르며 국회 본회의장을 난장판으로 만들어 ‘폭력국회’의 오명을 뒤집어 쓴 18대 국회의 여야 의원들은 이날 동료의원 강용석 살리기에 하나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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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 주세요”  여대생 성희롱 발언으로 파문을 일으킨 강용석 의원에 대한 제명안 표결이 31일 국회 본회의에서 비공개로 열린 가운데 방호원들이 방청인들과 기자들을 밖으로 내보내고 있다. 표결은 찬성이 재적의원 3분의2에 미치지 못해 부결됐다.  이언탁기자 utl@seoul.co.kr
“나가 주세요”
여대생 성희롱 발언으로 파문을 일으킨 강용석 의원에 대한 제명안 표결이 31일 국회 본회의에서 비공개로 열린 가운데 방호원들이 방청인들과 기자들을 밖으로 내보내고 있다. 표결은 찬성이 재적의원 3분의2에 미치지 못해 부결됐다.
이언탁기자 utl@seoul.co.kr
●두달 질질 끌다 상정해 놓고

국회는 오후 본회의를 열어 강 의원 제명안을 무기명 비밀투표에 부쳐 재석의원 259명 중 찬성 111명, 반대 134명, 기권 6명, 무효 8명 등으로 부결시켰다. 국회의원 제명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려면 재적의원(297명) 3분의2인 198명이 찬성표를 던져야 한다. 이에 따라 강 의원은 의원직을 유지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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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용석 의원 연합뉴스
강용석 의원
연합뉴스
표결은 철저히 비공개로 진행됐다. 제명안 상정을 앞두고 국회는 본회의장 2층 방청석에 앉아 있던 방청객들을 전원 본회의장 밖으로 내보냈다. 심지어 표결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아예 국회 본회의와 상임위 진행 상황 등을 생중계하는 국회 방송까지 꺼버렸다. 국민의 눈과 귀를 철저히 가린 채 밀실투표를 자행한 것이다.

이처럼 유례 없는 비공개 밀실 표결이 벌어진 것은 제명안을 상정한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위원장 송광호)가 강 의원 제명안 처리 일정 전체를 비공개로 한다는 내용을 제명안에 담아 본회의에 상정했기 때문이다. 국회의원 제명 등 인사에 관한 내용이라 하더라도 투표 행위 자체를 본회의에서 비공개로 진행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제 식구 감싸기 도 넘어” 비판



윤리 문제로 구설수에 오른 강 의원에 대한 제명안 부결로 국회는 ‘동료의원 감싸기’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재적의원 3분의2는 고사하고 강 의원 제명을 찬성한 의원보다 반대한 의원이 더 많았다는 것만 보더라도 국민들의 인식을 국회의원들이 얼마나 무시하고 있는지 새삼 확인시켜 줬다.

이에 앞서 여야는 지난 6월 30일 국회 본회의 안건으로 강 의원 제명안을 상정키로 합의했으나, 부결될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에 따라 안건 처리를 8월 국회로 넘겼지만 당초 예상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강 의원은 지난해 7월 한 대학생 토론회 식사 자리에서 아나운서를 지망하는 여학생을 상대로 여성 비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국회 윤리특위는 지난 5월 강 의원에 대한 제명안을 여야 합의로 처리했다.

표결 결과와 관련, 정치권 안팎에서조차 “18대 국회의원들의 도덕성을 고스란히 드러낸 것이다.” “국회의원들의 제 식구 감싸기가 도를 넘었다.” “헌법기관이 뭐가 그리 두려워 국민들의 눈과 귀를 가린 채 표결을 해야 했는지 이해하기 힘들다.”는 등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헌정 사상 국회의원에 대한 최고 징계수위인 ‘제명’이 이뤄진 것은 김영삼 전 대통령이 신민당 총재 시절이던 1979년 정치 탄압에 의해 의원직을 박탈당한 게 유일하다.

전광삼기자 hisam@seoul.co.kr
2011-09-01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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