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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D 충돌] FTA 합의했다가… 뒤집었다가… 다시제자리

[ISD 충돌] FTA 합의했다가… 뒤집었다가… 다시제자리

입력 2011-11-01 00:00
업데이트 2011-11-01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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政 “피해보전에 난색” 野 “ISD 폐기”… 與 “결단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처리 과정에서 여야 간 합의 파기라는 구태가 31일 또다시 등장했다. 책임 정치, 신뢰 정치는 ‘헛구호’에 불과했다. 이날 여야 의원들은 ‘그들만의 숨가쁜 하루’를 보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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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D는 발효 이후…
ISD는 발효 이후… 한나라당 황우여·민주당 김진표 원내대표가 지난 30일 밤 마라톤 심야 회동 뒤 함께 서명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여·야·정 합의문. 최대 쟁점인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 문제는 협정 발효 이후 한·미 양국이 협의하도록 돼 있다.
이언탁기자 utl@seoul.co.kr


이날 오전만 해도 한나라당 지도부는 전날 새벽 전격적으로 이뤄진 여·야·정 합의안을 근거로 비준안 처리를 위한 분위기를 한껏 띄웠다. 홍준표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여야가 모처럼 합의문을 작성해 참으로 고맙다.”면서 “여야가 국회에서 충돌하면 모두 침몰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같은 시간에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는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를 폐지하지 않고는 비준안 처리에 동의할 수 없다고 맞섰다. 손학규 대표는 “당장 처리해야 한다는 근거를 이해할 수 없다.”면서 “내년 총선에서 이 문제를 내걸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여야 지도부 회의가 끝난 이후에 마찰음은 더욱 커졌다. 정부는 예산이 수반되는 피해 보전 대책에, 야권은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 ISD에 대해 각각 볼멘소리를 냈다.

임태희 대통령실장과 백용호 정책실장 등이 국회를 찾아 황우여 한나라당 원내대표와 회동했지만 당·정 간 미묘한 입장 차를 드러냈다. 황영철 원내대변인은 “황 원내대표는 합의안에 대한 정부 측 협조를 요청한 반면, 청와대와 기획재정부에서는 농어업 피해 보전 대책 등에 대해 예산이 부족하다며 난색을 표했다.”고 전했다.

점심도 거른 채 진행된 민주당 의원총회에서는 아예 합의안에 대해 ‘메스’를 들이댔다. 진보 정당들도 ISD에 대한 절충안이 아닌 전면 폐기를 요구했다. 이에 한나라당 황 원내대표와 남경필 외교통상통일위원장, 민주당 김진표 원내대표와 노영민 원내 수석부대표 등은 오후 3시쯤 여야 4인 회동을 갖고 ‘벼랑 끝 협상’을 벌였지만, 무위에 그쳤다. 이후 여야 의원 40여명을 비롯한 당직자들이 외통위 전체회의실에 총집결했다. 출입구는 봉쇄된 채 질서유지권까지 발동되면서 일촉즉발의 위기감이 감돌았다.

내부 상황은 여야 의원들의 트위터를 통해 실시간으로 중계됐다. 권영길 민노당 의원은 “남경필 위원장과 한나라당 의원들이 회의장 진입을 시도하다 야당 의원들에 의해 막혔다.”라고, 정옥임 한나라당 의원은 “위원장이 처리하지 않을 테니 회의하게 해달라고 해도 막무가내다. 이걸 기자들이 찍어야 하는데….”라고 각각 글을 올렸다.

여야 간 대치 상황은 남 위원장이 회의장을 빠져나오면서 1시간여 만에 마무리됐다. 그러나 민노당 강기갑 의원과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밤 외통위원장실에서 철야 농성에 들어갔다.

장세훈·황비웅·허백윤기자 shjang@seoul.co.kr

2011-11-01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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