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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D 충돌] 공공정책 무력화? 글로벌 스탠더드?

[ISD 충돌] 공공정책 무력화? 글로벌 스탠더드?

입력 2011-11-01 00:00
업데이트 2011-11-01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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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 뜨거운 감자 ISD 뭐길래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국회 통과의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다. 민주당 등 야당 측은 한·미 FTA에 포함된 ISD 조항이 공공 부문에 대한 정부의 정당한 규제를 무력화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 외국 투자자의 이익을 보호하느라 우리 국민의 복리를 침해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여당과 정부 측은 한·미 FTA 협정문에 ‘안전장치’가 마련됐기 때문에 피해 가능성이 크지 않고, 오히려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며 맞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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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과 정부는 ISD가 세계적으로 보편화된 ‘글로벌 스탠더드’라고 주장한다. 지난해 기준 2676개의 양자간투자협정(BIT) 가운데 2100여개에 ISD 조항이 포함됐다. BIT는 국가 간 투자를 촉진·보호하려고 외국기업의 자유로운 사업활동을 정부가 서로 보장하는 협정이다. 우리나라가 85개국과 맺은 BIT의 대부분도 ISD를 포함하고 있다. 칠레, 싱가포르, 인도 등과 맺은 FTA 협정에도 ISD가 들어갔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31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ISD는 1976년 영국과 맺은 BIT 때부터 들어가 있던 내용”이라면서 “그 뒤로 81개 국가와 맺은 BIT에도 ISD가 모두 포함됐다.”고 강조했다.

야당은 BIT와 FTA를 단순 비교할 수 없다고 반박한다. BIT는 국내법에 따라 설립된 외국 기업만 보호하기 때문에 외국인 투자자의 진입을 정부가 제한할 수 있다는 것. 따라서 ISD가 있더라도 외국 기업이 우리 정부를 제소할 가능성이 낮다는 설명이다. 호주가 2004년 미국과 FTA를 맺으면서 ISD 조항을 뺀 사례도 근거로 든다. 사법제도가 성숙한 나라들은 제3의 중재인이 없어도 법적인 해결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ISD가 우리나라와 미국 중 어느 편에 유리한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여당은 미국의 ISD 자료를 인용한다. 지난해 10월까지 미국 기업이 투자상대국 정부를 제소한 사례 108건 가운데 미국 기업의 승소는 15건, 패소는 22건으로 패소 건수가 많다는 것이다.

김 본부장도 “국제 중재 절차에서 가장 많이 이용하고 있는 국제투자분쟁해결기구(ICSID)에 우리가 가입한 지 45년이 됐지만 한번도 제소를 당한 적도, 제소를 한 적도 없다.”면서 “대외 투자가 많은 미국 관련 소송이 많은데 미국 투자자가 패소한 경우가 훨씬 많다.”고 지적했다.

반면 야당은 자본수출국인 미국에 절대적으로 유리하다고 맞선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체결 이후 44개의 제소가 발생했는데 멕시코 기업이 미국을 제소한 사례는 한 건도 없다는 것이다.

여당은 해외 투자가 활발한 우리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ISD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2006년부터 4년간 한국의 대(對)미 투자액은 168억 7700만 달러로 같은 기간 미국의 대한 투자액 685억 4000만 달러의 2.5배에 이른다는 설명이다. 반면 야당은 현재 우리 기업이 ISD를 포함한 BIT 체결국을 상대로 제소를 한 사례가 한 번도 없기 때문에 기업 보호에 필수는 아니라고 반박한다.

야당 측은 중재판정부의 공정성에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ISD로 인한 분쟁을 해결하는 ICSID 중재판정부는 양 당사자가 임명하는 1인과 양측 합의에 의해 임명되는 1인 등 총 3인으로 구성된다. 합의가 없으면 ICSID 사무총장이 추천한다. 야당은 ICSID가 미국인이 65년째 총재를 독식하고 있는 세계은행 산하이기 때문에 미국에 유리한 판정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여당은 억측에 불과하며 ICSID가 FTA 협정과 적용가능한 국제법 규칙에 따라 공정한 판단을 하고 있다고 맞서고 있다.

오달란기자 dallan@seoul.co.kr

2011-11-01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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