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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대통령 ‘FTA설득’ 국회 방문] MB “대통령으로서 역할 하겠다”… ‘빈손’이 아니었다

[李대통령 ‘FTA설득’ 국회 방문] MB “대통령으로서 역할 하겠다”… ‘빈손’이 아니었다

입력 2011-11-16 00:00
업데이트 2011-11-16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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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대통령 “비준 3개월내 ISD 재협상”…한·미FTA 새 국면

15일 국회를 방문해 여야 지도부를 만난 이명박 대통령은 ‘빈손’이 아니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과 관련해 ‘선(先) 발효, 후(後)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 재협상’이라는 카드를 내밀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 스스로 결단을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제안은 없을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기 때문에 이 대통령이 ‘승부수’를 던졌다는 평가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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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오른쪽 두번째) 대통령이 15일 국회 접견실에서 여야 지도부를 만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에 대한 협조 요청을 하기에 앞서 목을 축이고 있다. 오른쪽부터 박희태 국회의장, 이 대통령, 임태희 대통령실장,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 김명국기자 daunso@seoul.co.kr
이명박(오른쪽 두번째) 대통령이 15일 국회 접견실에서 여야 지도부를 만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에 대한 협조 요청을 하기에 앞서 목을 축이고 있다. 오른쪽부터 박희태 국회의장, 이 대통령, 임태희 대통령실장,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
김명국기자 daunso@seoul.co.kr




한나라당 쪽에서는 “이 대통령이 파격적인 제안을 했다.”는 말도 한때 나왔다. 박희태 국회의장은 “오늘 대통령으로부터 생각하지도 못한 선물을 받았다. 민주당의 요구는 보장받은 것 아니냐.”고도 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반응은 냉담했다. 정부가 이미 여러 번 얘기했던 내용들을 이 대통령이 다시 언급한 것에 불과하다는 판단에서다. 16일 의원총회 결과를 봐야 하지만, 민주당 쪽에서는 이 대통령의 제안을 거부하려는 움직임이 우세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앞서 오후 3시부터 시작돼 4시 20분쯤에 끝난 이 대통령과 박희태 국회의장, 손학규 대표 등의 면담은 시종일관 진지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이 대통령은 비공개 면담에서는 한·미 FTA 비준에 반대하는 민주당 지도부를 설득하기 위해 속내를 털어놨다.

이 대통령은 “(야당이) 안 하려고 하면 참 안될 수밖에 없지만 나를 믿어 달라. 나는 선의다. 내가 나라를 망치려고 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면서 “나는 진실되게 하려는 사람이다. ISD를 민주당 요구대로 없애려고 한다면 우선 국내부터 논의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정치적이지 못하며 정직한 대통령으로 남으려고 한다.”고도 했다.

이 대통령은 또 “나는 야당을 압박하기 위해 온 게 아니다. 그렇게 하려고 했다면 다른 방법이 얼마든지 있다.”고 말했다고 최금락 홍보수석이 전했다.

한·미 FTA로 인한 경제적 기대 성과와 야당의 ‘불신’에 대한 아쉬움도 직설적으로 표현했다. 이 대통령은 “한·미 FTA가 빨리 비준되면 일본 기업이 한국에 투자를 하게 되고 우리는 그만큼 일자리가 생기는 것”이라면서 “야당이 왜 이런 좋은 기회를 어물어물하게 넘어가려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 “야당에서는 왜 오바마 미국 대통령만 믿나, 한국 대통령을 믿어야 하는 것 아니냐. 내게 하라고 하면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역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여야 지도부에 “한·미 FTA가 내년에 발효된 뒤 재협상을 요구하면 실제 그런 것들이 효과가 발생하는 것은 다음 정권에서 이뤄지는 것”이라면서 “나라를 위해 생각해 달라. 민족과 역사에 어떻게 남을지 부끄럽지 않도록 해 달라.”고 당부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이날 국회 본청 정현문 앞에 마중 나온 박희태 의장을 만나 “날씨가 따뜻해서 나들이하기 좋은 날씨다. 어젯밤 늦게 도착했고 (오늘) 회의를 끝내고 왔다.”며 인사를 나눴다. 이 대통령은 박 의장의 안내로 중앙홀을 거쳐 3층에 마련된 제1접견실에 들어서면서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황우여 원내대표, 민주당 손학규 대표·김진표 원내대표와 차례로 악수했다. 특히 한·미 FTA 비준에 반대하는 손 대표에게는 “아이구, 자주 보네요.”라며 반가움을 표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김진표 민주당 원내대표에게는 “고생 많습니다.”라고 친근한 인사를 건넸다. 이 대통령의 이날 국회 방문은 2008년 2월 25일 취임식, 그해 7월 11일 국회 시정연설을 위한 방문 등에 이어 다섯 번째다.

이 대통령과 박 의장, 여야 지도부는 포토 세션을 거쳐 면담 테이블로 자리를 옮겨 본격적인 대화를 이어 갔다. 손 대표는 “대통령이 어젯밤에 돌아오셨죠. 상당히 피곤하실 텐데 국회까지 찾아주시고. 여러 가지 우여곡절 속에 대통령이 오신다고 하면 잔치가 돼야 하는데 오늘 분위기가 꼭 그런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굳이 대통령께서 오신다고 하니… 저희가 또 오신다는 데 안 나올 수가 없어서. 그런데 실제 마음은 좀 착잡한 것이…사실 저희가 안 나올 수도 없다. 야당 대표가 안 나와도 대통령이 기다리겠다고 했는데….”라고 말했다. 그러자 이 대통령은 “나는 그런 얘기 한 적 없는데”라고 웃으며 답했다.

김성수·이현정·이재연기자

sskim@seoul.co.kr
2011-11-16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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