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없이 논의 경위만 반영..4월 총회서 결정될듯
동해(East Sea)의 영문 표기 문제 등을 논의해온 국제수로기구(IHO) 실무그룹이 4월 총회를 앞두고 이달 말쯤 IHO에 최종 보고서를 제출할 것으로 알려졌다.동해 표기 문제를 둘러싼 한국과 일본 등 회원국간 입장차로 보고서에는 그동안의 논의 경위만 담길 것으로 전해져 정부가 추진해온 대로 국제 지도에서 동해를 일본해(Sea of Japan)와 병기할 수 있을지는 총회에서 결론이 날 것으로 전망된다.
한 외교 소식통은 8일 “IHO 실무그룹(S-23 WG)이 이달 말 제출을 목표로 그동안 논의됐던 사항을 정리한 보고서를 작성중”이라면서 “동해 문제 등 합의되지 않은 쟁점에 대해서는 결론 없이 관련 국가의 입장이 병렬적으로 기술될 것 같다”고 밝혔다.
IHO 실무그룹에서 남ㆍ북한은 그동안 ‘동해와 일본해 병기’를 주장했으며 호주 등 상당수 국가가 ‘명칭 분쟁 해역’이라는 점을 감안해 이를 지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가 일각에는 특정한 의견을 내지 않은 국가까지 포함, 27개 실무그룹 회원국 중 과반 이상이 일본해 단독표기에 반대하는 것으로 분석하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일본은 ‘일본해 단독표기’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으며 지명에서 단일명칭 원칙(single name policy)을 표방하는 미국과 영국 등 서방 선진국도 일본과 같은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이견으로 실무그룹 의장은 동해를 일본해로 단독표기하되 각주나 부록 등에 기술적으로 한국의 병기입장을 반영하는 절충안을 제시했으나 우리 정부는 반대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해 표기 등에 대한 이런 입장차에 따라 실무그룹 논의는 애초 활동기한(지난해 6월)을 이미 넘긴 상태다.
실무그룹은 회원국간 컨센서스(의견일치)를 바탕으로 명칭 문제를 결정해온 점을 고려, 논의 경위 위주의 보고서를 작성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유엔 산하 IHO는 2009년 7월 실무그룹을 구성하고 ‘해양의 경계(S-23)’ 4판 초안을 작성하라는 임무를 부여했다. ‘해양의 경계’는 바다의 국제적 명칭을 정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치는 책자로 1953년 3판 이후 아직 개정판을 내지 못하고 있다.
’해양의 경계’는 1929년 초판에서 동해를 ‘Japan Sea’로 표기했으며 이후 3판까지 일본해 단독 표기를 유지하고 있다.
우리 정부의 병기입장이 실무그룹의 보고서에 반영되지 않음에 따라 동해 표기 문제는 4월 23∼27일 모나코에서 열리는 IHO 총회로 넘어가게 됐다.
특히 총회에서는 명칭문제가 안건으로 회부(80여개 회원국 중 과반 찬성시 가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우리 정부와 일본의 막판 물밑 외교전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관측된다.
정부 관계자는 “다양한 시나리오를 상정해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교가에서는 명칭 문제라는 특성상 당사자간 의견 조정이 안되면 2002년과 2007년 총회 때처럼 이번 총회에서도 동해 표기문제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5년 뒤 차기 총회로 넘길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