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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말’ 폭로 주역으로 몰린 김구라, 김용민 만나…

‘막말’ 폭로 주역으로 몰린 김구라, 김용민 만나…

입력 2012-04-06 00:00
업데이트 2012-04-06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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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노원구는 6일 온종일 들썩거렸다. 김용민 민주통합당 후보의 ‘막말’ 파문이 나흘째를 맞은 가운데 공릉역 근처에 있는 김 후보의 선거사무소 주변에는 아침부터 항의 시위가 줄을 이었다. 피켓을 든 1인 시위도 있었고, 수십명이 몰려와 김 후보 면담을 요구하며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김 후보의 노인 폄하 발언에 분개한 지역 노인회와 안보단체협의회 회원 20여명은 이날 선거사무소 앞에 모여 “패륜아 김용민 자폭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김용민 너도 욕하는 데 우리도 욕 좀 하자.”며 한사발 욕설을 쏟아내는 회원도 적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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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질 발언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민주통합당 노원갑 김용민 후보가 5일 서울 노원구 공릉동 자신의 선거사무소에서 나오고 있다.  정연호기자 tpgod@seoul.co.kr
저질 발언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민주통합당 노원갑 김용민 후보가 5일 서울 노원구 공릉동 자신의 선거사무소에서 나오고 있다.
정연호기자 tpgod@seoul.co.kr


항의시위만 있는 건 아니었다. 김 후보의 지지 모임인 ‘정봉주와 미래권력들(미권스)’ 회원들도 김 후보 선거사무실 앞에 진을 치고 “쫄지마 김용민!”을 외쳤다. 당연히 양측의 ‘충돌’도 따랐다. 한 보수단체 대표가 “국회가 포르노방송국? 발정난 더러운 돼지 닥치고 사퇴해”라고 쓰인 피켓을 들고 “김용민은 후보 자격이 없다.”고 외치자 지지자들은 “새누리당은 더 자격이 없다.”고 맞받아쳤다. 지지자들과 반대론자들의 날선 공방이 종일 이어졌다.

선거사무소 안이라고 다를 게 없었다. 전화통이 불이 났다. 비난하는 전화, 지지하는 전화가 빗발쳤고 곳곳에서 언쟁이 벌어졌다. 김 후보의 사퇴를 요구하는 전화에는 “김용민이 아닌 MB(이명박)·새누리당을 심판해달라.”며 운동원들이 언성을 높였다. 절대 사퇴하지 말라는 지지 전화에는 상기된 목소리로 “감사하다.”는 답변이 이어졌다. 사무실 입구에는 ‘○○일보, ○○방송 기자 출입금지’라고 쓰인 B4용지가 붙여져 있었다. 모두 8개 언론사 이름이 적혀 있었고, 보수매체와 진보매체가 다 들어 있었다. 김 후보를 일방적으로 매도했거나, 사퇴를 요구했다는 언론사들이라고 관계자는 전했다. 실제로 이날 이들 언론사 기자들과 김 후보 측 선거운동원 간에 밀고 밀치는 몸싸움이 시시각각 반복됐다.

이날 오후 선거사무소에 모습을 드러낸 김 후보는 잔뜩 굳은 표정이었다. 지난 3일부터 그는 따가운 여론을 의식해 선거운동을 잠정 중단했다. 전날 밤에는 부산에서 민주당 문재인 상임고문, 박지원 최고위원 등이 출연한 ‘나는 꼼수다’ 방송을 녹음했다.

김 후보는 기자들에게 “당에서 (사퇴 관련) 어떤 연락도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오히려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라고 반문했다. 선거를 완주하거나 사퇴하거나 둘 중 하나 아닌가라고 답변하자 침묵했다. 옆에서 지켜보던 김 후보 캠프의 문상모 시의원이 끼어들어 “끝까지 완주한다. 한 번 후보가 되면 후보 마음대로 사퇴할 수 있는 게 아니다.”고 거들었다. 김 후보는 작은 목소리로 “이 분 말씀이 제 입장이라고 생각하시면 된다.”고 말했다. 확실한 입장 표명을 요구하는 기자들의 질문에 김 후보는 “(사퇴 안하는 거죠?) 동의한다.”, “(완주하는 거죠?) 동의한다.”고 단답형으로 말했다.

캠프측 진광복 수행비서는 기지와 만나 “후보 사퇴는 새누리당 당선을 의미하고 민주당도 젊은층의 지지를 잃게 된다.”며 ‘절대 불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노회찬 선대본부장과 나꼼수, 이정희, 유시민 등 많은 분들이 트위터나 여러 방법으로 힘을 주고 있다. 어제는 가수 이은미씨가 오셨고,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와 박지원 최고위원도 오셨다. 7일엔 방송인 김구라씨도 오기로 했다.”고 전했다.

김구라씨는 김 후보를 돕기 위한 ‘김용민 지지 동영상’을 찍어 이번 사태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지난 1일 김 후보의 경쟁자인 새누리당 이노근 후보의 온라인 담당자가 이 동영상을 보게 됐고 여기에서 두 사람의 관계를 확인, 과거 인터넷 방송의 추적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김 후보의 막말 파문을 지켜보는 노원갑 주민들의 반응은 냉랭했다. 동네 아주머니들은 김 후보측이 내건 ‘천만이 부러워하는 동네로 만들겠다.”는 대형 현수막을 가리키며 “천만이 부끄러워하는 동네가 됐다.”고 혀를 찼다. 공릉역 인근에서 만난 박진영(53)씨는 “민주당이 어떻게 저런 후보를 전략 공천이라고 노원갑에 보냈냐.”며 “동네가 망신당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인들은 김 후보 얘기를 꺼내자 아예 손사래를 쳤다. 김옥정(62·여)씨는 “망나니를 국회로 보낼 수 있냐. 노원 주민들은 품격있는 대표를 원한다.”고 말했다.

40대 주부라는 김모씨는 “아들이 인터넷으로 김 후보의 막말 방송을 찾아 듣겠다고 해 깜짝 놀랐다.”며 “용퇴해야지 계속 한다는 건 말도 안된다.”고 언성을 높였다. 직장인 유재민(27)씨는 “20대라고 다 나꼼수 팬도 아니지만 우리 지역 후보로는 더 이상 호감이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학생 김지수(21·여)씨는 “정규 방송도 아니고 인터넷 라디오 방송 자체가 직설적으로 말하는 스타일인데 8년 전의 발언을 문제삼는 건 지나치다고 생각한다.”며 “눈치보지 않고 속시원히 할 말을 하는 국회의원이 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두둔했다. 이정혜(36·여)씨도 “김 후보 공천 자체가 잘못됐다고 생각하지만 스스로 반성하고 있고 아직 젊으니까 기회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최지숙기자 ipsofact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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