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온대처” 빗발치자 ‘민심’ 부응 정공법 선택
새누리당이 17일 제수를 성추행한 논란을 빚고있는 김형태 국회의원 당선자에 대해 결국 ‘출당’ 검토에 착수했다. “법적 판단에 맡기겠다”던 전날의 입장에서 180도 선회한 것이다.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은 16일 비대위 회의에서 “법정공방으로 가면 결론이 날 것이고 그에 따라 당규에 근거해 조치하면 되는 것”이라고 발언했다. 김 당선자는 2007년 대선 때 박 위원장의 언론특보단장을 맡았던 인사다.
이준석 비대위원 등 일각에서 즉각 출당조치를 강하게 촉구했으나 박 위원장의 언급이 일종의 가이드라인이 돼 묻혔다. 그러던 새누리당이 이날 입장을 바꾼 것은 엄청난 비판 여론에 직면해서다.
민주통합당 여성 당선자들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김 당선자의 출당과 의원직 자진사퇴를 요구했다.
새누리당 김종인 전 비대위원은 CBS라디오에 나와 “출당이든, 의원직 사퇴든 새누리당의 이미지 쇄신을 위해 빠른 시일내에 결단을 내리는게 현명하다”고 촉구했다.
이준석 비대위원도 라디오에서 “국민들이 무작정 기다릴 수는 없다”며 “기다리는 국민을 위해서라도 당 차원에서 정리를 해줄 필요가 있다”며 출당을 거듭 주장했다.
특히 한 방송이 성추행을 인정한 녹취록의 음성이 김 당선자와 동일인물이라고 보도하자 자칫 더이상 시간을 끌다가는 파문을 걷잡을 수 없다는 당내 중론이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거기에 일부 언론은 박 위원장이 4ㆍ11 총선 기간인 지난 5일 포항을 찾았을 때 죽도시장을 방문, 김 당선자를 가리키며 “포항 발전을 위한 사안을 쪽집게처럼 찾아내 일할 포항의 아들”이라고 소개했고, 김 당선자도 박 위원장과의 친분을 내세우며 표심을 자극했다고 전했다.
새누리당 친이(친이명박)계인 이재오 의원도 트위터에 “노선이 다르거나 생각이 다른 사람들과는 함께 정치를 할 수 있어도 부패한 전력이 있거나 파렴치한 전력이 있는 사람들을 주위에 세워두면 국민의 신뢰를 잃는다”고 박 위원장에 직격탄을 쏘았다.
당 일각에서는 “친박 일부 인사들이 김 당선자를 엄호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돌기도 했다.
상황이 이처럼 돌아가자 당 일각에서는 더이상의 늑장 대처는 총선 승리 자체가 빛이 바래는 사태로 비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고 한다.
처음부터 새누리당의 대처가 과감하지 않게 비쳤던 것은 김 당선자와 표절 논란을 빚는 문대성 당선자를 출당조치할 경우 과반이 무너지는 것에 대한 우려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 “신중한 대처”를 주문한 배경이다. 이에 더해 박 위원장이 “사실 확인”을 강조하자 당의 대처가 시중의 여론을 쫓아가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당 관계자는 “김 당선자에 이어 문대성 당선자의 표절 논란에 대한 당 윤리위 회부와 조속한 처리도 불가피한 것으로 보인다”며 “엄정 대처하지 않으면 총선 과반의석을 준 민심이 차갑게 돌아설 수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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