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과반 새누리 벌써 ‘느슨’? “민심에 둔감”

단독과반 새누리 벌써 ‘느슨’? “민심에 둔감”

입력 2012-04-18 00:00
수정 2012-04-18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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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태ㆍ문대성 늑장대처에 박근혜 대선후보 추대론까지 “‘이회창 대세론’ 시절 교훈 되새겨야” 지적

새누리당이 4ㆍ11 총선에서 예상 밖의 승리를 거둔 이후 당내 기류가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다.

각종 악재로 벼랑 끝에 섰던 ‘결연함’이나 ‘비장함’은 온데간데 없고 벌써부터 총선 승리와 대세론에 취해 느슨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당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당 지도부가 말로는 ‘중단없는 쇄신’과 ‘수도권 위기론’을 앞세워 분위기를 다잡고 있지만 정작 행동은 반대 방향으로 나타나고 있다. 당내에서 “이러다가 대선을 제대로 치를 수 있겠느냐”는 우려의 목소리마저 나오고 있다.

당장 ‘제수 성추행’ 논란에 휩싸인 김형태 당선자와 논문표절 의혹을 받고 있는 문대성 당선자 처리 문제에 대해 미온대처 하다가 거센 비난을 받는가 하면 일부 인사들은 총선 승리와 동시에 경선 없는 ‘박근혜 대선후보 추대론’까지 제기하는 상황이다.

먼저 김 당선자 조치 문제와 관련해 새누리당은 판단 착오에 따른 늑장 대처로 여론의 비난을 자초했다는 비난을 면치 못하게 됐다.

새누리당은 그간 ‘사실관계 확인후 처리’라는 원론적 입장 만을 고수했다. 양측의 주장이 엇갈리는 만큼 법적 판단을 지켜본 뒤 조치를 취하겠다는 것이다.

박근혜 비대위원장은 지난 13일 총선 중앙선대위 해단식에서 “사실관계 확인 후 입장을 낼 것”이라고 밝힌 데 이어 16일 기자들과 만나서도 “지난번에 제가 당의 입장을 발표했지 않습니까. 사실이 확인되면 거기에 따라 당이 (결정) 할 테니까 더 되풀이할 필요는 없는 얘기”라고 선을 그었다.

선제적 대응을 주문한 이준석 비대위원 이외의 다른 당 지도부 인사들도 박 위원장의 언급에서 한 발짝도 더 나아가지 못했다. 박 위원장의 ‘사실 확인’ 강조에 당의 대처가 시중의 여론을 좇아가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한 방송이 17일 성추행을 인정하는 내용을 담은 녹취록의 남성 음성과 김 당선자의 목소리를 전문가에 의뢰해 비교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동일인물 가능성이 90%이상이라고 보도하자 ‘윤리위 회부 및 금주내 출당 검토’로 입장을 급선회했고, 김 당선자는 결국 18일 탈당을 선언했다.

여론에 등 떼밀린 조치라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는 지난해 10ㆍ26 재보궐선거 당시 중앙선관위에 대한 ‘디도스 공격’ 사건 때나 올해 초 불거진 전당대회 돈봉투 파문 당시 즉각적으로 수사의뢰를 하고 특검까지 요구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핵심 당직자는 “조치가 너무 늦었다. 여론만 악화됐다”고 지적했다.

이양희 비대위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제수 성추행이 사실이라면 출당만으로 넘어갈 문제는 아니다”면서 “이런 분이 입법부에 남아 있어야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문 당선자의 논문표절 및 대필 의혹 대처 과정도 비판받기는 마찬가지다. 문 당선자의 ‘결단’을 압박하기보다는 국민대학교의 최종 판단을 지켜보자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당 안팎에선 당 지도부가 문 당선자 건에 대해서도 제때 대처하지 못해 여론만 더 악화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전당대회 선거인단 규모 축소 검토에 이어 대선후보 경선 무용론까지 나와 논란이 되고 있다.

이상돈 비대위원은 전날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새누리당에 대선주자로서는 박 비대위원장 외에는 대안이 없다”면서 “사실상 총선이 경선을 가름한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을 제 개인으로는 생각하고 있다. 대선을 앞두고 실제 선거에서 박 비대위원장이 (승리로) 판단을 받은 만큼 대통령 후보 경선은 사실상 의미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는 경선 없이 곧바로 박 비대위원장을 대선후보로 추대하자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대해 당내에선 이 비대위원이 ‘박근혜 대세론’에 취해 상황 판단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친박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당내 대권주자중 한 명인 정몽준 전 대표의 측근 안효대 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박 비대위원장이 이미 대통령에 당선된 듯이 주변에서 떠드는 것 자체가 새누리당의 대선 필패로 가는 길”이라면서 “과거 이회창 전 총재 시절에 얻은 교훈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새누리당의 이 같은 전반적인 이완 분위기는 상대적으로 여론에 더욱 민감한 수도권 의원들이 대거 낙선하면서 벌써 민심에 둔감해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한 정치 분석가는 “선거에서 승리하면 아무래도 들뜨게 돼 있다”면서 “새누리당의 최근 분위기는 그런 것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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