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시중 “대선 여론조사 썼다”에… 靑 당혹
이명박 대통령의 ‘정치적 멘토’인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의 수뢰 혐의가 불거지자 청와대는 충격 속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자주 언급하는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이라는 말을 무색하게 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무엇보다 검찰 수사가 ‘대선자금’ 문제까지 확대될 가능성에 잔뜩 긴장하는 분위기다.청와대는 그러면서도 최 전 위원장이 수뢰한 자금을 대선 때 여론조사를 위해 썼다고 밝힌 데 대해서는 발언의 의도를 놓고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23일 “돈을 받았다고 하고 대선 때 여론조사에 썼다고 하는데 개인적으로 그냥 쓴 건지, 정말 대선자금에 들어갔는지 알 수 없다.”면서 “여론조사도 공식적으로 한 것이 있고, 개인적으로 한 것이 있을 텐데 당시 대선 캠프에서도 다 알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돈을 받기는 받았는데 허튼 곳에 쓴 게 아니라는 것을 말하고 싶은 것 아니겠느냐.”면서 “그 정도 나이 되면 그렇게 구차하게 얘기하면 안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청와대의 다른 핵심관계자는 “최 전 위원장의 양아들 격인 정용욱씨 관련 스캔들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번에는 본인이 직접 돈을 받았다는 점에서 더욱 충격적”이라면서 “(수뢰사실 시인은) 청와대를 끌고 들어가려는 ‘물귀신 작전’이라고 보기는 어려우며, 대가성이 없다는 것을 밝혀 상황을 조기 진화하려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한편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강원도 평창을 방문한 자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그런 잘못된 부분에 대해서는 누구든 예외 없이 책임을 져야 하고, 법에 따라 모든 것을 처리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의 원론적 발언과 달리 새누리당은 12월 대선의 대형 악재가 될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최 전 위원장이 2008년 추석 직전 친이계 일부 의원들에게 돈 봉투를 돌렸다는 의혹이 지난 1월 말 언론에 보도됐다가 사그라든 적이 있는 만큼 사안의 폭발력에 주목하고 있다.
박용진 민주통합당 대변인은 “이 대통령과 최 전 위원장의 연루 의혹이 있는 대선 불법자금 부분에 대해 검찰은 단호하게 수사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김성수기자 sskim@seoul.co.kr
2012-04-24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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