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 지도부 리스트’설… 친박계 내부 계파 간 알력 구체화
4·11 총선 이후 새누리당의 친박근혜계 내부 계파 간 알력이 구체화되고 있다. 친박 2인자로 부상한 최경환 의원을 축으로 한 ‘핵심 측근그룹’과 유승민 의원 등 ‘비판적 참모그룹’ 간 대립 구도로 전개되는 모습이다. 전선은 총선 승리 이후 대선 정국을 이끌 당 지도부 인선에서 형성됐다. 여기에 친박 외부에선 수도권 소장파 위주의 쇄신파가 친박계의 주도권에 제동을 걸고 나섰고, 김문수·이재오·정몽준 등 비박계 대권주자 3인방 역시 경선 방식을 고리로 친박계 흔들기에 나서면서 대립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공약실천’ 민생투어
박근혜(왼쪽)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25일 대전 문창시장을 찾아 상인들과 악수를 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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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이들 측근그룹은 25일 발빠른 대응으로 파문 수습을 시도했다. 유력한 원내대표로 거론되던 서병수 의원이 “제19대 국회 첫 원내대표 선거에 나서지 않겠다.”고 입장을 급선회한 것이다.
서 의원은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새누리당 이념인 민생을 실천하는 데 무엇보다 당의 화합과 단결이 우선돼야 한다.”며 불출마 의사를 밝혔다. 그는 “원내대표에 적임자라고 생각해 마음을 다져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그러나 당 지도부 내정 운운하는 루머가 나도는 상황에서, ‘친박의 핵심’이라고 말해지는 사람으로서 불필요한 논란으로 누를 끼쳐서는 안 된다는 결단을 내렸다.”고 말했다.
서 의원의 불출마 결정 발표는 기자들에게 의중을 밝힌 뒤 한 시간여 만에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그러나 그는 “친박 핵심이라고 해서 용퇴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면서 “당 대표나 원내대표는 친박 의원이 해선 안 되지만 사무총장, 정책위의장은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핵심 측근그룹에서 미는 ‘최경환 사무총장 카드’에 대해 여지를 남긴 셈이다.
이런 친박계의 내홍으로 새누리당엔 총선 승리의 축배는커녕 찬바람이 몰아치고 있다. 관례상 권역별로 해온 당선자 인사 역시 이번엔 부산, 인천권만 치러졌다는 후문이다. ‘수도권 젊은 당대표론’을 띄웠던 쇄신파도 친박계 일부의 권력 독점에 대한 우려를 친박계에 전달할 예정이다.
친박 진영 내부의 분란이 확산 조짐을 보이자 박근혜 비대위원장은 강한 어조로 경고의 메시지를 던졌다. 박 위원장은 이날 충북 청주에서 열린 총선공약실천본부 출범식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우리 당은 또 잘못하면, 이런 구태의 모습을 보이면 용서를 빌 데도 없다. (총선에서) 마지막 기회를 주신 것이기 때문에 또 한번 기회를 주십사 할 수도 없다.”며 내분 중단을 촉구했다. 그러면서 “이번에 정말 약속드린 대로 잘하지 않으면 우리 당은 자멸의 길을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경선이나 이런 것도 당원들께 ‘내가 이렇게 진정성을 갖고 있다’고 하는 사람들이 나와서 하면 되는 것”이라며 “뒤에서 계속 언론플레이하고 ‘뭐가 어떻게 짜여져 있느니’하며 있지도 않은 쓸데없는 이야기를 해 당을 아주 흐리게 만들고 국민들이 정말 정치권이 또 저 짓을 하느냐고 생각하도록 만드는 것은 당을 해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서 의원의 경선 불출마에 대해서는 “본인의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박 위원장의 경고는 정체불명의 ‘새 지도부 리스트’로 당을 친박 대 비박으로 나누고 친박 내부 또한 둘로 갈라 놓으려는 정치세력에 대한 경고이자, 쇄신파가 반발하고 친박이 과거 친이(친이명박)계처럼 당직을 독식한다는 비판이 일어날 조짐을 조기 차단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박 위원장의 엄중 경고 이후 들썩이던 당 분위기는 이날 저녁을 고비로 일단 냉정을 되찾는 분위기를 보이기도 했다.
실제로 그의 발언 이후 최 의원 측은 “리스트는 사실이 아니기 때문에 괴소문의 진원지부터 찾아야 한다.”고 반박했다.
박 위원장의 의사 소통 방식을 비판했던 유승민 의원도 최 의원과의 불화설에 대해 “사이 나쁠 이유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음 달 전당대회까지는 당내 각 진영의 힘겨루기가 불가피하다. 언제든 내분이 재점화될 소지는 남아 있는 셈이다.
이재연기자 oscal@seoul.co.kr
2012-04-26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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