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 이재오 김문수, ‘경선 룰’ 고리로 연대박근혜, ‘대세론 굳히기’ 속 마이웨이 행보
여권의 대선후보 경선 레이스가 조기에 불붙고 있다.새누리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4ㆍ11 총선을 승리로 이끌며 ‘대세론 굳히기’에 들어간 가운데 비박(非朴ㆍ비박근혜)계 잠룡들이 예상보다 빨리 출사표를 던지면서 당이 ‘대선모드’로 급격히 전환되고 있다.
김문수 경기지사가 지난 22일 첫 테이프를 끊은 지 1주일 만인 29일 정몽준 전 대표가 두 번째로 출마선언을 했고, 내달 10일에는 구주류 친이(친이명박)계 핵심 이재오 의원이 경선 레이스에 합류할 예정이다. 당밖 주자인 정운찬 전 총리는 아직 관망 모드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당내 비박 잠룡 3인방이 ‘경선 룰’과 당 운영방식 등을 문제 삼아 연일 박 위원장을 협공하면서 당이 적잖이 시끄러워질 조짐이다. 친박(친박근혜)ㆍ비박간 제3의 계파갈등 우려도 제기된다.
정 전 대표는 이날 출마선언을 하면서 ‘1인 지배체제’, ‘민주주의 실종’이라는 표현까지 써 가며 박 위원장과 첨예한 대립각을 세웠다.
이들 3인은 앞으로 완전국민경선제(오픈프라이머리)를 고리로 연대를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세 사람 모두 지지율이 미미한데다 박 위원장이 당을 완전히 장악한 현 상황에서 기존의 ‘2:3:3:2’(대의원:책임당원:일반국민:여론조사) 경선 룰을 그대로 적용할 경우 도저히 승산이 없다는 계산에 따른 것이다.
더욱이 이들이 조만간 경선 캠프를 꾸려 서로 각자 도생하며 ‘몸집 불리기’를 한 뒤 6∼7월쯤 단일화하는 시나리오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져 향후 경선 구도가 어떻게 변할지 주목된다. 당 일각에선 비박 후보간 막판 단일화로 1대 1 구도가 형성될 수도 있다는 관측을 제기한다.
압도적인 지지율로 독주체제를 형성하고 있는 박 위원장은 현재 비박 3인방의 견제구에 일절 대응하지 않은 채 민생탐방 등 마이웨이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새누리당이 총선에서 승리하자 마자 민생이 아닌 정쟁에 몰두한다는 인상을 줄 경우 국민의 정치불신만 가중시키면서 대선 행보에도 결코 득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박 위원장은 ‘5ㆍ15 전대’ 이후 비대위원장에서 물러난 뒤 이르면 내달 말 실세 실무진을 중심으로 단출하게 경량급 캠프를 꾸려 대선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상황에서 최대 관전포인트는 비박 주자들의 오픈프라이머리 요구가 과연 받아들여질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어떤 방식으로 경선을 치르든 박 위원장이 유리하다는 게 중론이지만 비박 주자들 입장에선 반전 기회의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여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
현재로선 ‘키’를 쥐고 있는 박 위원장과 친박계가 부정적이어서 수용 가능성이 낮다. 박 위원장은 최근 “선수가 룰에 맞춰 경기를 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다만 제1야당인 민주통합당이 오픈프라이머리를 전격 도입해 여권을 압박할 경우 새누리당도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새누리당 일각에서도 역선택 방지를 위해 여야가 같은 날 오픈프라이머리를 실시하면 충분히 검토해 볼만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공교롭게 민주당 문성근 대표대행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갖고 박 위원장에게 오픈프라이머리 도입 논의를 위한 원포인트 여야 대표회담을 제안해 성사 여부가 주목된다.
또 다른 관심사중 하나는 비박 3인방과 정 전 총리가 과연 단일화를 추진할 것인가, 추진한다면 성사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들 네 사람의 지지율은 모두 5% 미만이지만 후보단일화를 이뤄낼 경우 파괴력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자 경선구도 아래에서는 결코 박 위원장을 꺾을 수 없는 만큼 단일화를 시도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많지만 대선을 바라보는 각자의 생각이 다를 수 있는데다 향후의 정치환경이 어떻게 변할지 몰라 단일화가 쉽지 않다는 분석도 엄존한다.
여권 관계자는 “비박 주자들이 발걸음을 서둘러 떼면서 대선정국이 조기에 도래한 형국”이라면서 “그러나 정치환경이 급변할 수 있고 여야 관계 역시 어떻게 변할지 모르기 때문에 새누리당의 내부 상황만 갖고 대선 구도를 언급하기에는 이르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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