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 내분 격화] 기득권 앞에 민주주의도 헌신짝… 코너몰린 당권파 결국 버티기

[통합진보 내분 격화] 기득권 앞에 민주주의도 헌신짝… 코너몰린 당권파 결국 버티기

입력 2012-05-07 00:00
업데이트 2012-05-07 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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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위 권고안 전면거부… 퇴로 못찾는 통합진보 계파 갈등

2000년 통합진보당의 전신인 민주노동당이 창당된 지 12년이 흘렀지만, 진보당은 여전히 과거의 폐쇄성을 벗지 못한 ‘늙은 운동권 조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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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국회에서 속개될 예정이던 통합진보당 전국운영위원회 개회를 둘러싸고 당권파와 비당권파 당원들이 대치하고 있다.  뉴스1
지난 5일 국회에서 속개될 예정이던 통합진보당 전국운영위원회 개회를 둘러싸고 당권파와 비당권파 당원들이 대치하고 있다.
뉴스1


비례대표 부정 경선 파문으로 수세에 몰린 진보당 당권파는 지난 5일 전국운영위원회 속개를 막기 위해 물리력을 동원했고, 이성적 논리보다는 고성을 동원한 시위로 스스로 정당민주주의를 부정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6일에는 운영위가 ‘전자회의’를 통해 결정한 당 지도부와 비례대표 당선자 및 후보 사퇴 권고안을 전면 거부했다. 당권을 지키기 위한 사활을 건 전쟁에 나선 것이다. 진보정당이 표방한 민주주의 실현 가치는 사라졌고 패권만이 남았다.

4·11 총선에서 청년몫 비례대표(3번)로 당선된 경기동부연합 소속 김재연 당선자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청년비례대표 선거는 부정·부실 선거 논란과 관계가 없다.”며 사퇴 불가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경기동부연합의 실세로 알려진 이석기 당선자(비례대표 2번)도 같은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도부 사퇴 압박에 몰린 이정희 공동대표도 이날 측근들에게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19대 국회 임기가 시작되는 30일까지만 버티면 이들의 국회의원직을 박탈할 당 차원의 수단이 사라진다. 1번 윤금순(구 민노당, 비주류) 당선자가 이미 사퇴의 뜻을 밝혔는데도 당권파의 버티기가 계속되는 이유다.

진상조사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지만, 경기동부연합의 실력자로 알려진 이 당선자와, ‘제2의 이정희’로 점찍은 김 당선자의 원내 입성 실현이 이들의 진짜 의도라는 게 당 안팎의 중론이다. 일부에서는 당권파가 이 공동대표를 사퇴시키더라도 이 당선자만은 남기려고 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비상대책위원회 구성도 마찬가지다. 운영위는 차기 중앙위원회가 비대위를 구성하고, 비대위는 6월 말까지 새 지도부를 선출한 뒤 해산하도록 결정했지만, 당권파는 이 역시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당권파 관계자들은 이날 오전 회의를 열어 비대위 구성을 저지해야 한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복수의 당권파 관계자는 “비대위 구성이야말로 당에 해로운 일”이라고 주장했다.

비당권파는 이에 대해 “당의 패권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셈”이라고 비난했다.

비대위 구성에 반대한 것도 당 주류의 자리에서 밀릴 수 있다는 불안감과 무관치 않을 것이란 견해가 많다. 현재 진보당 지분은 구 민주노동당(55):참여당(30):진보신당 탈당파(15)로 나뉘어져 있지만, 구 민노당계 내에 경기동부연합 지지세는 예전만 못한 상황이다. 비당권파 측 관계자는 “인천·울산연합 등이 이번 일을 거치며 당권파와 틀어졌다.”며 “인천·울산 연합이 비당권파와 뜻을 같이할 경우 당권파가 비대위를 장악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당권파의 ‘패권주의’는 고질적 문제로 여겨져 왔다. 자주계열인 이들은 2001년 당에 대거 입당, 지역구를 장악해 가며 빠르게 당 주류로 부상했다. 드러나지 않았을 뿐 대리투표 등 부정선거 논란은 당시에도 제기됐던 문제다.

구 민노당 출신의 한 관계자는 “이전에도 부정선거 정황은 있었지만 조직 논리로 덮고 지나간 적이 많았다.”며 “하지만 시대가 변한 만큼 당도 변해야 하지 않나.”라고 말했다.

이현정기자 hjlee@seoul.co.kr

2012-05-07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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