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들 실제로 보니 정말 일 많이 하더라 친구에 ‘왜 與 싫으냐’ 물으니 ‘벌써 黨사람 됐다’ 비꼬더라”
2030세대에 지지리도 인기가 없는 새누리당엔 놀랍게도(?) 10대 당직자가 3명이 있다. 아르바이트생이 아니라 고졸 채용 전형을 통해 선발된 정식 사무처 직원들이다. 고등학교 졸업반이던 지난해 8월 ‘입사’했다. 만 19세가 안 돼 지난 4·11 총선에서 투표조차 하지 못한 1993년생 동갑내기 김성현(재외국민국)·박주영(대변인행정실)·윤진경(정책위의장실)씨. 여야 정당 가운데 유일한 10대 당직자들이다. 이들을 만난 25일은 월급날이었다. 퇴근한 뒤 뭐하고 놀까 하고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너무 앳된 얼굴이 ‘월급’이라는 단어를 어색하게 만들었다. 젊은 층으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는 새누리당에서 이들은 지난 9개월 동안 무엇을 보고 느꼈을까.고졸 출신으로 지난해 새누리당에 입사한 약관의 당직자 ‘3인방’인 박주영(왼쪽부터)·김성현·윤진경씨가 9개월여간의 당직 생활을 꾸밈없는 입담으로 풀어내고 있다.
정연호기자 tpgod@seoul.co.kr
정연호기자 tpgod@seoul.co.kr
-(주영) 전혀 없었고 잘 몰랐다. 입사 필기시험에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의원 이름 세 명을 적으라는 문제가 있었는데 정답을 하나도 못 적었다. ‘홍 뭐였더라.’ 하고 발만 동동 굴렀다.
-(진경) 나는 두 명 적었는데 한 명만 맞았다. ‘나경원’ 먼저 적고 ‘원희룡’을 생각하면서 ‘원혜영’을 썼다.
→당에 입사했을 때 친구들의 반응은.
-(진경) 지난 8월 말 입사했을 때 한창 무상급식 주민투표 논란이 빚어졌었다. 친한 친구들에게 카카오톡 그룹채팅방을 통해 주민투표를 독려해 달라고 했더니 “그런 얘기 할 거면 여기서 나가라.”며 퇴장당했다.
-(성현) 나는 한 친구가 메신저로 다짜고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좀 못 하게 막아 봐.” 하더라. 친구들과 만나면 정치 이야기는 하지 말자고 먼저 얘기한다.
→젊은 층은 새누리당을 왜 싫어할까.
-(진경) 이유가 없다. 그냥 싫다고 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싫단다. 특히 한·미 FTA와 광우병 문제가 컸던 것 같다.
-(주영) 왜 싫으냐고 물으면 막상 제대로 얘기는 못 한다. 그리고 새누리당 입장을 설명하면 그것도 맞는 것 같다고 동의한다. 그런데 꼭 “당직자라고 새누리당 편드냐.”, “벌써 당 사람 다 됐네.” 하고 비꼰다.
-(성현) 내 친구들은 나한테 “벌써부터 세뇌당했다.”고 했다.
→새누리당이 젊은 층에 다가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주영) 청년국에서도 굉장히 많은 일들을 하고 있고 항상 젊은 층과 소통하려고 노력한다. 그런데 청년들이 좋아할 만한 이슈가 부족한 것 같다. 그리고 일부 사람들은 좀 이기적인 관점에서 당을 평가하는 것 같다. 당에서 복지 정책을 내놓으면 지지하다가도 한·미 FTA 문제에 확 돌아서는 것처럼….
→국회의원들을 실제로 보니 어떻던가.
-(진경) 일을 정말 많이 한다. 이주영 전 정책위의장은 지역구(경남 마산창원합포)가 먼데도 하루 동안 왔다 갔다 하셨다. 회의도 너무 많은데 끝나면 보고받은 서류 한뭉치씩을 꼭 챙겨 가서 보신다. 틈틈이 운동까지 하신다.
-(성현) 많은 사람들이 국회의원이나 정치인들은 다 싸움만 하는 줄 안다. 열심히 하는 걸 너무 몰라주는 것 같아 안타깝다.
-(주영) 처음에는 집권 여당이라 매우 권위적이고 경직됐을 줄 알았다. 그런데 전혀 아니다. 당직자 선배들과 의원들이 부모님같이 느껴질 때가 많다.
-(진경) 의원님들 오셔서 커피 타 드리려고 하자 “이 정도는 나도 할 수 있어.” 하시면서 말리시는 모습에 놀랐다.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어떤 느낌이었나.
-(주영) 카리스마가 대단하다. 멋있다. 복도에서 마주쳤을 때 환하게 웃으시며 “수고하세요.”라고 말해 주시는 모습은 자상하게 느껴졌다.
-(진경) 악수를 한번 했는데 카리스마에 눌려 나도 모르게 몸이 굳더라.
→언제까지 일하고 싶나.
-(주영) 여기서 정년퇴직하고 싶다. 일이 많아 힘들 때도 있지만 권하고 싶은 직장이다.
-(진경) 매일 정책위의장실에서 회의하는 내용이 정책이 되고 뉴스에 나오는 걸 보면 신기하면서도 보람차다.
허백윤·최지숙기자 baikyoon@seoul.co.kr
2012-05-28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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