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개성공단 벌금규정 강화 ‘무리수’

北, 개성공단 벌금규정 강화 ‘무리수’

입력 2012-09-14 00:00
업데이트 2012-09-14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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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 투명성 의심한 듯..상위법령 훼손공단발전 악영향 우려..정부 대응 부심

북한이 개성공단 입주기업의 회계 투명성에 ‘돋보기’를 들이대기 시작했다.

회계 조작 시 조작액의 200배에 달하는 벌금을 물리고, 소급과세 폐지와 자료제출 확대 등을 담은 ‘세금규정 시행세칙’을 시행하겠다고 입주기업들에 통보한 것이다.

북측의 이런 조치는 입주기업들이 이익을 내고 있으면서도 회계부정을 통해 납세를 피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에서 출발한 것으로 보인다.

시행세칙이 너무 지나쳐 입주기업의 정상적 기업활동에 악영향을 미치고, 앞으로 공단의 확대 발전에도 지장을 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회계조작 200배 벌금..시행세칙 일방통보

개성공단을 총괄하는 북측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은 지난달 2일 개성공단관리위원회에 ‘세금규정 시행세칙’을 통보했다고 통일부가 14일 전했다.

2006년 12월 시행세칙을 제시했지만, 남측과 협의가 잘되지 않아 시행되지 않자 이번에 새로운 내용을 추가해 일방적으로 통보한 것이다.

그러나 새 세칙에는 무리한 조항이 많이 들어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회계조작 시 조작액의 200배 벌금을 물리도록 한 것이다. ‘징벌적’ 수준의 벌금으로 평가된다.

고의적으로 세금을 내지 않으면 납부하지 않은 세금에 대해 3배까지 벌금을 물리도록 한 상위법령 ‘개성공업지구 세금규정’을 훼손한 것이다.

또 ‘개성공업지구 세금규정’에 적시된 소급과세 금지와 소멸시효 규정을 삭제하는 내용도 시행세칙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법령의 일반적 원칙까지 무시한 것이다. 특히 하위법령이 상위법령의 범위를 현저히 벗어남으로써 ‘상위법 우선의 법칙’도 훼손됐다.

이뿐만이 아니다. 북한 세무서가 ‘조정과세’를 할 경우 해당 입주기업에 하게 돼 있는 소명의무를 삭제하고, 과세 시 원ㆍ부자재 등의 단가도 북한 세무서가 추정해서 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과세 근거가 불충분해 무분별한 과세가 이뤄질 수 있고, 북한 세무당국의 재량권 남용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입주기업들에 대한 각종 자료제출 의무도 확대했다.

◇北, 입주기업 회계투명성 의심..정부 대응책 부심

‘개성공업지구 세금규정’에는 제조업에 종사하는 입주 기업은 결산 이윤의 14%를 기업소득세로 내게 돼 있다. 다만 이윤 발생 연도부터 5년간은 기업소득세를 전액 면제받고, 이후 3년간 50%를 감면받는다.

이런 규정에 따라 지난해 처음으로 기업소득세를 낸 기업이 발생했다. 이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4개 기업이 총 16만 달러 가량의 세금을 북측에 납부했다.

그러나 북측은 입주기업들의 회계 투명성을 의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04년부터 첫 가동에 들어간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이 회계를 조작해 불성실한 납세를 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품은 것으로 보인다.

북측은 특히 입주기업이 남측 본사로부터 원ㆍ부자재를 개성공단으로 들여올 때는 단가를 비싸게 책정하고, 완제품을 남측으로 반출할 때는 저렴하게 책정하는 방법으로 이윤을 축소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 체제’ 이후 생존을 위해 외화벌이에 올인하고 있는 배경도 작용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 때문에 이번 시행세칙에서 자료제출 의무를 확대하는 한편, 회계부정 시 벌금 강화를 비롯해 소급과세 금지의 삭제 등의 제재규정을 강화했다.

실제 개성공단은 외형상으로는 크게 성장했다. 연간 생산액이 2005년 1천491만 달러에서 지난해 4억 달러를 달성했다.

입주기업 관계자는 “그동안 개성공단 성과가 과장돼 북측이 오해하는 측면이 있다”면서 “임금인상과 북측 근로자 투자 대비 생산 효율성 등을 감안하며 투자액 대비 손익분기점을 넘지 못한 곳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북측이 징벌적 과세로 접근하면 개성공단의 투자 가치가 떨어져 앞으로의 발전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입주기업들도 회계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정부는 개성공단관리위를 통해 북측에 기업들의 우려 사항을 전달했으며, 입주기업들의 의견이 반영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측이 남측과의 협상을 위해서 시행세칙을 통보한 것이 아니라, 이미 통보와 함께 시행에 들어갔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북측이 실제 입주기업에 대해 회계부정으로 징벌적 과세를 할 경우 적지 않은 마찰이 예상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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