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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 학생들 “왕따 피하려고 북한 출신 숨겨요”

탈북 학생들 “왕따 피하려고 북한 출신 숨겨요”

입력 2012-10-12 00:00
업데이트 2012-10-12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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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철 의원실, 탈북청소년 심층면접 내용 공개

“학교에서 왕따를 피하려면 북한 출신이라는 것을 숨겨야 해요.”

일반학교에 적응하기 어려워 탈북청소년 대안학교인 여명학교(고교과정)에 전학 온 A양은 “탈북자라고 밝혔더니 일진들이 ‘빨갱이’, ‘거지’라고 욕하고 괴롭혀 견딜 수가 없었다”며 이렇게 말했다.

탈북청소년들의 중도탈락률은 매년 낮아지고 있지만, 아직도 탈북학생 중에는 북한 출신이란 이유로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하는 경우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새누리당 조명철 의원실은 12일 ‘왕따’를 경험한 여명학교 학생들의 심층면접 내용을 공개하면서 탈북청소년이 일반학교에서 받는 왕따, 폭행, 무시 등으로 말미암아 자존심에 상처를 입고 공격적 성향으로 변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심층면접에서 B군은 “학교에서 탈북자 출신이란 사실이 알려지자 학급 애들이 무시하고 따돌렸다”며 “자존심이 상해 공격적인 태도로 애들을 대했더니 나중에는 담임선생님까지 나를 성격이상자 취급을 하더라”라고 말했다.

왕따가 싫어 일부러 불량청소년이 된 경우도 있었다. C군은 북한에서 왔다고 친구들이 놀리자 폭력을 휘두르며 대응했다. C군은 “괴롭히는 애들을 때려놨더니 싸움이 잘한다는 소문이 났다”며 “그러자 일진들이 자기 패에 끼워주고 학급 애들에게서 돈을 갈취하는 일을 시켰다”라고 증언했다.

탈북학생에 대한 동급생들의 왕따는 주로 언어폭력으로 나타났다.

한국교육개발연구원은 지난해 12월 발표한 연구보고서에서 초등학생 330명, 중학교 131명 등 총 461명의 탈북학생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0%가 “부모가 북한에서 왔기 때문에 차별받은 적이 있다”고 답했으며 그 차별의 내용은 주로 ‘놀린다’, ‘무시한다’ 등이었다.

이처럼 일반학교에서 왕따를 당하고 무시를 당한 탈북학생들은 대개 학교를 그만두고 검정고시를 보거나 탈북청소년 대안학교로 간다.

조 의원실이 대안학교에 재학 중인 탈북학생 108명에게 물어본 결과 41.6%가 일반학교에 다니다가 대안학교로 전학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과부가 작성한 ‘2012년 탈북학생 통계’에 따르면 올해 4월 현재 정규학교에 다니다가 학업을 중단한 탈북청소년은 56명이다. 이 중에서 학교 부적응과 대안학교 전학 등을 이유로 그만둔 학생은 30%로 이민(43%) 다음으로 많았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노력에도 탈북학생의 학교 부적응 문제 해결은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만길 탈북청소년교육지원센터 소장은 “현재 정부 차원에서 탈북학생 담임교사 연수, 1대1 멘토교사 지정 등과 같은 노력을 지속적으로 기울이고 있지만 학교 부적응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다”며 “천안함·연평도 사건 등 경색된 남북관계 때문에 북한 출신 학생들이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하는 경우도 많다”고 주장했다.

그는 “탈북학생들이 탈북과정에서 겪은 심리적 상처, 정서적 불안정 등의 문제로 이들의 학교 적응에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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