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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우사이트 ‘일베’의 새 먹잇감은

극우사이트 ‘일베’의 새 먹잇감은

입력 2013-04-06 00:00
업데이트 2013-04-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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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해커집단 ‘어나니머스’가 지난 4일 공개한 북한 대남선전용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의 회원 계정 정보. 연합뉴스
국제 해커집단 ‘어나니머스’가 지난 4일 공개한 북한 대남선전용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의 회원 계정 정보.
연합뉴스
국제 해커집단 ‘어나니머스’가 지난 4일 북한의 대남 선전용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의 회원 9001명의 명단을 공개하면서 파문이 커지고 있다. 검찰 등 사정당국은 내사에 착수했지만 위법한 경로를 통해 단순 가입 사실을 파악한 것만으로는 처벌할 수 없다는 목소리도 만만찮다. 일부 네티즌들은 ‘마녀사냥식’ 신상털기에 들어갔다.

검찰과 경찰, 국정원은 5일 국내 가입자로 추정되는 이메일 사용자에게 국가보안법을 적용할 수 있는지 검토를 시작했다. 가입자의 이름과 이메일 주소, 성별, 생년월일 등이 담긴 이 명단에는 다음과 네이버 등 국내 포털 사이트와 삼성·LG 등 대기업의 이메일 사용자 2000여명이 포함돼 있다.

공안 수사를 지휘하는 검찰 관계자는 “우리민족끼리 사이트 자체를 이적단체로 볼 수는 없다. 단순 가입 사실만 가지고 처벌하기는 어렵다”면서 “가입 경로와 목적, 활동 내역 등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확인해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일단 공개된 계정들에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가 있는지 살펴본 뒤 혐의가 드러나면 공식 수사에 착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정원 관계자는 “수사를 전제로 법률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단순 가입 회원에게도 불법성이 있는지 포괄적으로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러한 사정당국의 움직임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박주민 변호사는 “공개된 명단은 불법적으로 해킹한 정보인 만큼 독수독과 금지원칙(위법하게 수집된 증거에 의해 발견된 증거는 인정할 수 없다는 원칙)에 따라 증거 능력이 없다”면서 “‘삼성 X파일’의 떡값 검사들에 대해서는 같은 논리로 수사를 거부했던 검찰이 이번에는 수사를 시작한다면 스스로의 정치적 편향성을 자인하는 것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영근 한양대 법학과 교수는 “북한에 대한 찬양·고무 목적이 아니라 단순 정보 습득을 위해 가입했다면 처벌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진정으로 심각한 것은 우리민족끼리 가입 여부도, 어나니머스의 해킹도 아닌 이번 사건을 대하는 검경의 태도”라고 꼬집었다.

한편 극우 성향의 인터넷 사이트 ‘일간베스트’ 등에서는 이번 해킹으로 공개된 회원에 대한 마녀사냥식 신상털기가 이어졌다. 이들은 우리민족끼리 가입자들의 이메일 주소와 이름 등을 토대로 신원을 확인한 뒤 ‘죄수’나 ‘간첩’이라는 제목과 함께 사진과 전화번호 등 개인정보를 무차별적으로 유포하고 있다. 어나니머스의 명단 공개 이후 이틀 동안에만 ‘죄수번호 ×××, ○○○대학 ○○학부 ○○학번 ○○○’, ‘통합진보당 당원 ○○ 간첩신고’ 등의 글이 200건 이상 올라왔다. 해당 네티즌들은 이들을 국가정보원에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신고했다며 신고 화면을 캡처한 사진도 함께 올렸다.

그러나 이들이 ‘간첩’이라고 지목한 김모(39)씨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누가 명의를 도용했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우리민족끼리에 가입한 적이 없다. 트위터와 미니홈피 등을 캡처하며 나를 간첩이라고 부른 네티즌들에게 법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히는 등 인권침해 우려도 현실화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개인의 신상정보 등을 무분별하게 유포한다면 명예훼손 등으로 처벌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배경헌 기자 baenim@seoul.co.kr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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