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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체르노빌 원전급 위기 주범은

한반도 체르노빌 원전급 위기 주범은

입력 2013-04-09 00:00
업데이트 2013-04-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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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28년 노후 흑연감속로 재가동땐… 영변원전, 핵폭탄보다 더 위험

북한이 5㎿급 흑연감속로를 비롯한 영변 핵시설을 재가동해 플루토늄 생산을 시작하겠다고 밝히면서 한반도를 둘러싼 핵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국내는 물론 외신들도 연일 북한과 관련한 소식을 전하고 있다. 하지만 원자력계 일각에서는 북한의 핵무장보다 원자력발전소 재가동 자체가 심각한 위협이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사고 위험성 때문에 전 세계 어느 나라도 사용하지 않는 흑연감속로가 북한에서 재가동될 경우 핵폭탄보다 더 끔찍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한국 정부와 원자력계는 북한의 원전에 대한 구체적인 제원이나 가동 방식, 원전 운용능력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어 대응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은철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8일 “영변 흑연감속로는 1986년 체르노빌 원전 폭발사고를 일으켰던 것과 같은 구조”라며 “흑연을 감속재로 사용하면서 운전 중에 열이 축적돼 불이 옮겨붙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특히 냉각로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거나 작동을 하지 않으면 위험하다”면서 “제대로 된 원전에서는 과열 시 자동으로 가동이 중지되는 장치가 있지만, 영변에 그 장치가 있는지조차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1985년 가동되기 시작한 영변 원전의 수명이 이미 다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일반적으로 원전의 수명을 25년으로 보는데, 영변은 이미 그 시기가 지났다”면서 “특히 오랫동안 멈춰 있던 원자로를 급격히 재가동할 경우 더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흑연감속로는 1940년대 후반 설계된 최초의 원자로 중 하나다. 1950년대 중반 이후 영국과 미국 등에서 사고가 이어지면서 대부분 퇴출됐고, 소련만 비용 절감을 위해 사용하다가 체르노빌 사고로 이어진 뒤 역시 폐기됐다.

발전 시 플루토늄이 부산물로 나오는 발전 양식으로, 플루토늄은 핵무기의 원재료이기도 하다. 북한은 제네바 기본합의에 따라 경수로 2기를 받는 조건으로 영변 핵시설 가동을 1994년 무렵 중단한 상태다.

원전 업계의 한 관계자는 “북한이 20년 넘게 핵시설을 운영하면서 큰 사고가 없었기 때문에 자신감을 보일 수는 있지만, 위성사진을 볼 때 영변 원자로는 격납시설 같은 최소한의 안전장치조차 없는 시설”이라며 “만약 사고가 발생하면 한반도 위쪽은 체르노빌 같은 죽음의 땅으로 변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2005년 영국 군사 컨설팅업체인 제인스 인포메이션 그룹은 “영변 원자로는 관리 시스템 구축도 부실하며 운용 인원들에 대한 훈련도 이뤄지지 않아 사고 위험성이 높다”면서 “영변 원전에 사고가 발생하면 인근 주민 12만명이 방사능 오염의 직접 피해를 받고, 북한 서부지역 주민 1200만명과 한국, 일본, 중국 등 인근 국가에 피해 확산이 예상된다”고 분석한 바 있다.

정부 역시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원자력안전위원회 관계자는 “현재 상황에서는 모든 정보를 외신과 미국 등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영변 원전이 흑연감속로가 맞는지조차 알 수 없다”면서 “사고 시 한국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전문가마다 추측이 달라 하나를 선택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다른 어떤 원전보다 사고 위험이 높지만, 대응 체계를 갖추기 힘들다는 것이다.

박건형 기자 kitsch@seoul.co.kr

윤샘이나 기자 sa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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