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11일 성명에서 북측에 대화를 통한 현 사태의 해결을 촉구한 것을 두고 통일부 측은 공식 대화 제의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보다는 “대화로 풀어 가겠다”는 우리 측의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고 청와대와 통일부 측은 설명했다.

통일부 관계자는 북한의 입장 변화를 촉구한 것이지 직접적인 대화 제의는 아니라고 밝혔지만 앞서 “대화할 분위기가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던 것과는 사뭇 달라진 입장이어서 주목된다.

한편으론 ‘사태 해결을 위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 여론을 의식한 통일부의 군색한 입장 표명이라는 시각도 없지 않다.

통일부 측은 류 장관의 성명 발표 직후 “대화 프로세스를 강조한 것이며, 이는 북한과의 대화를 위해 문을 열어 두는 차원”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한 관계자는 “남북 대화는 북한의 제의나 우리의 제의 둘 중 하나로 성사될 텐데 두 가지 경우의 수를 모두 열어 두겠다는 것”이라면서 “주무 부처 장관이 직접 나선 것은 정부가 문제 해결을 위한 강한 의지가 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개성공단 운영 중단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향후 우리가 북한에 먼저 공식 대화를 제안할 수도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통일부의 이 같은 입장에 대해 취재진 사이에서 “모호하다”는 지적이 나오며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대화를 하자는 것인지 말자는 것인지 알 수 없고, 대화 프로세스라는 개념도 추상적”이라는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 통일부 측은 “대화의 분위기를 언급하기 앞서 대화로 가기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면서 “제의 단계까지 가지 않았지만, 대화 프로세스라는 새로운 길을 제시한 것이고 북한이 먼저 제의하면 바로 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하지만 대화 프로세스의 개념과 향후 로드맵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했다.

이를 두고 남북 경색 국면에서 누가 먼저 손을 내밀지를 놓고 남북 간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통일부가 전향적인 입장을 취하며 대화 제의를 했을 경우 북한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남북 관계가 또 다른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편 북한의 ‘김정은 체제’가 출범한 지 1년이 된 가운데 북한 군 전권을 장악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리더십은 여전히 의문을 낳고 있다. 북한이 체제 유지를 위해 의도적으로 올해로 29세에 불과한 그의 ‘왕만들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최근 지나친 강경노선을 취하며 대남도발 위협 수위를 전례 없이 높인 것도 김 제1위원장의 리더십 부재를 과대포장하기 위한 술책이라는 평가도 적지 않다.

‘어린 지도자’의 부족한 리더십을 가리기 위한 북한 군 원로들의 ‘수렴청정’이 아니냐는 시각도 제기된다. 김 제1위원장이 목선을 타고 서해 최전방 섬을 방문하기도 하고, 군 부대를 방문해 병사들과 어울리고, 유치원에서 어린이를 안아 주는 등 파격적인 모습을 보이며 어색한 연출을 한 것도 ‘리더십 채우기 일환’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