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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마을노래 작곡자 ‘박정희’에게 저작권료 7만6000원 보냈더니…

새마을노래 작곡자 ‘박정희’에게 저작권료 7만6000원 보냈더니…

입력 2014-02-06 00:00
업데이트 2014-02-0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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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가 1978년이었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는 청와대로 등기우편 한통을 보냈다. 편지에는 ‘저작권료를 보낸다’는 정중한 내용과 함께 당시 기준으로 산정한 저작권료 7만 6000원이 들어 있었다. 편지에 적힌 저작권료란 다름 아닌 당시 최대 유행음악이었던 ‘새마을노래’와 ‘나의 조국’에 대한 작사·작곡비였던 셈이다.

그로부터 며칠 뒤, 저작권협회 사무실로 당시 치안본부 특수수사대 수사관들이 들이닥쳤다. 사무실 직원들을 모두 연행해 대통령에게 저지른 불경죄의 배경을 추궁했다. 다행히 자초지종을 설명한 뒤 모두 풀려났고, 보낸 돈도 되돌려 받았다. 저작권에 대한 개념이 없었던 시대에 ‘지존’에게 푼돈을 보낸 무례함의 대가를 톡톡히 치른 셈이었다.

이런 사연이 담긴 책 ‘한국음악저작권협회 50년사’(김주명 저)가 초판 인쇄를 끝내고 10일 공식 발간된다. 협회는 창립 50주년을 맞아 그간의 협회 궤적을 이 책에 담았다. 책에 따르면 당시 박정희 대통령은 따로 저작권 신탁을 하지 않았지만 대상이 대상인지라 협회는 처리를 두고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결국, 이사회를 소집해 내린 결론은 ‘회원은 아니지만 저작권 인식을 높인다는 차원에서 (저작권료를)보내자’는 것이었다. 상대가 대통령이니 비록 비회원이라도 ‘알아서 챙긴’ 것이다. 협회 측은 “당사자 사후 70년까지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만큼 지금이라도 가족이 마음만 먹으면 저작권을 행사할 수는 있다”고 말했다.

이런 일화도 있다. 1996년 작곡가 박시춘이 타계한 뒤 유족들이 “저작권 상속세가 너무 가혹하다”고 나서 음악계의 관심을 모았다. 세무 당국이 ‘히트곡 메이커’로 통했던 박시춘의 유족에게 거액의 상속세를 부과해 빚어진 일이었다. 이 일을 계기로 전국의 작사·작곡가들이 저작권에 대한 상속세 책정 근거를 완화해 달라는 진정서를 낸 끝에 1999년에 실제로 과세 기준이 ‘사후 20년’으로 완화되기도 했다. 이 일에는 김종필씨가 개입했다. 작사가 김지평씨는 “당시 JP가 막후에서 애를 써준 덕분에 세금을 덜게 돼 많은 음악인들이 이를 고마워 했다”고 전했다.

책에는 노래방 반주기의 원조 격인 ‘4트랙 카트리지’에 대한 기록도 보인다. 한 대에 네 곡이 실리는 4트랙 카트리지가 1980년대 초반에 전국의 유흥주점으로 퍼져나갔는데, 500원짜리 동전을 넣으면 네 곡 중에서 한 곡을 골라 부를 수 있는 장치였다. 이런 사례를 포함해 책에는 노래, 특히 대중가요와 관련된 많은 일화가 담겨있다. 한 시대를 반영하는 것이 노래이듯 책에 실린 많은 뒷얘기는 흑백사진처럼 그 시대의 명암이 새겨져 있는 것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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