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류길재 통일장관 “전단, 원칙에만 얽매일순 없어”

류길재 통일장관 “전단, 원칙에만 얽매일순 없어”

입력 2015-01-25 10:12
업데이트 2015-01-25 10:13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남북 정상, 그냥 만나는 것은 의미있지 않아…비선접촉 전혀 없어””김정은, 5월 러 방문가능성 있다고 봐…황병서 일행 작년 방남 가장기억”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최근 남북관계 악화의 원인이 되고 있는 남측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 문제에 대해 “정부 입장에서는 기본적인 원칙을 견지해 나가면서 동시에 원칙에만 얽매여 있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류 장관은 지난 23일 진행된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전단문제는 접경지역 주민들이 굉장히 위협적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우리로서는 최근에 그런 부분을 좀 더 많이 생각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류 장관은 이번 인터뷰에서 남북정상회담과 당국간 회담, 금강산관광 재개 등 남북관계 현안에 대한 정부 입장을 폭넓게 밝혔다. 인터뷰는 통일부 장관실에서 1시간여 진행됐다.

다음은 류 장관과의 일문일답.

--우리의 대화 제의에 북한이 답이 없는 이유를 뭐라고 보는지.

▲ 북한의 의도, 속내를 우리가 정확하게 분석하긴 쉽지 않다. 북한도 신년사에서 전에 없던 표현을 쓴 것으로 봐서는 대화에 대한 필요성이나 의지는 있는 것 같다.

대화에 나오지 않는 이유는 첫째 우리가 대화의 이니셔티브(주도권)를 쥐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이라고 본다. 작년 연말(통준위 차원의 대화 제의에) 아마 북한으로서도 상당히 허를 찔렸을 것이다. 그것을 그냥 쉽게 받기는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 남쪽이 주도하는 모양새로 끌려가지 않겠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미국과의 관계가 여러 가지로 어려워지지 않았나. 최근에 북한이 핵실험과 한미연합훈련을 맞바꾸자고 제안했다. 그것을 받을 거라고 생각하고 던진 것이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다. 미국과의 관계를 좀 보면서 남북관계에 나오려고 하는 것이 아닌가 추측할 수 있다. 남북관계를 갖고 미북관계를 끌어당기려는, 또 미북관계를 갖고 남북관계의 주도권을 쥐려는 게임 또는 전술적인 생각을 하는 게 아닌가 한다.

--북한의 호응을 기다리기만 하는 것인가. 추가 조치는 검토하지 않고 있나.

▲ 일단 북한이 우리가 제안한 것을 거부하진 않았다. 지금으로선 정부가 뭘 할 것인가보다는 북한이 우선 답을 주는 게 순서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광복 70주년인 올해 남북관계에 변화, 전환이 있어야 선순환이 될 수 있지 않겠냐는 측면에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하고 있는데, 그게 당장 지금 현재 국면에서 어떻게 액션을 취할 거냐는 것과 연계시키려고 하진 않는다.

--북한이 과거 사례를 들어 한미군사훈련 중단을 주장하는데.

▲ 과거 팀스피리트 훈련 중단 사례는 아주 예외적인 사례라고 생각이 된다. 지금은 남북관계가 좋은 관계가 아니고 3차례나 핵실험을 한 상황이기 때문에 지금 그런 생각을 한다면 국민으로부터도 전혀 지지받을 수가 없다고 본다.

--설 계기 이산가족 상봉은 어려워지는 것인가.

▲ 이산가족 상봉을 설 계기에 한다면 꼭 설에 맞춰서 하자는 건 아니고 그 계기에 하자는 것이어서 일정에 너무 구애받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만, 이산가족 문제가 정말로 거의 막바지에 온 역사적 시점이라고 본다. 상봉도 상봉이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생사확인이고 그게 되면 편지를 교환하고 사진이나 유품 같은 것도 담아서 보내게 되면 일단 기본적인 이산가족의 한이 상당히 많이 해소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상봉도 과거에 해왔던 방식으로 하기보다는 수시상봉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굉장히 중요할 것 같다.

--이산가족 문제 해결에 묘안이 있나.

▲ 묘안, 기발한 방법 그런 것은 남북관계에서 없다고 본다. 항상 정도(正道)로 가야 한다 생각한다. 이산가족 문제만 하더라도 우리 정부가 업적을 이루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우리 민족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 문제를 우리 민족이 해결하지 못하면 민족 전체가 부끄러운 민족으로 남게 될 수밖에 없다. 대화가 열리게 되면 그런 입장에서 북한을 설득할 것이다.

북한은 과거의 관례를 기억할 것이다. 그러나 과거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 상봉하면 뭘 주고 하는 식의 공식처럼 자리 잡았던 것들이 최근에 와서 상당히 깨졌다. 그런 식의 대가가 아니라 큰 틀에서 남북관계의 발전과 만약에 연계를 해서 일을 한다면, 그런 식의 정도를 갖고 일을 해나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회담이 열리면 모든 의제에 대한 일괄타결을 염두에 두는지.

▲ 중요한 건 우리의 원칙이라고 본다. 북한이 어떻게 나오더라도 우리 원칙, 우리가 보기에 가장 바람직한 방식으로 풀어나가는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북한이 원한다고 해서 다 들어주는 건 아니잖나. 우리의 입장을 갖고 설득하지만, 또 우리 입장만 고집을 부릴 순 없는 거 아닌가.

--박근혜 대통령이 ‘북한의 호응 여건을 마련하는 데 노력해달라’고 했다.

▲ 그만큼 대통령께서 지금 남북관계가 계속 경색되는 게 바람직하지 않고 올해 광복 70주년이라는 역사적 계기를 잘 활용해서 남북관계를 발전시킬 수 있는 기회를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취지에서 한 말씀이라고 생각한다. 구체적으로 조치를 취하란 말씀으로 보지는 않는다. 어떻게 하면 대통령이 말한 ‘호응할 수 있는 여건 마련’에 부응할 수 있을지 생각을 하고 있다.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에 대한 정부의 입장은 무엇인가. 관광 재개와 대북제재간의 관계는.

▲ 정부 입장에서 금강산 관광 사업은 박왕자씨 사건으로 인해 빚어진 것이기 때문에 그 문제에 대해 남북간 대화를 통해 풀어야 할 게 있다고 본다. 그런데 이후 핵실험으로 유엔 대북제재가 굉장히 강화된 상태기 때문에 (부정적인) 국민 여론과 국제사회의 우려가 있다는 것도 잘 안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금강산 관광이 재개됐을 때 현재 유엔의 대북제재 규정과 딱 일치하는 부분들이 분명히 드러나 있진 않기 때문에 그건 유엔 안보리에서 판단을 경청해야 한다. 그런데 금강산에 대해 (남북간에) 얘기도 이뤄지지 않았는데 안보리가 의견을 줄 리도 없거니와 물어보기도 그렇지 않나. 일의 순서가 지금 그런 상황이 아니라는 말이다. 지금으로선 우리 정부로서도 전임 정부처럼 관광이 중단된 원인을 먼저 해소하는 것이 우선 첫 번째 해야 할 일이란 얘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금강산 관광 재개에 대한 의향은 있는 것인가.

▲ 어쨌든 금강산 사업은 다 진행되다가 중단된 것 아닌가. 과거 대한민국 역대 정부가 해온 사업이기 때문에 우리 정부도 다시 재개할 수 있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

--북한이 정부·정당·단체 연합회의의 호소문에서 6·15 공동선언을 강조했다.

▲ 정부의 기본 입장은 6·15와 10·4 등 과거 정부에서 한 모든 남북간 합의를 존중한다는 것이다. 다만, 6·15를 계기로 해서 그걸 주로 부각해서 어떤 공동 행사를 하자는 것에는 좀 생각을 해봐야 한다.

금년은 어쨌든 광복 70주년이라는 것이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특정 계기만 강조하는 것보다는 민족 전체가 광복 70주년이라는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남북이 똑같이 경사스런 날이기 때문에 8·15에 초점을 맞추는 게 도움되지 않을까 하고, 남북이 여러 가지 대화가 잘되고 관계가 발전이 되면 그때 가서는 다른 것들도 생각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통일부 업무보고에 남북관계와 관련한 여러 계획을 많이 발표했는데 어떻게 이룰 수 있을지 방법은 없다는 지적도 있다.

▲ 굉장히 많은 안들이 있는데 가만히 뜯어보면 어려운 일들이 아니다. 남북간 대화가 이뤄지고 관계가 조금만 나아지면 다 할 수 있는 일들이다. 대표적인 것이 철도 시범 운행이다. 물류를 보내자는 게 아니고 시범운행 한번 해보자는 거다. 상징적인 효과도 있고 장차 물류도 이동이 가능하다는 걸 보여줄 수 있다.

적어도 광복 70주년에 남북철도가 연결돼있고 유라시아 대륙과 연결될 수 있다는 걸 국민과 전세계에 보여주는 상징적인 효과가 있다고 본다. 만약 장차 물류가 이동해야 한다면 북한 철도 개보수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그런데 북한 대규모 인프라 투자는 북한 핵문제에 진전이 있어야지, 그게 없으면 하기 어렵다.

물류 이동이 되면 북한은 통과료 같은 걸 얻게 되고 철도 개보수 작업이 이뤄진다면 북한 경제에도 엄청나게 큰 이득이 올 수 있기 때문에 북한이 비핵화로 가야한다는 것을 설득할 수 있는 계기가 되는 것이다.

--당국간 회담이 잘 되면 연내라도 정상회담 가능성이 있다고 볼 수 있는가.

▲ (정상회담은) 통일이나 평화에 도움이 된다고 확신이 됐을 때 해야 효과가 있는 것이지 그냥 (정상이) 만나는 것이 의미가 있다고 보진 않는다. 그런데 확신이 든다는 부분이 굉장히 어려운 부분 아니겠나. 예단 할 수는 없다.

--임기 후반기 정상회담보다는 올해가 적기라는 지적도 있는데.

▲ 시간에 쫓겨서 회담을 하거나 그러면 우리가 원하는 성과를 얻지 못할 거라고 본다. 시간 변수가 중요하긴 하지만 거기에 얽매이진 않는다.

--러시아 전승 행사에 남북 정상이 초청됐는데, 그곳에서 회담이 이뤄질 가능성은.

▲ 아직 정부에서 거기 대해서 깊이 있게 토론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말씀드리기가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

--이 행사에 김정은이 참석하겠다는 긍정적 반응이 있다고 러시아 정부가 밝혔는데 김정은 참석 가능성은 어떻게 보나.

▲그렇게 얘기가 나오는 걸로 봐서는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가능성이 얼마나 높은지는 말하긴 어렵고, 정말 북한이 판단할 문제다. 다만 최근에 북한의 외교적 고립이 자꾸 심화되고 있으니 그런 것들이 중요한 고려 요인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든다.

--남북 비선 접촉설이 얼마전 제기되기도 했다.

▲ 그런 것은 전혀 없다. 통일부 장관이 모르는 접촉은 없다. 그런 식의 소문은 재작년부터 많이 들었다. 전혀 없다.

--물밑 접촉, 비공개 접촉 문제에 대한 입장은.

▲원칙을 지켜나가지만, 경직되게 하지는 않는다는 것이 우리 입장이다.

--최근 중국이 북한에 관계개선 신호를 보낸다.

▲ 북중관계는 북한 하기 나름이라고 본다. 김정은 정권에 대한 중국의 불신이 워낙 크기 때문에 최근 중국이 북한에 상당히 딱딱하게 대하고 있지 않나. 금년에 북한이 만약 핵실험을 한다거나 하면 북중관계가 굉장히 안 좋아질 거라고 본다. 그 첫 번째 리트머스 시험지가 한미군사훈련이 되지 않을까. 북한이 작년에도 로켓과 미사일을 쐈는데, 또 그런 식으로 나오면 중국의 대북정책, 행동이 좌우 받을 수 있을 거라고 본다. 앞으로 3∼4개월이 상당히 중요한 시점이 아닌가 한다.

--대북전단은 계속 두고만 볼 것인가.

▲ 정부 입장에서는 기본적인 원칙을 견지해 나가면서 동시에 원칙에만 얽매여 있을 수는 없다. 더구나 전단문제는 접경지역 주민들이 굉장히 위협적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우리로서는 최근에 그런 부분을 좀 더 많이 생각하고 있다. 얼마 전에도 통일부 당국자가 전단 살포하는 사람을 만나서 얘기도 하고 그랬는데. 앞으로 그런 노력을 더 기울일 생각이다.

--취임 2주년이 다 돼 간다. 그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 작년 10월4일 황병서 등이 내려 왔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 것 같다. 그 사건이 여러가지 점에서 상징적으로 남북관계를 잘 보여주는 사건이 아닌가. 첫째 남북이 같은 민족이라서 저렇게 그냥 내려올 수 있구나 생각했다. 둘째는 북한의 의외성이다. 세 번째로는 북한 고위층들이 자기들 표현으로 굉장히 통 큰, 파격적인 제안을 하는 걸 보면서 참 앞으로도 뭘 하려면 쉽지 않겠구나는 생각이 들었다. 네 번째로는 김양건 비서와 쭉 얘기하면서, 얘기를 하면 또 풀어나갈 수 있겠구나는 생각도 들었다.

그 사건을 보면서 남북관계 특성은 이런 것이고 북한이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그러나 문제를 풀 수는 있겠다고 생각했다. 부정적으로만 생각은 않고 긍정적인 측면이 좀 있다고 생각이 된다.

연합뉴스

많이 본 뉴스

국민연금 개혁 당신의 선택은?
국민연금 개혁 논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산하 공론화위원회는 현재의 보험료율(9%), 소득대체율(40%)을 개선하는 2가지 안을 냈는데요. 당신의 생각은?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50%로 각각 인상(소득보장안)
보험료율 12%로 인상, 소득대체율 40%로 유지(재정안정안)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