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이완구 ‘애증의 관계’
이완구(65) 국무총리와 성완종(64) 전 경남기업 회장은 그야말로 ‘애증의 관계’였던 것으로 보인다.14일 성 전 회장 측근들의 증언에 따르면 성 전 회장은 국무총리까지 승승장구했던 이 총리를 통해 권력을 꿈꿨던 것으로 전해졌다. 부는 상당히 축적했지만 많이 배우지 못한 성 전 회장이 충남지사에 이어 여당 원내대표 자리까지 오르는 등 ‘잘나가는’ 이 총리를 부러워하며 그에게 권력적 ‘구애’를 시도했다는 것이다.
성 전 회장의 한 측근은 이날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성 전 회장이 이 총리와 불편한 관계는 아니었고 평소에도 이 총리를 상당히 도왔다”고 말했다. 총리 인사청문회를 전후로 이 총리를 지지하는 플래카드 수천장이 충청 지역에 내걸린 것과 관련해서는 “그것도 아마 성 전 회장이 다 했을 것”이라고 답변했다. 그는 2013년 4·24 충남 부여·청양 재선거와 2014년 5월 새누리당 원내대표 선출 과정에서도 “성 전 회장이 이 총리를 적잖게 도왔다”고 밝혔다.
실제 성 전 회장은 ‘이완구 원내대표 추대론’이 제기됐던 지난해 4월 말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도 “충청 출신 원내대표가 탄생해야 한다”며 “우리 이 의원이 원내대표로 추대될 수 있도록 잘 도와 달라”고 말했다.
새누리당의 한 재선 의원은 “성 전 회장은 의원이었을 때 국회 본회의장과 의원총회장에서 당 대표를 비롯해 실세 의원들하고만 악수를 했지 다른 의원들과는 인사도 잘 나누지 않았다”며 “식사 자리에서도 자신에게 도움이 될 사람들이 있을 때에만 돈을 냈다”고 밝혔다. 성 전 의원이 권력지향적인 인사였음을 보여 주는 대목이다.
그러나 이 총리는 성 전 회장과 일정 거리를 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총리의 한 측근은 “이 총리는 성 전 회장과 친분이 두텁지 않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이 총리가 대정부질문에서 “성 전 회장이 주도해 조직한 충청포럼에 가입하지 않았고, 충남지사 재직 시 경남기업이 충남 태안군 안면도 개발사업 입찰에서 탈락하자 소송을 낸 적이 있다”고 강조한 것에서도 잘 드러난다. 여권의 한 인사는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중학교 때 엑스레이 사진을 제시할 정도로 경력 관리에 철저한 이 총리가 성 전 회장이 향후 정치 행보에 걸림돌이 될 것을 우려해 가까이하기를 꺼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두 사람의 관계가 파국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이 총리의 부패 척결 ‘드라이브’는 성 전 회장을 궁지로 몰아갔다. 이에 분노한 성 전 회장이 목숨을 끊기 전 이 총리에게 ‘폭탄’을 던지며 복수를 한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2015-04-15 5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