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폭발력 의도적으로 낮췄나…기술력 못미쳤나

北, 폭발력 의도적으로 낮췄나…기술력 못미쳤나

입력 2016-01-06 16:58
수정 2016-01-06 16:58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지진파 규모 작아 수소폭탄 진위 논란…“증폭핵분열탄 가능성”

이미지 확대
<북 수소폭탄실험> 전격 실시
<북 수소폭탄실험> 전격 실시 북한이 6일 조선중앙TV 특별 중대 보도를 통해 수소폭탄 핵실험을 실시했다고 발표했다. 이날 유럽지중해지진센터(EMSC)와 미국지질조사국(USGS), 중국지진센터 등은 북한의 풍계리 핵실험장 인근에서 오전 10시30분(한국시간) 규모 5.1의 지진이 발생했다고 전했다. 사진은 38노스가 지난 해 10월 23일의 상업 인공위성을 판독한 결과 풍계리에서 핵실험을 위한 새로운 터널공사 움직임이 있다고 12월 2일 홈페이지에 공개한 것.
38노스 홈페이지
북한이 6일 4차 핵실험을 통해 수소탄 실험에 성공했다고 주장함에 따라 진위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핵융합반응을 통해 터뜨리는 수소탄은 통상 일반 원자폭탄의 100배 이상 되는 위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북한이 이를 보유하게 된 것은 국제사회에서 사실상 핵보유국으로서의 입지를 굳히고 ‘비대칭전력’인 핵과 미사일 부문에 있어 남북간 격차를 심화시킬 위협으로 여겨진다.
 군과 정보당국은 이번 핵실험의 위력이 2013년 2월 3차 핵실험 당시 수준인 6㏏의 상대적으로 낮은 폭발력임을 감안할 때 북한이 본격적인 수소폭탄의 실물보다 일반 핵무기의 2~5배의 위력을 지닌 증폭 핵분열탄 실험을 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다만 북한이 핵무기를 탄도미사일에 탑재할 수준의 소형화·경량화 기술을 상당부분 확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군의 한 전문가는 이날 “지난 3차 핵실험의 지진파 규모가 4.9, 2차 핵실험이 4.5였는데 정말 수소탄이라면 이보다 훨씬 더 큰 규모의 지진파가 감지됐을 것”이라며 “수소탄이 원자탄보다 100~1000배의 위력을 지닌다는 점을 감안해 미국은 태평양에서, 러시아는 시베리아 내륙에서 실험을 진행하는 만큼 북한내에서 수소탄 실험을 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수소탄 실험을 진행하려면 폭발력을 감안해 충분한 규모의 핵실험장이 있어야 하는 만큼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본격적 수준의 수소탄 실험이 진행됐을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뜻이다.
 기상청 관계자도 “폭발력을 TNT 양으로 환산할 경우, 2차 핵실험 때 3~4㏏, 3차 핵실험 때 6~7㏏였던 점을 감안하면 규모가 3차에 비해 0.1 작아 에너지의 양 역시 70% 안팎으로 축소된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새롭게 개발된 시험용 수소판의 기술적 제원들이 정확하다는 것을 완전히 확증했으며 소형화된 수소탄의 위력을 과학적으로 해명하였다”고 밝혔지만 실전 무기로 사용될 수 있을 정도의 폭발력을 지닌 수소폭탄 실물을 시험했다고 적시하는 내용은 없다.
 이에따라 북한이 ‘다단계 열핵폭탄’으로 불리는 본격적 수소폭탄 보다 그 전 단계 수준인 ‘증폭핵분열탄’ 시험을 했거나 의도적으로 폭발력을 낮췄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증폭 핵분열탄은 핵융합 반응으로 핵분열의 효율을 높이지만 순수한 핵분열탄인 일반 원자탄보다 2~5배의 위력을 가지고 부피와 무게는 비슷한 수준으로 평가된다.
 국방부는 북한이 중량 1t 이상의 핵무기를 개발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고, 이를 미사일에 탑재하려면 500~600㎏로 줄여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핵융합무기인 증폭핵분열탄이나 수소탄도 무게를 줄이면 탄도미사일에 탑재할 수 있다.
 정보 당국은 북한이 소형화된 수소폭탄을 만들었는지는 식별되지 않았지만 핵 개발 기간을 고려할때 핵무기 소형화 기술을 상당히 확보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는 북한이 핵탄두 소형화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실험장인 평양시 용덕동의 고폭실험장 폭발구의 크기가 1989년 4m에서 2001년에는 1.5m로 줄었고, 최근 1m 이하로 줄어든 것을 포착했기 때문이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연구교수는 “북한이 작은 규모의 핵실험을 했다면 핵무기의 소형화, 경량화를 포함돼 발전될 핵실험을 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북한이 핵무장의 단계를 차곡차곡 밟아가는 대신 우리 정부는 이에 대응할 수단으로 2020년대 중반까지 북한 핵 시설을 선제타격할 ‘킬 체인’과 미사일을 요격하는 한국형미사일방어체제(KAMD) 전력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이 핵탄두 소형화에 성공해 이동식발사대(TEL)와 잠수함 발사탄도미사일(SLBM)에서 핵을 탑재한 탄도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수백개 이상 되는 미사일을 일일히 탐지해 잡아내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