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상봉 신청자 절반 이상 숨져…해결시한 놓쳤나

이산상봉 신청자 절반 이상 숨져…해결시한 놓쳤나

입력 2016-03-20 15:01
수정 2016-03-20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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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령화로 이산가족 1세대 곧 사라질 듯…전문가들 “北 1차적 책임…우리 정부도 일부 책임”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 가운데 고령 등으로 유명을 달리한 이들의 비율이 처음으로 절반을 넘어섰다.

생존자들도 70대 이상 고령층이 전체의 82.4%로 대다수다. 전문가들은 5∼10년 이내에 이산가족 1세대가 모두 사망해 이산가족 문제 해결의 기회가 영영 사라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20일 정부 당국에 따르면 한국전쟁 정전 이후 남북한 이산가족간에 성사된 첫 만남은 1985년 서울과 평양간에 이뤄진 남북 예술단 교류 및 이산가족 상봉 시범 사업이었으나, 단발성 행사에 그쳤다.

본격적인 남북 이산가족 상봉은 15년 뒤인 2000년에 들어서야 이뤄졌고, 이후 지난해 10월까지 20차례에 걸쳐 대면상봉이 이뤄졌다.

그러나 이를 통해 재회의 기쁨을 누린 경우는 4천185건에 불과하다. 7차례 진행된 화상상봉(557건)을 포함해도 상봉 기회를 잡을 수 있었던 이산가족은 손에 꼽을 수준이다.

남북이산가족찾기 접수가 시작된 1988년 이후 정부의 이산가족정보통합시스템에 등록된 남측 가족의 수가 13만838명에 이른다는 점을 감안하면 ‘로또’ 상봉이란 표현이 과하지 않은 셈이다.

상봉이 찔끔찔끔 이뤄지는 사이 고령의 이산가족들은 잇따라 세상을 떠났다. 2월 말 기준으로 남측 가족 13만838명 가운데 50.4%인 6만5천922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금도 연간 2천∼3천여명이 사망하고 있으며,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이산가족 사망자 수는 매년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이산가족 문제의 직접적 이해관계자들이 수년내에 모두 사망해 이슈 자체가 소멸해 버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아울러 북한의 제4차 핵실험 및 대륙간탄도탄(ICBM) 발사 실험으로 당분간 남북관계 개선을 기대할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산가족 문제의 근본적 해결 기회는 이미 사라진 것이나 마찬가지란 지적이 나온다.

1971년 대한적십자의 남북이산가족찾기 제의 이후 45년이 지나도록 이산가족 문제가 해결되지 못한 1차적 책임은 북한 당국에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이산가족 문제는 인류보편적 가치로 접근해야 할 인도적 문제임에도 북한은 그간 이 문제를 정치적 도구로 활용해 왔다”고 말했다.

북한은 틈이 날 때마다 이산가족 상봉을 대남 압박카드로 활용하려는 모습을 보여왔다.

지난해 12월 개성공단에서 열린 제1차 차관급 남북 당국회담에선 “금강산 관광 재개에 합의해야만 이산가족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며 이산가족을 볼모 삼아 실리를 챙기려 들기도 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우리 정부 역시 책임을 완전히 벗을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양 교수는 “우리측도 정치적으로 이 문제에 접근한 측면이 있다”면서 “이번 당국회담이 결렬된 데는 우리측이 너무 소극적이고 경직된 접근을 했던 측면도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금강산 관광 문제는 재개에 합의해도 실제 관광이 시작되기까지 넘어야 할 단계가 많고 언제든 원점으로 되돌릴 수 있었던 반면, 이산가족 문제는 지금이 아니면 해결하기 힘든 사안이었다는 것이다.

장 선임연구원 역시 “호혜적으로 문제를 풀어가지 않고, 원칙을 앞세워 일방적으로 남측의 입장만 내세운다면 진전이 있을 수 없다”면서 “원칙과 명분도 좋지만 현실적으로 문제를 풀어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이산가족 문제는 인류의 비극이고 이념과 체제를 떠나 남북이 함께 해결해야 할 사인이나, 북한 당국 입장에선 체제 안정 위협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는 점을 인정한 뒤 해결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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