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군 모집 늘리고 군내 ‘잡일’ 민간 아웃소싱도 확대…예산 관건병역자원 감소 대책 국무조정실 차원서 범정부적 논의 착수
우리 군이 ‘병역자원 절벽’ 대책으로 징병검사에서 현역 판정 비율을 90%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새로운 신검 기준을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남성 자원 공백을 메우도록 여군 모집을 늘리고, 현역병은 오로지 전투에 대비한 교육훈련에 매진하도록 소위 ‘군대에서 잡일’을 민간에 아웃소싱하는 분야도 더욱 확대할 계획이다.
군의 한 고위 관계자는 22일 “2020년 이후 일정 수준의 현역병 규모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징병 신체검사의 현역 판정 기준을 다시 완화할 수밖에 없다”면서 “2020년 이후 징병검사에서 현역 판정 비율을 90% 이상으로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의 인구 구조를 볼 때 2020년대에 들어서면 병역자원의 급격한 감소가 불가피하다”면서 “현역 자원 확보를 위해 징병 신체검사의 현역 판정 기준도 완화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작년 10월부터 입영 적체 문제를 해소하고자 징병 신체검사의 현역 판정 기준을 강화했다. 현역인 1∼3급 판정 기준을 높여 정예 자원을 현역으로 받아들이는 한편, 보충역인 4급 판정 기준을 낮춰 사회복무요원을 늘리는 방식으로 입영 적체 현상 해소에 나섰다.
징병 신체검사에서 현역 판정 비율은 평균 90%에 가까웠으나 이 조치가 시행된 작년 10월 이후부터 1∼2%포인트가량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2020년대부터는 병역자원 감소로 현역병 확보에 비상이 걸린 만큼, 징병 신체검사에서 높여놓은 현역 판정 기준을 낮춰 현역 입영 규모를 조금이라도 늘린다는 것이 구상이라고 이 관계자는 설명했다.
국방부는 전환·대체복무요원을 단계적으로 줄이는 첫해인 2020년부터 징병 신체검사에서 현역 판정 기준을 작년 8월 이전 수준으로 되돌리는 방안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닥쳐올 병역자원 부족 현상에 따라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개년에 걸쳐 전환·대체복무요원을 단계적으로 줄이고 2023년부터 이들을 한 명도 뽑지 않는다는 계획을 마련해 부처간 협의를 진행 중이다. 2023년부터 해마다 2만∼3만명의 병력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또 병역자원 공백을 메우기 위해 여군 모집 규모를 더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2020년까지 장교와 부사관의 여군 비율을 각각 7%, 5%로 늘릴 계획이다. 여군 장교를 양성하는 여자대학 학군단(ROTC)이 올해 3곳으로 늘어나는 등 여군 장교 ‘관문’은 계속 확대되고 있다.
병역자원 감소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여군 확대 방안이 우선적으로 거론되고 있지만, 여군이 모두 간부로 뽑히기 때문에 예산을 확보하는 것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병역자원 절벽’ 시대가 도래하는 상황에서 입영하는 현역병의 정예화를 위해 교육훈련 외에 일체의 ‘잡일’은 시키지 않을 방침이다. 이에 따라 부대 시설 관리, 청소, 제초를 포함한 전투근무지원 업무를 민간업체에 더욱 아웃소싱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군의 임무를 전투 업무에 집중함으로써 병역자원 감소 현상에 대한 대책으로 삼을 수 있지만, 예산 문제가 걸려 있어 부처간 긴밀한 협의가 필요한 사안이다.
정부는 전환·대체복무요원 폐지 계획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자 국무조정실 차원에서 병역자원 감소 현상에 대한 범정부적인 대책 마련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 관계자는 “예산 제약이 따르는 현실에서 병역자원 감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묘수를 찾기 힘든 게 사실”이라며 “유관 부처와 긴밀히 협의해 최선의 방안을 찾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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