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日 10억엔’ 막판 조율…외교부 “빠른시일 출연 협의중”

한일, ‘日 10억엔’ 막판 조율…외교부 “빠른시일 출연 협의중”

입력 2016-08-09 10:47
수정 2016-08-09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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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국장, 오전 협의·오찬 이어 오후까지 마라톤 회동

한일 정부가 9일 서울에서 양국 외교당국 국장 간 협의를 열어 지난해 말 일본군 위안부 합의에 따른 피해자 지원사업을 논의했다.

정병원 외교부 동북아시아국장과 가나스기 겐지(金杉憲治)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을 각각 대표로 하는 한일 국장 협의는 이날 세종로 외교부 청사에서 열렸다.

양 국장은 이날 오전 10시께 회의를 시작해 약 3시간가량 논의한 뒤 오찬을 함께했으며, 이후 외교부 청사로 돌아와 오후까지 협의를 이어갔다.

양측은 한일 합의에 따라 지난달 28일 공식 출범한 ‘화해·치유 재단’에 일본 측이 출연할 예산 10억엔(약 107억원)의 사용처와 출연 시기 등을 집중적으로 조율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단 출범 이후 국장급 협의가 열린 것은 처음으로, 양측은 재단 사업과 출연 시기 등에 대해 공통 이해를 도출하기 위해 막판 담판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재단의 활동에 지장이 초래되지 않도록 빠른 시일 내에 일본 출연금이 거출이 되고, 재단이 활동하는 방향으로 협의를 진행 중에 있다”고 밝혔다.

한 외교 소식통은 “출연 전 마지막 국장급 협의가 될 가능성이 있다”며 양측이 막바지 조율을 시도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그러나 출연금의 사용 방식을 놓고 한일 양측이 시각차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얼마나 의견 접근이 이뤄질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평가다.

우리 측은 출연금이 피해자들의 희망에 맞게 쓰일 수 있도록, 되도록이면 이들에게 직접 혜택이 돌아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조 대변인은 “피해자분들의 의견을 수렴해 가면서 재단 사업을 결정하고 추진해 갈 것”이라며 “피해자분들의 의사를 최대로 반영한 맞춤형 사업을 위해 이분들이 희망하는 사용처를 재단에서 파악해서 사업을 진행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본 측은 피해자들에게 직접 지원금을 지급하는 형태는 배상 성격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서비스 등 간접적인 방식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내 일각에서는 ‘미래지향적인’ 용도에 쓰여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오지만 이런 주장은 한일 합의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 우리 정부 내 시각이다.

조 대변인은 “재단 사업의 목표와 목적은 피해자분들의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사업활동”이라고 강조했다.

양측이 재단 사업에 대해 얼마나 견해차를 좁히느냐에 따라 출연금 거출 시기도 구체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 측은 재단이 수행할 구체적 사업을 예산 출연 전에 확약받으려고 할 가능성도 있다.

주한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 철거 문제를 일본 정부가 10억 엔 출연과 직접 연계할 가능성은 작지만, 소녀상 문제에 민감한 자국 내 여론을 재차 거론하며 우리 측을 압박할 소지도 있다는 분석이다.

소녀상과 관련한 한일 합의 내용은 “한국 정부는 일본 정부가 공관의 안녕·위엄의 유지라는 관점에서 우려하고 있는 점을 인지하고, 한국 정부로서도 가능한 대응 방향에 대해 관련 단체와의 협의 등을 통해 적절히 해결되도록 노력한다”는 것이다.

이번 회의는 지난 6월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에 선임된 가나스기 신임 국장의 한일 국장급 협의 ‘데뷔전’이다.

가나스기 국장은 전날 한국에 입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은 이번 협의 결과를 바탕으로 외교장관 레벨 등에서 위안부 합의 이행 방안을 추가 조율할 가능성이 있다. 이달 하순 추진되는 것으로 알려진 한일중 3국 외교장관 회의가 성사된다면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일본을 방문해 기시다 후미오 외무상과 만날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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