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메, 새누리가 변했네

워메, 새누리가 변했네

허백윤 기자
허백윤 기자
입력 2016-08-12 22:40
수정 2016-08-12 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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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현 대표 파격 변화하는 與

‘영남당’ 최고위 회의에서 호남 억양… ‘봉숭아학당’ 차단 공개발언도 없애
野3당 대표에 선배 예우 90도 인사… 비서실장엔 윤영석 의원 임명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연일 파격적인 행보를 보이며 사흘 만에 새누리당 곳곳에서 눈에 띄는 변화가 포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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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전 대통령 찾아간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
이명박 전 대통령 찾아간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 새누리당 이정현(왼쪽) 신임 대표가 지난 12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무실을 방문해 이 전 대통령과 면담을 나눈 뒤 나오며 고개 숙여 악수하고 있다. 뒤쪽은 김효재(왼쪽) 전 청와대 정무수석과 류우익 전 대통령 비서실장. 연합뉴스
가장 상징적인 변화는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다. 지도부 회의에서 마이크를 통해 들려오는 유일한 목소리는 바로 전라도 억양과 사투리다. 영남을 기반으로 했던 새누리당의 지도부 회의에서 첫 발언으로 호남 억양이 들려온 것은 처음이다. 이 대표는 순서대로 돌아가며 모두발언을 했던 관행을 깨고 회의를 비공개로 바꿨다. ‘투 톱’인 정진석 원내대표조차 공개 발언권이 없다. ‘봉숭아 학당’을 막자는 취지이지만 지도부의 언로(言路)를 아예 차단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따른다.

이 대표는 첫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든 것들이 느리게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당직 인사도 현 체제로 당분간 유지하겠다고 밝혔고, 의원총회에 앞서 원외당협위원장 회의를 먼저 열어 당 발전에 대한 의견을 듣겠다고 말했다. 당직에서도 배려할 것으로 관측된다. 사무처 당직자 월례조회에서는 “아우님들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안다”며 길을 터 주겠다고도 약속했다.

12일까지 사흘 동안 정세균 국회의장을 비롯해 야3당 대표들을 모두 만났고 모두 ‘선배’로 깍듯이 예우했다. 먼저 90도로 허리를 숙여 인사했고 손발을 가지런히 모아 앉은 뒤 두 손은 무릎 위에 놓았다. 광나는 구두 대신 발이 편한 컴포트화를 신었다. 박근혜 대통령을 만났을 때는 “몇 가지 말씀을 올리고 싶습니다”라면서 할 말은 다 하는 화법도 화제가 됐다. 이 대표는 “앞으로 자주 연락드리겠다고 했고 대통령도 알았다고 기꺼이 답변하셨다”, “(회동을) 수시로 할 것이고 사안이 있으면 언제든지 면담을 신청해서 만날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스스로 ‘수평적’ 당 운영과 당·청 관계를 언급했지만 사실상 참모진의 화법에 가깝다. 따라서 박 대통령과 이 대표의 관계를 두고 새로운 ‘밀월 관계’라는 기대와 함께 “결국은 주종 관계 아니겠느냐”는 비관적인 전망도 나온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페이스북에 “이 대표는 당 대표이지 대통령의 비서가 아니다. 이런 식이라면 결국 ‘박근혜 총재 시대’를 열어 정치발전의 퇴행이 불을 보듯 온다”면서 “비공개 회의도 좋지만 대통령께 직언을 해야 대통령도 성공하고 이 대표도 성공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한편 이 대표는 12일 비서실장에 윤영석(경남 양산갑) 의원을, 비서실 부실장에 서울 노원을 당협위원장인 홍범식 변호사를 각각 임명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2016-08-13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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