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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탁금지법 한 달…투명사회 전기 마련했지만 곳곳서 혼란

청탁금지법 한 달…투명사회 전기 마련했지만 곳곳서 혼란

입력 2016-10-26 18:50
업데이트 2016-10-26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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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치페이 문화’ 확산 추세…내수 위축 우려도 커져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이 본격적으로 시행에 들어간 지 27일로 한 달을 맞는다.

일명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청탁금지법은 한국 사회의 뿌리깊은 부정·부패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낡은 접대 문화를 혁명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제도적 전기를 마련했다.

그러나 유권해석을 놓고 혼란이 끊이지 않은 가운데 위법 여부에 대한 일반인들의 질의가 폭주하면서 주무부처인 국민권익위원회가 신속 대응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커피·카네이션 논란’은 현재 진행형이고 부처별 혼선도 완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법령 해석 등 각종 혼란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 범정부 TF를 만들어 대응하기로 했다.

◇투명사회 발전의 전기…‘시행착오’로 혼란 계속 = 청탁금지법은 한국 사회에 일대 변화의 바람을 몰고 왔다. 저녁 약속이 크게 줄어들었고 ‘더치페이 문화’가 확산되는 추세다.

특히 공무원들이 청탁금지법을 이유로 뿌리치기 어려웠던 청탁을 거절할 수 있게 된 점은 청탁금지법의 긍정적 효과로 꼽힌다.

국정감사에서도 새로운 풍경이 펼쳐졌다.

지금까지는 국정감사 기간 정부 부처 등 피감기관이 국회의원들에게 식사를 대접하는 게 관례화됐지만, 올해부터는 이런 모습이 사라졌다. 권익위가 국감 기간 국회의원이나 보좌진에게 식사를 대접하는 것은 법 위반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정적인 영향도 있었다.

공직사회 등을 중심으로 “일단 조심하자”는 분위기가 확산하면서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일대나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일대의 식당 상권은 얼어붙었다.

이 때문에 식당은 3만원 이내의 ‘김영란 세트’를 앞다퉈 내놓기도 했다.

축제의 계절인 가을이 됐지만 꽃 주문이 대폭 줄어 화훼농가는 울상을 지었고, 골프장에도 찬바람이 불었다.

청탁금지법으로 내수위축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대한상공회의소, 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 6단체가 내수 활성화를 결의하기도 했다.

◇권익위, 유권해석 혼선…카네이션·캔커피 논란이 결정타 = 지난 한 달 동안 권익위에는 유권해석에 대한 질의가 폭주했다.

25일 오후 6시 현재 권익위에 들어온 질의 건수는 공문·메일 질의가 1천443건, 홈페이지 질의가 2천438건, 국민신문고 질의가 1천17건 등 4천898건이다.

하루 평균 175건에 달하는 수치다. 권익위가 처리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는 말이다.

무엇보다 권익위의 ‘오락가락’ 대응은 혼란을 부추겼다.

대표적인 사례가 ‘카네이션·캔커피 논란’이다.

권익위는 학생이 교사에게 카네이션과 캔커피를 줄 수 있느냐는 질문에 “원천적으로 금지된다”면서도 “현실적으로 처벌할 수 있겠느냐”고 ‘애매모호한 답변’을 내놓았다.

또 음식물·선물·경조사비 반환 기준과 관련해서도 당초에는 가액기준을 넘으면 전액을 반환해야 한다고 밝혔다가 가액기준 초과 금액만 반환하면 된다고 말을 바꿨다.

쪽지예산이 허용되는지에 대해서도 기획재정부는 “부정청탁에 해당해 법 위반”이라고 밝혔지만, 권익위는 “국회의원이 공익적인 목적으로 제삼자의 고충 민원을 전달하는 행위여서 부정청탁이 아니다”라면서 이견을 보였다.

◇신고 건수도 증가…‘청탁금지법 1호’ 재판도 = 청탁금지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신고 건수도 늘고 있다.

25일 오후 6시 현재 권익위에 접수된 청탁금지법 신고접수는 부정청탁 17건, 금품수수 25건, 외부강의 2건 등 44건이다.

접수 경로를 보면 인터넷 접수가 39건으로 가장 많았고, 방문접수 2건, 우편접수 3건이다.

또 감사원에는 현재까지 8건의 신고가 접수됐다.

지난 18일에는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는 첫 번째 사례도 나왔다.

강원도 춘천지방법원은 춘천경찰서 수사관에게 4만5천원 상당의 떡 한 상자를 보낸 민원인에 대한 사건을 접수했다.

당시 담당 수사관은 떡을 즉시 돌려보내고 경찰서 청문감사실에 서면으로 자진 신고를 했으며, 경찰은 수사관에게 떡을 보낸 것은 청탁금지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보고 법원에 과태료 부과를 의뢰했다.

지난 21일에는 서울남부지법이 경찰관에게 현금 1만원을 민원인에 대한 사건을 접수했다.

법 위반이 입증되면 이들 민원인은 2∼5배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관계부처 합동 TF 구성…늦었지만 혼란 해소 = 혼란이 증폭되자 정부는 관계부처 합동 TF를 구성해 범정부 차원에서 대응하기로 했다.

황교안 국무총리는 지난 14일 관계부처 차관회의에서 “법 시행 초기이고 적용 대상자가 400여만명에 이르다 보니 일부 혼선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권익위는 법무부·법제처 등과 협력 체계를 갖춰 보다 체계적으로 검토 조치할 필요가 있다”고 TF 구성 배경을 설명하기도 했다.

TF는 권익위 부위원장, 법무부 법무실장, 법제처 차장으로 구성되고, 주 1회 회의 개최를 원칙으로 한다. 그러나 긴급한 현안이 발생하면 수시로 회의를 열어 쟁점이 되는 사안에 대한 기준을 정립한다.

정부는 또 관련 부처 과장급 5명으로 구성된 실무협의회와 관련 부처 4∼5급 8명으로 구성된 실무작업반을 각각 운영하면서 TF 업무를 지원키로 했다.

정부는 26일 오전 세종청사에서 국무조정실, 기획재정부, 교육부, 법무부, 문화체육관광부, 국민권익위원회 실무 담당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제1차 실무협의회를 열었다.

본격적인 TF 1차 회의는 27일 또는 28일에 열릴 것으로 보인다. TF는 회의가 끝난 뒤 반복되는 질의를 중심으로 FAQ(자주 묻는 질문과 답변)를 작성해 배포할 계획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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