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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사가 최태민에 빗댄 ‘라스푸틴’은 누구?…100년 전 ‘국정농단 무속인’

미국 대사가 최태민에 빗댄 ‘라스푸틴’은 누구?…100년 전 ‘국정농단 무속인’

방승언 기자
입력 2016-10-28 17:17
업데이트 2016-10-28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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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주한 미국 대사관이 박근혜 대통령 ‘비선실세’ 최순실의 아버지 최태민 영생교 교주를 러시아 왕조를 배후 조종했던 인물 ‘라스푸틴’에 빗대어 설명한 사실이 재조명되고 있다.

폭로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에 수록된 2007년 7월 20일 문서에 따르면 윌리엄 스탠턴 당시 주한 미 부대사는 한국 대선을 앞두고 각당 후보와 대선 이슈를 본국에 보고하면서 최태민을 라스푸틴과 비교했다.

‘괴승’ 혹은 ‘요승’으로 알려진 그레고리 에피모비치 라스푸틴은 1900년대의 인물로, 러시아 황실의 총애를 이용해 정권을 막후에서 조종한 사이비 종교인이다. 비단 최태민 뿐만 아니라 최태민의 딸 최순실 또한 연상되는 대목이다. 무려 100여 년 전의 인물이지만 그의 전횡은 현재의 국정농단 사태와 여러 측면에 닮아 있다.

1903년, 러시아 황태자 알렉세이는 혈우병을 진단받고 황후 알렉산드라는 그 치료를 위해 여러 의사의 도움을 구하지만 실패한다. 이 시기 신흥종교의 승려 라스푸틴은 페테르부르크 지역에서 귀족사회에 발을 들여놓고 추종자를 모으고 있었는데, 이 와중에 한 대공비의 도움을 통해 황후를 알현할 기회를 가지게 된다.

윌리엄 스탠턴 전 주한 미 부대사가 작성한 2007년 보고서 일부. “박근혜의 반대 세력은 최태민을 ‘한국판 라스푸틴’이라고 일컫는다”고 적혀 있다.
윌리엄 스탠턴 전 주한 미 부대사가 작성한 2007년 보고서 일부. “박근혜의 반대 세력은 최태민을 ‘한국판 라스푸틴’이라고 일컫는다”고 적혀 있다.
알렉세이를 만난 라스푸틴은 알 수 없는 방법으로 혈우병을 치료했으며, 이를 계기로 황후와 니콜라이 2세 황제의 신임을 얻는다. 황제 부부의 비호를 받은 라스푸틴은 빠르게 부를 축적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에 대한 황후의 애정과 신뢰를 이용해 황후와 황제를 조종하기 시작한다. 라스푸틴이 알렉산드라와 밀월 관계에 있다는 소문은 금세 전국에 파다해졌고, 라스푸틴 스스로도 사석에서 황제 부부를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다고 자랑하곤 했다.

이 같은 사실은 1910년 경 신문에까지 보도되면서 폭 넓은 분노를 샀지만 라스푸틴에 대한 알렉산드라의 의존은 오히려 강해졌고, 1911년부터는 정부 고위직 인사 선출 및 해임에 라스푸틴이 직접 개입하는 등 노골적인 국정농단이 자행되기에 이른다.

황제 부부의 이 같은 실정(失政)을 보다 못한 일부 귀족들은 1916년 라스푸틴의 암살을 시도한다. 기록에 따르면 라스푸틴은 수차례의 음독과 총탄 피격에도 죽지 않다가 네바 강에 던져진 이후에야 숨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라스푸틴을 제거해 황실의 기강을 바로잡고자 했던 귀족들의 시도는 실패로 돌아갔다. 라스푸틴 스캔들로 인해 추락한 러시아 황실의 이미지는 쉽게 복구되지 않았고 니콜라이2세는 라스푸틴 암살 약 2개월 뒤 실각, 1917년 혁명이 일어나면서 이듬해 가족과 함께 살해 당했다.

방승언 기자 earny@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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