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민심 청취하며 숙고…‘김병준 카드’는 野에 읍소

朴대통령, 민심 청취하며 숙고…‘김병준 카드’는 野에 읍소

입력 2016-11-07 11:57
수정 2016-11-07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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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계 지도자들과 만나 정국해법 경청하고 여야 영수회담 추진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 사태’로 인한 정국 혼란을 풀기 위해 민심 경청모드에 들어갔다.

박 대통령은 7일 천주교와 기독교 원로들과 각각 만나 정국 수습책을 청취할 예정이라고 청와대가 밝혔다.

불교를 포함한 나머지 7대 종단 지도자들도 가급적 금주 중 만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지난 4일 대국민담화에서 “사회 각계의 원로 분들과 종교 지도자분들, 여야 대표님들과 자주 소통하면서 국민 여러분과 국회의 요구를 더욱 무겁게 받아들이겠다”고 약속한 데 따라 종교계 지도자들 우선 초청해 면담하는 자리다.

종교계 면담에서 박 대통령은 어떻게 사태를 수습해야 할지에 관한 조언을 듣고, 국정 혼란을 해소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노력을 설명하면서 각 교단의 협조를 당부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병준 국무총리 내정자에 대한 야당의 반대를 무마하기 위해 박 대통령이 김 내정자에게 내치(內治)에 관한 전권을 주고 자신은 사실상 2선 후퇴하겠다는 의지를 밝힐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으나,여야 대표들과의 영수회담을 추진 중이라는 점에서 이런 구상은 종교계 면담에서는 내놓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박 대통령이 사회 각계각층과의 소통에 나선 것은 금주가 정국 수습의 중대 고비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조치로 보인다.

지지율이 5%(한국갤럽)까지 떨어진 가운데 대국민담화에도 불구하고 다음날인 5일 서울 도심 촛불집회에 20만명(주최측 추산)이 몰려온 데다, 오는 12일에는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도 장외로 나가기로 해 퇴진을 요구하는 여론의 압박이 한층 거세질 전망이다.

이날 발표된 리얼미터의 11월 1주차 여론조사에서도 박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도는 전주보다 7.5%포인트 떨어진 11.5%를 기록해 이 기관 집계로는 역대 최저치를 경신했다.

다만 4일 대국민담화 직후에는 60대 이상(3일 23.5%→4일 28.4%)과 새누리당 지지층(3일 36.9%→4일 42.6%)에서 소폭 반등세를 보였다. 지지층의 하락세가 멈췄다는 점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이런 상황에서 박 대통령은 ‘김병준 책임총리’ 카드를 정국 수습의 열쇠로 보고 야권에 인사청문 절차를 밟아줄 것을 거듭 호소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한광옥 대통령 비서실장과 허원제 정무수석이 국회를 방문해 여야 대표들과 만나 박 대통령과의 영수회담 개최를 공식 제안했다.

그러나 민주당이 ▲별도 특검과 국정조사 ▲김병준 국무총리 내정 철회 ▲2선 후퇴 및 국회 추천 총리 수용 등 3가지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영수회담은 커녕 한 비서실장도 만나줄 수 없다며 면담을 거부했고, 국민의당 박지원 비대위원장도 한 비서실장을 만나 김 총리 내정자 지명철회와 박 대통령의 탈당이 전제되지 않고는 회담에 응할 수 없다는 뜻을 밝혀 회담 성사에 난항이 예상된다.

야당의 태도를 의식한 듯 한 비서실장은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와 만나 “대통령께서 국회에 올 수도 있다”면서 “총리 내정 절차에 문제가 있다고 인정을 하고 모든 문제를, 의제에 구애받지 말고 영수회담에서 논의하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야당의 강한 반발로 박 대통령이 ‘김병준 카드’를 포기하는 수순을 준비하는 것으로 보고 있으나, 일단 청와대는 국정 공백을 막기 위해 김 내정자 인준을 ‘읍소’하는 데 전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한 참모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우리가 모신 지 며칠이나 됐다고 퇴진시킬 수 있겠나”라며 “설득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한다는 게 기본 입장이고, 이번 주에는 야당과 적극적으로 접촉할 것”이라고 말했다.

야당 설득을 위해 김 내정자에게 책임총리 권한을 분명히 보장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는 데도 공을 들이고 있다.

정연국 대변인은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 내정자의 권한 부분은 내정자가 말한 그대로다. 그것에 대해서는 이론이 있을 수 없다”라며 권한을 100% 행사하겠다는 김 내정자의 발언에 힘을 실었다.

또 다른 청와대 관계자도 “김 내정자에게 모든 권한을, 현행법에서 수행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드리겠다는 것은 분명하다”며 “이번에 여야 대표를 만나면 김 내정자에 대해 재고해줄 것을 부탁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국회의 동의 없이는 총리 임명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결국은 야당의 요구를 받아들여 김 내정자를 포기하고 여야 추천 인사를 총리로 다시 내정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한 비서실장이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총리 내정 철회까지 가능하냐는 물음에 “그 문제까지 영수회담에서 하자는 이야기”라고 밝힌 것도 이런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해석된다.

또한, 논의 과정에서 ‘박 대통령의 2선 후퇴’ 보장 여부를 둘러싸고 야당과 청와대가 충돌할 수도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2선 후퇴 주장에 대해 “현행법상 2선 후퇴라는 게 법에 있는 것은 아니다”면서 “업무 수행 과정에서 실질 권한을 갖느냐의 문제지 용어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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