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파국’ 와중 맞이한 YS 1주기…“巨山 지도력 그리워”

‘정치 파국’ 와중 맞이한 YS 1주기…“巨山 지도력 그리워”

입력 2016-11-22 13:30
수정 2016-11-22 16:52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여야 지도부·대선주자 총집결…이정현·서청원은 불참

이미지 확대
22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현충관에서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 서거 1주기 추모식이 열리고 있다.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22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현충관에서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 서거 1주기 추모식이 열리고 있다.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최순실 게이트’로 여권 전체가 존망의 위기에 몰린 가운데 현 새누리당의 기틀을 마련한 고(故)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1주기 추모식이 22일 국립서울현충원 현충관에서 엄수됐다.

정세균 국회의장과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정의당 심상정 대표와 노회찬 원내대표 등 여야 지도부와 한광옥 대통령 비서실장 등 청와대 참모진이 참석해 고인의 업적을 기렸다.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와 손학규 전 대표,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 등 여야 대선 주자들과 이홍구·이수성 전 국무총리, 박관용·박희태·김형오 전 국회의장 등 정치권 원로들도 자리에 함께했다.

그러나 최순실 게이트의 여파 속에 집권 여당 대표인 이정현 대표와 상도동계 출신으로 새누리당 최다선인 서청원 의원은 당초 참석 의사를 밝혔다가 결국 불참했다.

상도동계인 김덕룡 전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상임의장, 김봉조 민주동지회장, 최형우 전 내무부 장관, 이원종 전 청와대 정무수석, 홍인길 전 청와대 총무수석, 김기수 전 비서실장 등도 참석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전날 측근들과 함께 김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했고,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박근혜 대통령, 이희호·권양숙 여사는 추모 화환을 보내왔다.

추모식은 유족과 정·관계 주요 인사 등 2천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김수한 추모위원장의 인사말, 이홍구 전 국무총리의 추모사, 김장환 목사 주관의 종교의식과 추모 영상 상영, 조총 발사와 묵념의 순으로 진행됐으며, 예식 직후 추모객들은 김 전 대통령 묘소에서 헌화와 분향을 했다.

추모위원장인 김수한 전 국회의장은 인사말에서 “위기를 맞을 때마다 저희는 대통령님을 떠올린다”면서 “근자에 국민은 실체를 드러낸 권력층의 무능과 부도덕에 분노하고 있다. 절체절명의 국가 위기 속에서도 전혀 지도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국회와 정치권에 절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전 의장은 “때마침 맞게 된 김영삼 대통령님의 1주기가 이 나라 위정자와 정치인들이 냉철히 자신을 성찰하고 심기일전하는 소중한 계기가 되기를 염원한다”고 덧붙였다.

이홍구 전 총리는 추모사에서 “전쟁의 먹구름이 몰려들었고 국내 정치는 파국의 조짐이 짙어지고 있다. 국민의 삶도 어려움을 면치 못하고 있다”면서 “이렇듯 걱정스러운 상황이기에 대통령님을 보낸 슬픔에 더해 당신의 공헌과 지도력에 대한 존경의 마음이 더욱더 간절하다”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의 차남인 김현철 국민대 정치대학원 특임교수는 “온 나라가 지금 고통 속에 나아갈 방향을 잃고 국민은 그야말로 도탄에 빠진 오늘의 위기를 마주하고서야 추위 속에 떠난 아버님을 향한 그리움이 더욱 사무친다”면서 “오늘 이 혼란한 시기에 아버님을 이렇게 기억하고 싶다. 아버님은 언제나 국민을 사랑하고 국민을 신뢰하고 국민을 두려워했다”고 말했다.

추모식 자리를 지킨 여야 의원들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꽉 막힌 국정 난맥상을 푸는데 김 전 대통령의 정치력이 절실하다며 한목소리를 냈다.

상도동계 출신의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는 페이스북에 올린 추모글에서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는 대통령님의 말씀처럼 국민을 이기는 권력은 없다”며 “국민의 뜻을 따르고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당원들의 뜻을 따라 원칙과 정도를 지킨다면 결국 역사 속에서 부끄럽지 않을 것”이라고 적었다.

이날 사회를 맡은 정병국 의원은 추모식 후 기자들과 만나 “김 전 대통령 밑에서 정치를 배운 사람으로서 그 뜻을 잇지 못하고 나라를 이 지경으로 만들어 죄송하다”며 “어떻게든 유지를 받들어 상황을 빨리 수습하겠다”고 다짐했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페이스북에 “김 전 대통령은 대의와 명분 하나로 국민을 이끌었던 진정한 지도자였다”며 “나라가 다시 위기에 처했는데 작은 결단도 못 내리고 사소한 이익에만 집착하는 지금 정치인들의 모습을 보셨다면 뭐라고 하셨을까. 자기희생과 도량을 갖춘 정치인이 없어서 허전하다”는 글을 올렸다.

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나라가 혼미하고 국민의 주권을 되찾자는 함성이 깊어질수록 민주주의를 위해 헌신한 김 전 대통령이 더욱 생각난다”고 고인을 추모했다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 역시 “야당 지도자 시절의 김 전 대통령을 아주 존경한다. 그때 ‘닭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는 말씀으로 국민에게 희망을 주셨다”며 “위대한 지도자의 죽음으로 우리 역사의 한 페이지가 넘어가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다”고 현 세태를 꼬집었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김 전 대통령은 우리나라의 민주화와 투명한 사회를 여는 데 역사적 족적을 남겼다”고 평가했고, 같은 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도 “대한민국이 위기 상황일 때 정치지도자들이 어떤 해결책을 생각했을지 추모식 내내 생각했다”고 말했다.

민주당 손학규 전 대표는 “김 전 대통령이 민주주의를 위해 일생을 바친 애국자였듯, 지금은 진정한 애국심과 진정한 민주주의가 필요한 때”라며 “현재의 국민적 분노와 열기는 4·19 혁명, 6월 민주화 항쟁에 이어 가히 혁명적 상황이다. 대통령은 모든 것을 내려놓고 물러나고, 정치권은 제7공화국을 준비하는 개헌에 들어가야 한다”고 현 시국을 진단했다.

9차례 국회의원을 지낸 김 전 대통령은 지난 1990년 3당 합당을 통해 새누리당의 뿌리인 민주자유당을 만든 주역으로, 합당 이후 노태우 전 대통령의 ‘민정계’는 세력이 점점 축소됐고, 김 전 대통령의 ‘민주계’가 점차 세력을 꾸준히 키워 현 새누리당의 주축을 이루고 있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3 / 5
학생들 휴대폰의 도청앱 설치 여러분의 생각은?
지난 달 대전의 한 초등학교에서 교사가 김하늘(8)양을 살해한 사건이 발생한 데 이어 정신질환을 가진 교사가 3세 아들을 살해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건이 알려지면서 학부모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개학을 앞두고 불안한 학부모들은 아이의 휴대전화에 도청앱까지 설치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교사들은 이 도청앱의 오남용으로 인한 교권침해 등을 우려하고 있다. 학생들의 휴대폰에 도청앱을 설치하는 것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오남용이 우려된다.
안전을 위한 설치는 불가피하다.
3 / 5
2 / 3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