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 대국민 담화 이모저모
1·2차보다 비교적 차분한 모습檢조사 거부, 사과 한 마디 없어
“가까운 시일 내 말씀드리겠다”
이번에도 기자들 질문 안 받아
이날 오후 2시 30분 청와대 춘추관 기자회견장에 들어선 박 대통령은 그전 담화 때와 마찬가지로 대국민 사과로 운을 뗐다. 또 임기 단축을 표방하는 자리라서 그런지 지난 18년간의 정치 역정을 회고하기도 했다. “제 대통령직 임기 단축을 포함한 진퇴 문제를 국회의 결정에 맡기겠다”고 말할 때는 약간 목이 메는 듯했다.
하지만 1, 2차 담화 때와 마찬가지로 박 대통령은 “저로서는 국가를 위한 공적 사업이라고 믿고 추진했던 일들이었고 어떠한 개인적 이익도 취하지 않았다”며 최순실 사태와 관련한 자신의 혐의를 일절 인정하지 않았고 잘못을 모두 측근들에게 돌렸다. 또 지난 2차 담화 때 성실하게 검찰 수사를 받겠다고 국민 앞에 약속해 놓고 실제로는 검찰의 대면조사를 피하며 사실상 수사를 거부한 데 대해서는 한마디도 사과하지 않았다.
박 대통령이 담화문을 다 읽은 뒤 퇴장하려고 할 때 일부 기자가 “대통령님 질문 있습니다”라고 외쳤다. 청와대가 1, 2차 담화 때처럼 이번에도 질문을 받지 않겠다고 사전에 공지했음에도 질문을 받아 달라는 요청이 나온 것이다. 그러자 박 대통령은 곤혹스러운 표정으로 “오늘은 무거운 말씀을 드렸기 때문에 가까운 시일 안에 여러 가지 경위에 대해 소상히 말씀을 드리겠다”면서 “질문하고 싶은 것은 그때 하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기자는 물러서지 않고 “최순실씨 등과의 공범 관계 혐의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냐”고 물었으나 박 대통령은 결국 대답 없이 고개를 돌려 퇴장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오늘은 정치적 입장에 대해 이야기한 것이고 수사 등 다른 전반적 이야기나 질의응답을 하는 시간은 조만간 가질 것으로 이해해 달라”고 했다. 대통령이 떠난 연단 옆에는 청와대 직원들이 긴급 담화를 위해 황급히 가져다 놓은 대통령 상징 봉황기가 처연하게 서 있었다.
김상연 기자 carlos@seoul.co.kr
2016-11-30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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