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단축 개헌’은 야권분열 동반…지도부 수용 어려워
“유일한 방법은 탄핵 뿐이다.”박근혜 대통령이 “국회 결정에 맡기겠다. 법 절차에 따라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지만 야권이 탄핵의 고삐를 좀처럼 늦추지 않고 있다.
박 대통령이 자진사퇴를 거부하는 이상 야권의 선택지 역시 탄핵 밖에는 남지 않았다는게 현시점에서 야권이 정리한 입장이다.
일단 대통령이 퇴진 방식은 ‘정치적 결단’에 따른 자진사퇴와 ‘법적 절차’에 따른 퇴진으로 나뉜다는게 야권의 시각이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법적 절차에 따르겠다는 것을 명시하면서 정치적 결단의 가능성은 사실상 닫힌 것으로 야권은 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현행 헌법상 법적 절차에 따라 임기를 줄이며 물러날 수 있는 방법은 탄핵과 개헌 밖에 없다.
이중 임기단축을 위한 개헌 역시 야권이 선택하기는 어려운 카드라는 것이 지도부의 판단이다.
더불어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개헌론이 수면위로 부상하는 순간 대통령의 책임론이 옅어질 수밖에 없다”며 “개헌을 주도적으로 추진할 책임총리가 누구냐에 대한 논의에 모든 시선이 쏠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단숨에 국면이 전환될 수 있다. 이는 박 대통령이 지난달 개헌을 제안했을 때부터 지적됐던 문제”라며 “즉각 하야를 바라는 민심이 이를 어떻게 바라볼지도 알 수 없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의 임기단축만을 위한 ‘원포인트 개헌’을 하면 된다는 주장도 있지만, 일단 개헌론에 손을 대기 시작하면 권력구조 개편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질 수 있다. 야권이 분열될 우려가 있는 셈이다.
이를 의식한 듯 야당 지도부는 이날 탄핵 말고는 대안이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야3당 대표 회동에서 “대통령 임기를 중단시키거나 퇴진시키는 다른 방법은 없다. 대통령이 헌법을 착각한 것 같다”고 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대위원장 겸 원내대표 역시 “탄핵만이 길이다”라고 강조했다.
야3당 대표는 이날 회동에서도 “임기 단축을 위한 여야 협상은 없다”고 못을 박았다.
이에 따라 야권 지도부는 탄핵안 발의는 상수로 두고서 비박(비박근혜)계 설득에 전력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임기단축 개헌’의 카드가 완전히 닫혔다고는 보기는 어렵다.
현실적으로 여당내 이탈표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다면 탄핵안 통과가 불가능한 만큼 비박계와의 ‘협상’ 여하에 따라 여지가 열려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비박계 설득에 실패한다면 차선책으로 이를 수용해 임기를 단축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나아가 야권내 개헌파들 사이에서는 “정치·사회 전반을 개조할 수 있는 개헌의 기회를 놓쳐서는 안된다”며 적극적으로 개헌에 나서자는 주장도 흘러나오고 있다.
이와 별개로 대통령의 ‘정치적 결단’에 따른 퇴진을 더 압박하자는 주장도 제기됐다.
민주당 민병두 의원은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대통령이 폭탄을 던졌으면 이번에는 그 폭탄을 청와대에 다시 던지면 된다”고 말했다.
민 의원은 “예를 들어 야당이 ‘대통령 권한대행 지위의 총리 제안-2월 대통령 사임-4월 대선’ 등으로 로드맵을 만들고 대통령이 수용하도록 압박할 수 있을 것”이라며 “만일 거부하면 대통령 담화는 위장 사임이었음이 확인되는 만큼 탄핵안을 그대로 처리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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