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최순실 농단에 ‘정책쇄신’으로 반성문

새누리, 최순실 농단에 ‘정책쇄신’으로 반성문

입력 2017-01-22 16:12
수정 2017-01-22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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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정책 획기적 ‘좌클릭’…바른정당과 정책경쟁 본격화

새누리당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이 22일 발표한 정책쇄신안을 놓고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반성문을 제출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날 발표한 정책쇄신안들은 사실상 새누리당의 대선공약이다. 따라서 보수정당을 자처해온 새누리당이 야권이 주도해온 경제민주화와 재벌개혁 선명성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책쇄신안 중 눈길을 끄는 공약은 ‘정경유착형 준조세 금지법’(기업의 김영란법)이다.

정경유착의 대표적 원인으로 지목된 준조세 징수, 즉 기업 출연금 강제모금 관행을 뿌리 뽑겠다는 것으로, 미르·K스포츠 재단을 통한 기업 출연금 모금 등 최순실 국정농단에 대한 직접적인 반성문으로 풀이된다.

삼성 등이 연루된 이번 국정농단 사태에 대해 확실히 반성하고 선제 개혁조치로 최순실 국정농단과 탄핵 사태를 넘어서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야당의 정책을 수용하는 수준이 아니라 진보 정당이 못하는 것을 보수 여당이 앞장서 개혁하겠다는 의지도 묻어난다.

새누리당이 이날 내놓은 대기업 정책을 보면 야당을 넘어설 정도로 ‘좌클릭’ 한 것으로 기존 ‘정통 보수’ 관점에서 보면 상전벽해에 가까운 정책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인명진 비대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국민을 위해 왼쪽으로 가는 것이 뭐가 나쁘냐”며 “국민을 위해서라면 어디로 가는 것을 우리가 왜 마다하나. 국민을 위하는 것이라면 어디든 가야 한다”며 노선 변경의 당위성을 역설했다.

실제로 이날 정책쇄신안에는 그동안 새누리당이 지지해온 경제노선에선 상상하기 힘들었던 대기업 개혁안이 담겼다.

대표적인 것이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의 도입으로 새누리당은 대기업이 중소기업 특허를 침해하거나 가맹사업법을 위반할 경우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적용키로 했다고 밝혔다.

징벌적 손해배상은 불법행위를 통해 얻은 이익보다 훨씬 큰 금액을 배상하도록 하는 제도로 미국·영국 등에서는 일반화돼 있으나 국내에서는 매우 제한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적용되면 불법행위로 얻은 이익의 10∼20배에 달하는 배상금을 부담해야 할 수도 있어 재계에서는 이 제도의 도입에 극구 반대해왔다.

재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카드를 꺼내 든 것은 그동안 대기업·기득권에 편향된 정책을 펴왔다는 비판을 잠재우고 중소기업 위주 정책으로 전환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더 나아가 새누리당은 기업분할명령제 도입까지도 검토하기로 했다.

기업분할명령제는 시장의 독과점이 지나쳐 정부의 규제만으로는 독과점 시장의 폐해를 막기 어려울 때 독과점 기업의 강제 분할을 명령하는 제도로 징벌적 손해배상제보다 더 강력한 대기업 규제 법안으로 꼽힌다.

이날 발표한 정책쇄신안의 상당수는 야당에서도 적극적으로 추진 중인 것으로 여야의 합의가 이뤄질 경우 이른 시일 내 법제화가 가능할 전망이다.

인 위원장은 “야당이 주장한 것이라도 국민을 위해 꼭 필요한 것이면 주저할 까닭이 없다”며 “당 기구에서 준비해서 야당과 협상이 필요하면 협상하든지, 이른 시일 내 실현되도록 하겠다”고 야당과의 합의 가능성을 열어놨다.

여야가 함께 대기업 개혁에 나설 경우 대기업은 상당한 충격을 받을 전망이다.

새누리당이 먼저 강력한 대기업 개혁 방안을 들고나오면서 야당은 물론, 보수진영의 경쟁 상대인 바른정당까지 대기업 개혁에 발 벗고 나설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대선 국면에서 여권발 경제민주화 논의가 재점화하는 것은 물론 각 당이 경쟁적으로 대기업 개혁 법안을 쏟아낼 가능성도 점쳐진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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