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형 ICBM 엔진, 무수단 계열로 성공 여부 미지수
군 당국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기술 수준이 장거리 비행 능력은 갖췄지만, 대기권 재진입체 기술은 여전히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1970년대 옛 소련에서 스커드 미사일을 도입해 역설계 하는 방식으로 미사일 개발에 착수한 북한은 사거리 300㎞의 스커드-B와 500㎞의 스커드-C 개발에 이어 지난해에는 사거리 1천㎞의 스커드-ER 발사에 성공하는 등 비행능력을 발전시켜왔다.
1990년대 일본을 공격할 수 있는 1천300㎞의 노동미사일을 실전 배치하고, 장거리 미사일 개발에 나섰다. 1998년 사거리 2천500㎞로 추정되는 대포동 1호를 시험 발사했다.
2006년 사거리 6천700㎞ 이상으로 추정되는 대포동 2호를 시험 발사했으며, 이듬해에는 사거리 3천㎞ 이상의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인 무수단을 단 한 번의 시험발사 없이 실전 배치했다. 2009년과 2012년(2회), 2016년에 대포동 계열의 장거리 미사일을 또 발사했다.
2012년 이후에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인 KN-08을 3차례, 그 개량형인 KN-14를 1차례 공개했다. 이런 북한 미사일 개발 기술의 흐름은 장거리 비행능력을 집중적으로 키워왔음을 보여주고 있다.
군의 한 전문가는 30일 “북한의 장거리 로켓 기술은 다단계 로켓, 재진입체, 클러스터링(추진체 결합)의 고정밀 및 고신뢰화, 정밀 유도기술 등에 관련한 일부 기술적 문제의 해결과 신뢰성만 높인다면 미국 본토까지 사거리를 증대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무수단과 KN-11로 불리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북극성), KN-08 계열의 ICBM 엔진 성능은 여전히 불완전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북한 미사일 엔진은 크게 세 부류로 나뉜다.
스커드와 노동미사일, 광명성, 은하3호 등 장거리 로켓 엔진은 같은 계열이다.
이어 무수단, KN-11, KN-08, KN-14 미사일과 지난해 4월 공개한 신형 ICBM 대출력 엔진은 동일 계열이다.
세 번째가 지난해 9월 공개한 고체연료를 사용하는 대형 엔진이다.
지난해 4월부터 10월까지 8차례 발사된 무수단 미사일이 단 1발만 부분적으로 성공한 것은 무수단 계열의 엔진 결함이 해결되지 않았음을 말해주고 있다. 이달 초 공개된 신형 ICBM 2기도 무수단 계열의 엔진을 사용하기 때문에 발사 성공 여부가 불확실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은 액체 엔진의 결함 때문에 고체엔진을 개발 중이다. 지난해 9월 시험발사 장면을 공개한 고체 엔진을 장착한 장거리 미사일도 조만간 개발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는 고체 엔진으로 모두 교체했고, 중국은 액체 엔진에서 고체 엔진으로 교체하는 중이다. 중국과 러시아의 미사일 기술에 의존하는 북한이 고체 엔진 개발에 나선 것도 이런 흐름 때문으로 분석된다.
군과 전문가들이 북한의 ICBM 기술 수준을 낮게 평가하고 있는 것은 엔진 성능 뿐 아니라 대기권 재진입체 기술을 확보하지 못했을 것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3월 북한이 공개한 재진입체 시험 장면은 스커드 미사일 엔진의 배기가스로 재진입체 탄두의 마모(삭마) 상태를 확인하는 ‘기계적 삭마시험’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재진입 기술을 확보하려면 대기권을 벗어난 미사일 탄두가 대기권에 재진입할 때 발생하는 7천~8천℃ 가량의 고열을 수십 초 이상 견뎌내는지를 확인하는 ‘화학적 삭마시험’을 거쳐야 하는 데 북한은 아직 이 단계까지 이르지 못했다는 것이다.
화학적 삭마시험을 위해서는 별도의 시설을 갖춰야 한다. 탄두가 마하 24(음속의 24배)의 속력으로 대기권 재진입시 발생하는 고열을 견뎌내면서 대칭적으로(골고루) 삭마되어야만 탄두가 정상적인 자세로 비행해 원하는 지역에 떨어진다.
군의 한 전문가는 “북한이 지난해 3월 실시한 대기권 재진입 모사시험 조건은 ICBM급 재진입체 환경과는 차이가 커 북한의 주장대로 재진입 기술을 확보했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북한은 로켓의 단 분리 기술과 추진체 결합(클러스터링), 유도조종장치 기술은 확보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군 전문가는 “북한의 중·장거리 미사일 다단로켓과 단분리 기술은 어느 정도 진일보된 기술 단계에 진입한 것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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