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국 안보당국 수장 잇단 통화로 ‘의기투합’
중국 인사들과 관영 매체들의 주한미군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와 관련한 협박의 수준이 도를 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한미 안보 당국은 1일 잇단 전화통화를 하고 사드를 조기에 배치한다는 데 공감, 중국 측 반응에 개의치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사드 배치를 놓고 중국 대 한미 간의 ‘대립구도’가 점점 격화되는 양상이다.
중국 군사전문가 쑹중핑(宋忠平)은 이날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사드가 배치될 경북 성주군 초전면 성주골프장이 중국군의 타격목표가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그는 “일단 사드가 배치되고 나면 성주는 중국 전략 핵미사일 운용부대인 로켓군의 타격목표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비록 개인 의견일망정 중국 정부가 그간 밝혀온 입장과 한참 엇나간 발언이다.
이 신문은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자매지 환구시보(環球時報)의 영문판이다. 관영 매체를 통해 이런 격한 발언이 나온 것은 중국 조야의 반응을 우회적으로 말해준다는 관측도 나온다.
여기에다 글로벌타임스는 이날 한국상품 불매 촉구에 나서면서 성주골프장을 사드 부지로 제공한 롯데는 물론 삼성과 현대도 그 표적으로 삼을 수 있음을 위협하고 나섰다.
중국 관영 매체들은 지난달 27일 중국 외교부 대변인의 ‘뒷감당’ 발언 이후 더욱 격한 어조로 선동을 하는 양상이다.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당시 정례 브리핑에서 “(사드 배치에) 따라 발생하는 모든 뒷감당은 미국과 한국의 책임”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발언과 동시에 관영 신화통신은 “(부지 제공) 결정은 중국 관광객들에 면세점 매출을 크게 의존하고 있는 롯데에 악몽으로 바뀔 수 있을 것”이라고 위협했다.
중국의 반발 강도가 한층 격화되는 가운데 한미 안보 당국은 이날 잇단 전화통화에서 사드 조기배치 의지로 맞불을 놨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과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은 전화통화에서 사드 배치가 북한 핵·미사일 위협으로부터 한국 국민과 한미동맹 군사력을 보호하기 위한 한미동맹의 결정이라는 점을 거듭 확인했다. 그러면서 올해 내로 배치를 완료하는 데 차질이 없도록 하자고 의견을 모았다.
특히 매티스 장관은 “시설공사와 장비 전개 등 사드의 조속한 작전운용을 위한 준비를 차질 없이 추진하기로 했다”고 국방부는 전했다.
미국 국방당국자가 ‘조속한 작전운용’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에 조기에 사드 포대를 전개해 조기에 작전운용을 하겠다는 미국의 의지를 드러낸 발언으로 풀이된다.
사드부지 교환 계약 이후 일정을 보면 5~7월 중 사드가 배치될 것으로 보이지만, 양국 국방 당국이 워낙 강한 의지를 나타내고 있어 배치 시기가 더 앞당겨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여기에다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도 이날 허버트 맥마스터 미국 국가안보보좌관과 전화통화를 하고 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차질없이 추진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양국 안보 당국의 수장들이 사드 부지 교환계약이 체결되자마자 전화통화를 하고 조기배치에 의기투합하는 모습이다.
국방부에 따르면 사드 배치까지 남은 절차는 주한미군지위협정(SOFA)에 따른 부지공여, 기지 기본설계, 환경영향평가, 건설 등이지만, 동시에 여러 절차가 진행될 수 있다.
한미는 부지공여 문제를 논의하면서 기본설계도 병행해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환경영향평가는 이미 시작됐다. 국방부는 지난해 12월 환경영향평가를 수행할 업체를 선정, 현재 서류작업 등 사전준비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실제 환경영향평가는 기본설계를 바탕으로 진행된다. 국방부는 환경영향평가 완료 시기를 대략 5~6월께로 내다보고 있다.
성주골프장은 총 148만㎡지만 국방부는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대상인 33만㎡ 이하의 부지만 미군에 공여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때는 주민 공청회를 거칠 필요가 없다고 국방부 관계자는 전했다. 일부 주민의 반대가 큰 변수가 되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의미다. 환경영향평가만 마무리되면 부대시설이 다 들어서기 전이라도 사드 포대만 먼저 배치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미가 일정을 서두르는 것은 헌재의 대통령 탄핵소추 인용으로 5월께 조기 대선이 치러지더라도 이에 따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사드배치에 반대하는 후보가 차기 대통령이 되더라도 이를 돌이키기 어려운 상황까지 진전시켜놓자는 의미라는 것이다.
사드 기지의 기반시설 건설 비용은 우리 측이, 기지 내의 시설 공사비는 미군이 각각 부담하게 된다. 국방부는 성주골프장이 도로와 수도, 전기 등 기반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 건설비가 많이 필요하지는 않으리라고 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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