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폐덮는 봉합은 거부” 원칙 속 관용도 언급…“朴 구속언급 부적절”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12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이후 국정 혼란을 수습하기 위해 ‘원칙 있는 통합’을 제시했다.탄핵정국에서의 적폐청산 기조는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사회 갈등을 치유하고 국가 통합을 이루는 것을 동시에 강조한 것이다.
탄핵 여파로 국민의 불안이 커진 상황에서 선두주자로서 갈등을 적극 해결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국민에게 안정감을 심어주는 ‘책임있는 행보’를 부각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동시에 문 전 대표 측은 전날 미국에 대해 “‘No’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는 내용으로 뉴욕타임스 인터뷰 내용이 보도되고 다른 당의 공격이 시작되자 “주권국가로서 어디에 당당히 할 말을 하겠다는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며 외교안보관 논란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문 전 대표는 이날 박 전 대통령 탄핵 후 첫 공식일정으로 여의도 민주당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문 전 대표는 이 자리에서 ‘원칙 있는 통합’을 키워드로 제시하면서 “진정한 통합은 적폐를 덮고 가는 봉합이 아니다”라며 “적폐를 확실히 청산하면서 소수의견도 포용해야 한다. 관용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존의 메시지와 비교하면 통합을 한층 강조하면서 중도층 끌어안기에 나서면서도, 자칫 민주당의 최대 지지층으로 떠오른 촛불민심이 이탈하는 것을 막기 위해 적폐청산이라는 원칙을 내세워 ‘선(先) 상처 치유-후(後) 통합’의 프로세스를 강조했다.
이런 기조는 박 전 대통령의 신변처리에 대한 언급에도 고스란히 담겨있다.
문 전 대표는 “박 전 대통령이 헌재 결정에 대한 승복 의사를 표명하는 게 국민에 대한 도리”, “검찰 수사를 미룰 하등의 이유가 없다”며 원칙에 따른 처리를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구속이냐 불구속이냐는 문제는 대선주자들이 언급해 영향을 미치는 건 적절하지 못하다고 생각한다”면서 무조건 몰아붙이지 않는 모습도 동시에 보였다.
여기에는 박 전 대통령의 구속이 자칫 보수층 결집으로 이어질 우려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문 전 대표는 이후에도 국가 대개혁과 적폐청산을 위한 행보를 하면서 서서히 무게중심을 ‘국민 갈등 치유’와 ‘국민통합’ 쪽으로 옮겨갈 것이라는 관측이 당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문 전 대표는 이처럼 ‘통합’을 강조하는 것과 함께 자신의 외교안보관에 대한 다른 당의 공세에도 적극 대응하며 대선주자로서 안정감을 부각하는 데 집중했다.
특히 이날 회견에 앞서 문 전 대표는 전날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에 대해 ‘No’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보도된 데 대한 질문이 나올 것으로 예상, 미리 답변을 충분히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캠프 핵심 관계자는 “자국 중심으로 철저히 국익 외교를 하겠다는 뜻을 밝히려 했다. 주권국가가 다른 나라에 어떻게 ‘Yes’만 하겠나”라는 취지의 답변을 문 전 대표가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문 전 대표가 그 질문이 없어 섭섭해 하더라”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문 전 대표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와 관련, “중국이 과도하게 압박하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 중국에도 할 말을 당당히 하면서 협의하겠다”며 중국에 대해서도 보다 단호한 입장을 강조했다.
문 전 대표에 대해 ‘미국을 적대시하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우려가 나오는 것에 대해 ‘주권국가로서 미국 뿐 아니라 다른 국가들에 당당히 할 말을 하겠다’는 점을 부각해 논란을 불식시키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다만 문 전 대표 측 일부에서는 이번 인터뷰 논란이 장기화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문 전 대표 측 관계자는 “문 전 대표의 인터뷰 전체에서 ‘미국에 대해 No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는 부분만 지나치게 부각되고 있다”며 “이는 본질에서 벗어난 정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실제로 캠프 내에서는 해당 인터뷰가 보도되고서 ‘발언이 그대로 전달되지 않았다’는 의견이 나오는 등 설왕설래가 벌어졌다.
문 전 대표 측은 논란이 이어지자 문 전 대표가 ‘No’라는 표현을 직접 언급한 것은 아니라면서 인터뷰의 녹취문을 공개했다.
녹취문을 보면 문 전 대표는 한미동맹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인정하면서도 “그 관계가 지나치게 일방적이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죠”라고 말한 것으로 돼 있다.
문 전 대표 측의 한 관계자는 “캠프 내에서도 뉴욕타임스에 정정을 요청해야 한다는 의견과, 이 정도는 기자의 해석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이 갈렸다”며 “결국 정정요청은 하지 않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