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서 사드 비용 韓 지불·FTA 재협상 ‘폭탄 발언’ 파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북핵 해결을 위한 강공 드라이브에 대한 청구서가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비용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으로 날아오는 형국이다.트럼프 대통령의 이와 관련한 미국 언론 인터뷰가 엄청난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과 인터뷰에서 “한국에 사드 비용 10억 달러(1조1천300억원)을 내게 하고 싶다”고 말했고 한국과의 “끔찍한(horrible) 무역협정도 재협상하거나 종료할 것”이라며 한미 FTA 개정 의사를 밝혔다.
국방부는 그동안 사드 배치에 대해, 한국이 부지 및 기반시설을 공여하고 미국이 사드 전개 및 운영, 유지 비용을 부담한다고 설명해왔다. 트럼프의 말은 액면 그대로 보자면 모든 것을 한국 부담으로 돌리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더불어 한미 FTA 발언은 최근 방한한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지난 18일 주한미국상공회의소 연설에서 언급한 ‘개선(reform)’을 넘어선 ‘개정(revise)’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사드 비용을 직접 거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그동안 ‘미국이 한국을 지켜주는 만큼 주한미군 주둔비용을 한국이 다 부담해야 한다’며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요구한 것과 잇닿아 있다. 더불어 한미 FTA 개정 역시 미국이 적자를 보고 있는 모든 무역협정을 재검토하겠다는 미국 정부 정책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왜 지금 이런 이슈들을 꺼냈느냐다.
이에 대해 한 외교 전문가는 “트럼프는 경영자다. 공짜는 없다”고 말했다.
경영자 출신인 트럼프 대통령의 거래 논리에 대입하자면 한국의 가장 중요한 안보 위협인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미국이 국가적 역량을 쏟고 있는 만큼 한국도 미국을 위해 대가를 지불하라는 요구로 해석될 여지가 있어 보인다.
특히 사드 비용의 경우 중국의 대북 영향력 행사를 견인하기 위해 중국과의 무역 현안에서 양보하는 등 미국이 희생을 치르고 있으니 한국도 한미동맹 차원의 대북 억지력 강화 측면에서 더 기여를 하라는 요구로 해석될 수 있다.
또 이르면 연말 시작할 한미간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 앞서 기선을 제압하는 트럼프 특유의 전술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제기되더라도 한미 당국간 사전 조율을 거쳐 나왔어야 할 문제가 트럼프의 인터뷰를 통해 돌출하자 정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28일 “상황을 파악 중”이라고만 말했다.
국방부는 트럼프 회견에 대한 입장자료를 통해 “사드 전개 및 운용, 유지 비용의 미국 부담 기본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이런 설명에도 이 문제가 한국내 대미 정서를 악화시킬 가능성도 일각에서 제기될 전망이다. 대선을 앞둔 시점에 국내 대미 여론이 나빠질 경우 차기 정부 출범 후 한미간의 대북 공조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이 이 같은 ‘폭탄 발언’을 언론 인터뷰를 통해 한 것은 대통령 궐위로 트럼프와의 한미 정상회담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일본과 중국 정상이 트럼프의 ‘귀’를 선점한 상황에서 트럼프가 동북아에서 한미동맹의 가치와 상호 이익적 측면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 12일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과의 정상회담 논의 내용을 말하면서 “한국은 사실 중국의 일부였다”고 말한 것과 같은 맥락에서 생각해야 할 문제라는 분석도 나온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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