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사드 1차 목적은 미군 방어…트럼프 주장 무리”

전문가들 “사드 1차 목적은 미군 방어…트럼프 주장 무리”

입력 2017-04-28 17:47
수정 2017-04-28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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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발언, ‘사드체계 전략적 우선순위 간과’ 지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의 주한미군 배치 비용을 한국이 부담해야 한다고 밝혀 파문이 일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수혜자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논리에 근거를 두고 있다. 그러나 한반도에서 사드가 수행할 역할을 고려한다면 그의 발언은 지나치게 단순화한 주장이라는 게 다수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7일(미국 현지시간)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사드 배치 비용을 10억 달러(약 1조1천300억 원)로 제시하고 “그것(사드)은 그들(한국 국민)을 보호하고 나도 그들을 보호하기를 원한다”며 “그러나 그들은 비용을 내야 하며 이를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드가 한국 국민을 보호하는 무기체계이기 때문에 한국 국민이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사업가 출신답게 ‘비용의 수혜자 부담’ 원칙을 내세운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은 사드의 1차적인 목적이 한반도에 주둔하는 미군 전력 방어라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드가 미군 전력을 우선적으로 방어하는 무기체계라는 점은 한미 양국이 사드를 한국의 남쪽인 경북 성주에 배치하기로 한 점에서 분명하게 드러난다.

사드는 ‘거점 방어’(Point Defense) 무기인 패트리엇과는 달리 ‘지역 방어’(Area Defense) 무기로, 배치 장소에 따라 일정한 방어 영역이 정해진다.

전방으로 약 200㎞, 후방으로 약 100㎞의 영역을 방어할 수 있고 1개 포대의 방어 영역은 한국 전체 면적의 2분의 1∼3분의 2 수준이다.

이 때문에 한미 군 당국이 사드를 어디에 배치할지는 애초부터 초미의 관심사였다.

한미 군 당국이 작년 7월 사드 배치 장소를 성주로 발표하자 일각에서는 사드가 과연 한국 국민을 방어하는 것이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한국 인구의 절반이 몰린 서울과 수도권 대부분 지역이 사드의 방어 영역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우리 군은 우려를 불식하고자 후방 패트리엇 부대까지 끌어올려 수도권에 패트리엇 포대를 집중적으로 배치할 것이라는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한미 군이 사드를 성주에 배치하기로 한 것은 수도권보다는 주한미군 기지가 들어설 평택·오산의 중부권과 대구·왜관·김천의 남부권을 우선적으로 방어하기 위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관측하고 있다.

나아가 유사시 미 증원전력이 해상으로 진입하는 관문인 부산과 포항 등 주요 항구에서 출발하는 전력들이 북상하는 길목을 방어하려는 전략이 반영됐다는 해석을 낳았다.

성주에 배치된 사드의 1차적인 보호 대상이 주한미군과 미 증원전력이기는 하지만, 이들이 한국을 방어하는 전력이라는 점에서 사드가 궁극적으로 한국 국민 전체를 보호하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같은 구조를 생략한 채 사드가 한국 국민을 방어하는 것이기 때문에 한국이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단순한 논리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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