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미사일, 왜 ICBM 아닌 대륙간사거리 미사일…ICBM 인정 ‘고민’

北미사일, 왜 ICBM 아닌 대륙간사거리 미사일…ICBM 인정 ‘고민’

입력 2017-07-09 11:41
수정 2017-07-09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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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BM 평가 땐 핵보유국 인정하는 꼴…기술 평가보다 정치적 해석에 무게”

한국과 미국, 일본이 북한의 ‘화성-14형’의 실체에 대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아닌 ‘대륙간 사거리를 갖춘 탄도미사일’로 평가해 그 의미와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특히 미국 내에서도 지난 4일 발사된 화성-14형을 놓고 ICBM인지, 아닌지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한·미·일 정상은 7일(이하 독일 현지시간)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3국 정상은…북한의 7월 4일 대륙간 사거리를 갖춘 탄도미사일의 전례 없는 발사를 규탄하였다”고 밝혔다.

화성-14형의 실체가 ICBM보다는 대륙간 사거리를 갖춘 탄도미사일에 가깝다고 공식 평가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대륙을 건너 갈 수 있는 사거리만 갖춘 탄도미사일이라는 것이다.

이를 굳이 영어로 한다면 ICBM이 아닌 ‘Intercontinental Range Missile(ICRM)’에 가깝다는 뜻으로 읽힌다. 그러나 미사일을 분류할 때 ICRM이란 말은 없다.

3국 정상의 이런 평가는 화성-14형 탄두부에 핵탄두 기폭장치가 들어 있는지, 재진입체가 탄두부를 감쌌는지, 대기권 재진입시 유도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했는지 등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것을 전제로 내린 것으로 분석된다.

이런 평가는 군사위성과 장거리 탄도미사일 탐지 레이더 등으로 화성-14형을 관측한 미국의 뜻이 더 강하게 반영된 것이란 주장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화성-14형을 생소한 말인 ‘대륙간 사거리 탄도미사일’로 평가한 데는 미국의 현실적 고민이 반영된 정치적인 해석에 무게를 두고 있다.

미국은 레드라인(저지선)을 정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많은 전문가는 북한이 핵탄두를 탑재한 ICBM을 완성했을 때가 미국의 레드라인일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북한은 이미 5차례 핵실험을 통해 중량 1t 이상의 핵폭탄을 500~600㎏까지 소형화하는 기술을 거의 완성했을 것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 정도 중량의 핵폭탄이라면 ICBM에 탑재해 미국 본토까지 도달할 수 있도록 하는 능력을 이번에 북한은 보여줬다는 평가도 나온다.

장영근 항공대 교수는 “북한이 표준화하려는 핵폭탄의 무게는 600㎏가량으로 분석된다”면서 “북한이 500~600㎏의 핵폭탄을 화성-14형에 탑재하면 8천㎞가량은 비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이번에 발사한 화성-14형을 정밀 시뮬레이션해보면 탄두부의 무게는 핵폭탄 900㎏을 포함해 대략 1천200㎏ 정도”라며 “이 정도의 무게라면 6천200㎞까지는 날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이 화성-14형을 ICBM으로 공식 인정하지 않은 것은 이런 기술적 평가를 미국도 충분히 고려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장 교수는 “미국이 말하는 레드라인은 북한이 핵탄두를 운반하는 수단인 ICBM을 개발하는 것”이라며 “북한의 ICBM을 인정하는 순간,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적 고민이 반영된 정치적 해석 또는 정치적 평가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북한의 ICBM을 공식 인정하지 않은 것은 대화와 협상을 통해 아직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시점이라는 여지를 남긴 것으로도 해석한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미국은 북한을 ICBM 보유국가로 당분간 공식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 당국자들이 군사적 옵션을 최우선 순위로 내세우지 않은 것은 아직은 대화할 시간이 있다는 것을 강조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북한이 화성-14형을 단 한 번 발사하고 ‘대륙간탄도로켓 성공’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김정은의 치적 선전 때문”이라며 “ICBM을 개발하는 일반적인 기술적 지표들을 볼 때 북한은 재진입체 기술을 아직 확보하지 못했고, 몇 번의 시험발사가 성공해야만 무기로서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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