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北미사일 도발여부 주시…‘베를린 구상’ 꼬일까 촉각

靑, 北미사일 도발여부 주시…‘베를린 구상’ 꼬일까 촉각

입력 2017-07-26 11:19
수정 2017-07-26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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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 제의에 北 입 다문 채 미사일 발사 징후만…“답답한 상황” 文대통령 언급한 ‘레드라인’ 주목…北도발시 당분간 대화기조 후퇴 가능성

청와대는 26일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임박했다는 징후와 관련해 국가안보실을 중심으로 북한군의 동향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

특히 북한의 거듭된 도발에도 남북 간 군사회담과 이산가족상봉을 위한 회담을 잇달아 제의해둔 상황에서 북한의 도발이 현실화할 경우 남북관계는 물론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새 정부의 로드맵 자체가 꼬일 수 있어 우려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게다가 북한이 미사일 도발을 감행할 것으로 유력하게 꼽히는 날짜가 문재인 대통령이 상호 적대행위 중지의 계기로 삼자고 제안한 정전협정 체결일(7월 27일)이라는 점에서 자칫 정부의 대북 대화기조 전반에 영향을 줄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별도로 점검할 것으로 보는데, 국방부·외교부와 함께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북한이 우리의 회담 제의에 답하지 않고 미사일 발사 징후까지 보여 답답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며 “북한의 응답을 최대한 기다려 보겠다”고 했다.

북한이 27일을 전후해 발사할 가능성이 있는 미사일은 이달 초 발사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이나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가능성이 큰 것으로 당국은 보고 있다. 어떤 것이든 한반도 안보지형에 미칠 영향은 가볍지 않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청와대는 고강도 대북 압박·제재 속에서도 대화 기조를 유지한 문 대통령의 이른바 신(新)베를린 구상 천명 이후 남북 당국 간 군사회담과 이산가족상봉을 위한 적십자 회담을 동시다발로 제안한 상황 속의 도발 조짐이라는 데 주목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6월 말부터 7월 초까지 이어진 한반도 주변 4강을 비롯한 국제사회와의 잇단 정상외교로 평화적 방법과 대화에 방점을 찍은 새 정부의 한반도 평화 구상을 어렵사리 ‘공인’받은 탄력으로 기류 변화를 모색한 기회를 북한이 걷어차고 오히려 도발로 응답할 경우 상황 악화는 불 보듯 뻔하다.

북한의 잇따른 도발에도 대화 메시지를 끊임없이 발신해온 문 대통령으로서는 북한이 또 도발할 경우 마땅히 내세울 카드가 마땅치 않다는 것도 고민거리다.

미국과 일본이 대화가 아닌 대북 제재 확대를 주장하는 국면에서 더는 이들 우방을 설득해 대화만을 내세울 명분이 약화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북한이 남측의 대화 제의에 묵묵부답하거나, 또는 한 발짝 더 나아가 미사일 도발을 감행할 경우 문 대통령의 다음 조처가 주목되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여기서 되돌아볼 부분은 문 대통령의 ‘레드라인’ 발언이다.

문 대통령은 북한이 ICBM급 미사일을 발사한 지난 4일 “북한이 한미정상이 합의한 평화적 방식의 한반도 비핵화 구상에 호응하지 않고 레드라인을 넘어설 경우 우리가 어떻게 대응할지 알 수 없다”면서 “북한이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너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한 바 있다. 북한이 이른바 ‘레드라인’을 넘을 경우 당분간 대화 기조를 접어둘 수밖에 없다는 것으로 읽힌 대목이다.

북한을 대화의 테이블로 끌어들이기 위한 레토릭으로도 해석됐지만, 북한의 추가 도발이 현실화할 경우 대북기조 변화는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문 대통령은 지난 4일 북한의 ICBM급 도발에 동해상에서 한미 연합 탄도미사일 사격이라는 무력시위를 지시하는 단호함을 보여준 바 있다.

물론 청와대는 군사회담 시한으로 제시한 27일을 넘기더라도 북한이 이에 호응해올 상황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고 있다. 북한이 미사일 추가 도발을 보류하고 대화에 응한다면 한반도 기류가 급격히 평화기조로 변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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