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회담제의에 미사일로 대답…‘베를린 구상’ 시동도 못거나

北, 회담제의에 미사일로 대답…‘베를린 구상’ 시동도 못거나

입력 2017-07-29 02:18
수정 2017-07-29 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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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운전자論’ 한계 확인…文정부 남북대화 노력 위축 전망

북한이 28일 밤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급 이상으로 추정되는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면서 남북관계를 복원하고 대화로 북핵 문제를 해결하자는 내용의 문재인 정부의 ‘베를린 구상’이 첫발도 떼기 전에 큰 난관에 봉착하게 됐다.

이날 기습 미사일 발사는 우리 정부의 군사·적십자회담 제의에 아무런 반응도 내놓지 않던 북한이 미사일 도발로 대답한 셈이 됐다.

이에 따라 한반도 평화를 향한 여정의 운전석에 앉겠다는 새 정부의 생각이 북한의 호응 없이는 실현 불가능하다는 한계도 다시 한 번 확인됐다.

정부는 북한의 이번 미사일 발사에도 ‘도발에는 강력하게 대응하되 대화의 문을 닫지 않겠다’는 기조를 일단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대화를 위한 노력은 상당히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정부 당국자는 29일 “북한이 결국 미사일 도발을 했지만 대화와 제재의 병행 원칙 자체가 달라지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아무래도 당분간은 제재에 무게중심이 실릴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지난 6일 발표한 신(新) 한반도 평화비전, 이른바 ‘베를린 구상’은 당분간은 실현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베를린 구상’의 후속조치로 지난 17일 북한에 군사분계선상 적대행위의 상호 중지를 위한 군사당국회담과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위한 적십자회담을 제안했지만 당장은 회담 개최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북한이 아무 답이 없기도 하지만 지금 분위기로는 북한이 호응해 온다 해도 우리가 적극적으로 응하기도 부담스럽게 됐다.

국제사회의 분위기가 더욱 강경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우리가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을 더욱 좁아지게 만들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지난 4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을 발사한 데 따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 논의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또다시 미사일 도발을 해 ‘가중 처벌’에 대한 목소리가 커질 가능성이 높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의 대북 회담 제안에 탐탁지 않은 반응을 보여온 미국은 최근 북한 여행을 금지하고 27일(현지시간)에는 미국 상원이 북한의 원유 수입 봉쇄 등 전방위 대북 제재안을 담은 패키지법을 압도적 찬성으로 가결하는 등 북한을 더 거세게 몰아붙이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국제사회의 분위기가 지금보다 더 강경해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우리도 보조를 맞춰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문제는 북한의 도발이 계속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점이다. 당장 8월 중·하순에 시작되는 한미연합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을 북한이 그냥 두고 볼 리가 없다는 관측이 많은 상황에서 북한의 도발적 행동이 이어진다면 한반도 정국은 더욱 경색될 수밖에 없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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