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완전파괴’ 발언 나흘만에 美 ‘죽음의 백조’ 북쪽 날았다

‘北완전파괴’ 발언 나흘만에 美 ‘죽음의 백조’ 북쪽 날았다

입력 2017-09-24 11:48
수정 2017-09-24 11:48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B-1B 폭격기·F-15C 전투기, 北 동해공역 첫 무력시위 비행최근 MDL 근접비행서 더 북쪽으로…한미, 작전상황 공유 대비태세 유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엔 연설에서 ‘북한 완전파괴’라는 말폭탄을 던진 지 나흘 만에 미군이 ‘죽음의 백조’라는 별명을 가진 B-1B 랜서 전략폭격기와 F-15C 전투기를 북한 동해 국제공역까지 들여보내는 무력시위를 벌였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유엔 총회에서 북한을 겨냥한 강경 발언을 쏟아냈고 23일(현지시간) B-1B 랜서와 F-15C 전투기를 북한 동해 국제공역으로 전격 출격시켰다.

B-1B와 F-15C가 우리 시간 23일 늦은 밤에 동해 공해상 어느 지점까지 올라갔는지는 자세히 공개되지 않았지만, 동해 북방한계선(NLL) 북쪽의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 외곽의 일본방공식별구역(JADIZ)까지 비행했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B-1B도 2대 또는 그 이상의 비행방식인 편대비행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우리 정부 당국자들은 미국 전략폭격기와 전투기가 북쪽 공해상으로 진입한 것은 1953년 정전협정 체결 이후 처음이라는 반응을 보이면서 향후 전개될 사태 추이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군 당국은 북한이 미국의 이번 군사적 조치에 강력히 반발하면서 탄도미사일 추가 발사 등 군사적으로 도발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하고 만반의 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

전략폭격기는 핵추진 잠수함,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유사시 상대를 타격할 3대 핵심전력 가운데 하나다. 이번 무력시위는 북한의 어떤 위협도 대처할 수 있는 군사옵션이 있다는 의지를 과시한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의 분석기관들은 유사시 B-1B에 탑재되는 유도폭탄과 B-52, B-2 폭격기의 핵폭탄, 핵추진 잠수함에서 발사되는 토마호크 순항미사일과 트라이던트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등이 북한을 타격할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B-1B는 정밀 유도폭탄과 광범위한 파괴력을 갖춘 다양한 무기를 장착하고 투하할 수 있다. 최대 2만㎞까지 비행할 수 있는 B-52는 정밀유도폭탄과 공중발사 순항미사일 등 27.2t을 탑재할 수 있다. B-2는 재급유 없이 최대 1만2천여㎞까지 비행이 가능하며, B61·B83 핵폭탄 16발과 공중발사 순항미사일 등을 적재할 수 있다.

최대사거리 1만㎞가 넘는 SLBM 한 기는 8∼14개의 독립 목표 재돌입 탄두(MIRV)를 탑재할 수 있다. 또 만에 하나 북한이 핵 공격 징후를 보이면 캘리포니아주 반덴버그 공군기지와 노스다코타주 미 공군기지 지하격납고 등에 분산 배치된 431기의 ICBM ‘미니트맨 3’ 등으로 북한을 타격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ICBM은 발사하면 평양을 30분 이내에 타격할 수 있는 비행속도를 갖췄다.

다나 화이트 국방부 대변인은 이번 작전에 대해 “21세기 들어 북한 해상으로 날아간 미군의 전투기와 폭격기를 통틀어 이번이 휴전선(DMZ) 최북쪽으로의 비행”이라며 “이는 북한이 그동안 해온 무모한 행동을 미국이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음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밤늦은 시간에 B-1B와 F-15C를 북쪽 공해상으로 전격 출격시킨 것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이는 군사적으로 볼 때 상대방에 대해 불시에 기습 공격 능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의도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심야 출격은 북한이 지난 7월 28일 오후 11시 41분께 ICBM급 화성-14형을 기습 발사한 것에 대한 맞불 차원이라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미국 국방부가 이번 ‘비밀임무’ 직후 B-1B 출격 사실을 전격 발표한 것도 주목된다. 미국은 B-1B가 한반도에 출격할 때 그 사실을 발표하지 않은 적도 있고, 수 시간이 지나서 알려준 사례도 많았다.

한편 우리 국방부는 미국 폭격기가 DMZ 인근까지 지나치게 가까이 접근하지 않도록 미국에 요구한 적이 있어 이번 미국의 작전을 한미가 사전에 어느 정도 긴밀히 조율했는지 관심을 끈다. 이번 작전에 우리 공군 전투기는 참가하지 않았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지난 4일 국회 국방위에서 지난 8월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 때 미국 폭격기가 DMZ 인근까지 접근하지 않도록 요구했다는 사실을 밝힌 바 있다.

이에 우리 군 관계자들은 B-1B 북쪽 공해상 비행 사실을 미국으로부터 사전에 통보를 받았고, 상황을 공유하고 있었다고 말한다.

B-1B와 F-15C가 동해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으로 진입해 북쪽 공해상으로 비행했으며, 한미 공조하에 만반의 대비태세를 유지한 가운데 작전이 진행됐다는 것이 군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도 이날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전략자산 운용과 관련해 한미 간 긴밀한 협의와 공조 하에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