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143일 만에 당권 도전
劉 “한국당과 무슨 명분으로 합치나”11월 전대 前 통합파 움직임 빨라질 듯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이 29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오는 11월 13일 열리는 전당대회에서 당대표 선거에 출마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지난 5·9 대선 패배 이후 143일 만에 다시 여의도 정치의 전면에 등장하는 것으로 자강론의 대표주자인 유 의원의 당권 도전 선언으로 자유한국당과의 통합을 주장하는 통합파와의 갈등이 격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유 의원은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과 당원의 힘으로 개혁 보수의 희망을 지키겠다”면서 “문재인 정부의 탄생은 그들이 잘해서가 아니라 보수가 잘못했기 때문으로 오만·독선·무능의 길을 가는 문 정부를 이기려면 보수가 새로운 희망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유 의원은 또 “보수는 ‘생즉사 사즉생’(生卽死 死卽生)의 각오로 개혁해야 살아날 수 있다”며 “험난한 죽음의 계곡을 반드시 살아서 건너겠다”고 강조했다. 유 의원은 한국당에 대해 “대선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을 이용해 표를 받고서 이제 와서 뒤늦게 출당 쇼를 한다”고 비판했다.
유 의원은 특히 “당명을 바꾼 것 말고는 아무것도 바뀐 게 없는 한국당과 왜, 무슨 대의명분으로 합칠 수 있단 말인가”라고 말해 통합론에 분명한 반대 입장을 드러냈다.
앞서 바른정당은 이날 오전 의원총회를 열고 한국당과 통합추진위원회(통추위)를 구성하기로 한 김영우 의원의 행동에 대해 ‘개인 일탈’로 결론 내고 예정대로 11월 13일 전당대회를 치르기로 했다. 의총에는 주호영, 유승민 등 모두 12명이 참석했다. 하지만 이 자리에 김무성, 김용태 의원 등 당내 ‘통합파’ 의원이 모두 불참했다. 파문을 일으킨 김 의원 역시 “소신에는 변함이 없다”며 뜻을 굽히지 않아 갈등의 불씨를 남겼다.
대표적인 자강론자인 유 의원이 당권 도전을 선언한 데다 통합론자의 입장이 바뀌지 않으면서 바른정당이 전당대회를 계기로 사실상 분당 수순에 들어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통합론자들이 추석 연휴 뒤 통추위를 띄우고 한국당이 박근혜 출당으로 명분을 만들어 준다면 전대 전 통합파의 움직임이 빨라질 것이란 시나리오다. 일부에선 벌써부터 통합파 의원들이 유 의원이 당권을 잡을 가능성이 큰 11월 전대 이전에 움직일지 모른다는 관측도 내놓는다.
당 관계자는 “유 의원의 출마 선언은 사실상 나갈 사람은 나가라는 신호”라면서 “의총에서 결론이 나왔어도 미래를 알 수 없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하태경 의원은 유 의원의 출마 소식에 “유승민과 손잡고 낡은 보수 청산, 새로운 보수의 압승을 이뤄 내겠다”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2017-09-3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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