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한 달째 ‘셀프위법’…법안 7천500건 낮잠

국회, 한 달째 ‘셀프위법’…법안 7천500건 낮잠

입력 2017-09-30 09:10
수정 2017-09-30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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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폐청산·정치보복’ 여야 대치에 민생입법 표류 우려

입법부인 국회가 정부 결산안을 처리하지 않은 채 스스로 법을 어기는 ‘셀프 위법’ 사태가 한 달이 되도록 이어지고 있다.

국회법에 따르면 여야는 결산안에 대한 심의·의결을 정기국회 시작(9월 1일) 전에 끝내야 한다.

하지만 여야는 지난 8월 31일 본회의에서 결산안을 처리하지 못하며 6년 연속 법정시한을 지키지 못한 것도 모자라 30일 현재까지 결산안을 방치해두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결산안 처리를 위해선 공무원 17만4천 명 증원에 필요한 공무원연금의 재정추계 자료를 제출해 달라고 여권에 요구했지만,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신뢰도 높은 추계자료를 당장 내놓기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여야 간 논의의 접점을 전혀 찾지 못한 채 개점휴업 상태를 이어가고 있어 국회의 ‘셀프 위법’ 상황은 더욱 장기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여기에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첫 정기국회가 닻을 올렸지만, 국회에서 낮잠을 자는 법률안은 시간이 갈수록 수북이 쌓이고 있다.

20대 국회 개원 이래 법률안과 예·결산안, 각종 결의안 등 국회에 접수된 의안(지난 29일 기준)은 모두 9천794건으로, 벌써 1만건에 육박했다.

하지만 처리된 의안은 2천162건에 불과하고, 나머지 7천632건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무엇보다 민생·개혁 등의 명목으로 국회에 제출된 법률안은 현재 9천454건에 달하지만, 처리된 법안은 1천921건에 그쳤고 7천533건은 여전히 국회에 묶여있다.

문제는 여야 간 날카로운 대치가 이제부터 시작됐다는 데 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적폐청산’을 내건 여권과 ‘보수궤멸 정치보복’ 프레임으로 맞서는 야권이 정기국회에서 거세게 충돌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또한, 다수당의 일방적 법안처리를 방지하는 국회선진화법이 작동하고 있는 데다 20대 국회가 여소야대(與小野大) 5당 체제로 재편됐다는 점도 주요 변수다.

따라서 정치권 일각에서는 여야 간 협치의 틀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면 정쟁에 휘말려 민생입법이 표류하는 ‘식물국회’가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국회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여야 5당이 협치의 묘를 제대로 살리지 못한다면 민생법안 적체 상황은 앞으로 더욱 심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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