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한 강연…“김정은에 싸움거는 건 그를 웃게 만드는 것”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은 18일 트럼프 미 행정부의 대북정책과 관련, “김정은에 싸움을 거는 것은 그를 웃게 만드는 것”이라고 비판했다.클린턴 전 장관은 이날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매일경제 주최 제18회 세계지식포럼 강연에서 “긴장을 고조시키는 것으로 보이는 최근 미국 신(新)행정부의 일부 행동에 대해 우려를 갖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해 미국 대선에 민주당 후보로 출마했던 클린턴 전 장관은 이번 방한 강연에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최근 대북정책 관련 태도와 언행에 대한 직·간접적 비판을 여러 차례 내놨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정치’를 염두에 둔 듯 “(트위터에서 오가는 말들이) 오히려 북한에 유리하게 작용했다”며 “미국 지도자로부터 이렇게 관심을 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도록 하고 이것은 협상을 더 어렵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단할 것을 장려하고 싶고, 만약 이와 같은 모욕적인 언사가 충동적으로 계속 이어진다면 미국 정부와 한국 정부 측에서도 지속적으로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이 뭔지 명확히 얘기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한국 국민이 ‘총구가 겨눠진 상황에서’ 살아가고 있다며 “수백만의 운명이 외교적 해법에 달려 있는 상황에서 호탕하게 전쟁을 시작하겠다고 위협하는 것은 위험하고 근시안적”이라고 비판했다.
또 “상대를 협상 테이블로 나오도록 하는 것은 엄포나 조롱이 아니다”라며 “의미 있는 (대북) 제재가 되도록 하고 경제 압력을 강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클린턴 전 장관은 과거 이란 핵협상의 경험을 언급하며 인내심 있는 ‘외교’의 중요성을 거듭 역설하기도 했다.
특히 대북제재에서 중국의 역할을 강조한 뒤 “중국이 동원 가능한 모든 채널을 이용해 6자회담이 재개된다면 북한이 꼭 참여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했으면 한다”며 “어떤 사람들은 김정은과 협상이 가능하냐고 하지만, 시도하고 인내심을 발휘해야 하지 않느냐”는 견해를 피력했다.
아울러 “지금 미국이 해야 하는 역할은 바로 지속적으로 꾸준히 모든 주체들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그는 트럼프 정부의 외교 인력 운용과 관련해서도 “신행정부가 정부 내에 있는 전문성을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며 “국무부에 고위급 아시아 전문가가 너무나 소수만 남아 있다”고 우려했다.
자신의 미국 내 활동과 관련해서는 “제가 하는 일은 여러 후보들과 운동들을 지원함으로써 민주당의 철학을 반영하는데 노력하는 것”이라며 다음 달 미국 버지니아주와 뉴저지주에서 시작되는 선거에 도움을 주고 있다고 전했다.
클린턴 전 장관은 최근 대선 회고록 ‘무슨 일이 일어났나’(What Happened)를 출간하고 북 투어를 하며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는 이날 강연에서는 이전 방문지인 런던에서 넘어져 다리를 다쳤다며 양손에 지팡이를 짚고 단상에 오르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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