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조국 민정수석이 21일 오전 춘추관 대브리핑실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할 개헌안 중 ’지방분권’과 ’경제부분’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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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불평등 심화 문제를 해소한다는 차원에서 토지의 공공성과 합리적 사용을 위해 제한을 가할 수 있다는 ‘토지공개념’이 헌법 총강에 명시됐다.
‘상생’ 개념을 추가해 기존의 경제민주화 조항을 한층 강화했다. 전관예우방지를 위한 근거 조항도 신설됐다.
지방정부 구성에 자주권을 부여하고, 자치행정·자치입법·자치재정권을 크게 강화해 자치분권 국가를 지향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는 등 지방정부 권한과 주민 참여를 확대하는 방안도 담겼다.
청와대는 21일 오전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하는 대통령 개헌안의 총강·경제·지방분권과 관련한 사항을 발표했다.
조국 민정수석은 브리핑에서 “국가기능의 분산이나 정부부처 등의 재배치 필요가 있고 나아가 수도 이전의 필요성도 대두할 수 있으므로 이번 개정을 통해 수도에 관한 사항을 법률로 정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조 수석은 “이에 따라 해당 법률을 만들 의무가 생긴다”고 덧붙였다.
총강에는 또 공무원이 재직 중 또는 후에도 직무상 공정성과 청렴성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명시함으로써 전관예우방지 근거 조항을 신설했다.
김형연 법무비서관은 “지금까지는 전직 공무원에 대해 경제적 규제를 하면 직업의 자유와 재산권 침해 문제로 위헌결정을 받기 쉬웠다”며 “개헌안은 상당 부분 이런 위헌성을 피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국가는 문화의 자율성과 다양성을 증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문구를 총강에 넣어 관(官) 주도의 ‘부패융성’이 아닌 민(民) 주도의 ‘문화융성’ 시대를 만들어가겠다고 조 수석은 밝혔다.
조 수석은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더는 없도록 하고 부당한 배제와 배척을 없애 과거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불평등과 불공정을 바로 잡겠다는 뜻에서 토지공개념 조항도 들어갔다.
사회적 불평등 심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토지의 공공성과 합리적 사용을 위해 필요한 경우에 한해 특별한 제한을 하거나 의무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토지공개념의 내용을 명시했다.
조 수석은 “현행 헌법도 23조 2항 및 122조 등에 근거해 해석상 토지공개념이 인정되고 있지만 택지소유상한에 관한 법률은 위헌결정을, 토지초과이득세법은 헌법불합치판결을 받았고 개발이익환수법은 끊임없이 공격받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경제민주화 조항도 강화됐다.
현행 헌법 119조 2항은 ‘경제주체 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민주화’를 규정하고 있는데 여기에 ‘상생’이 추가됐다.
김 비서관은 “대기업에 자금이 집중되면서 발생하는 빈부 격차 등을 해소하기 위한 핵심 단어로 상생을 넣은 것”이라고 말했다.
또 양극화 해소와 일자리 창출 등 공동의 이익과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협동조합 등 사회적 경제의 진흥을 위한 국가의 노력 의무도 신설했다.
골목상권 보호와 재래시장 활성화 등이 주요 현안이 되는 상황을 고려해 소상공인을 보호·육성 대상에 별도로 규정했다.
개헌안에는 ▲ 지방정부 권한의 획기적 확대 ▲ 주민참여 확대 ▲ 지방분권 관련 조항의 신속한 시행 등 3가지 핵심 내용이 포함됐다.
자치와 분권을 강화하는 내용의 전문 개정에 더해 제1조 제3항에 ‘대한민국은 지방분권국가를 지향한다’는 조항을 추가해 국가운영의 기본방향이 지방분권에 있음을 분명히 했다.
또 지방자치단체를 ‘지방정부’로, 지방자치단체의 집행기관을 ‘지방행정부’로 명칭을 각각 변경하고, 지방정부가 스스로 적합한 조직을 구성할 수 있도록 지방의회와 지방행정부의 조직구성과 운영에 관한 구체적 내용을 지방정부가 정할 수 있게 함으로써 지방정부 구성에 자주권을 부여했다.
자치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될 수 있게 국가와 지방정부 간, 지방정부 상호 간 사무의 배분은 주민에게 가까운 지방정부가 우선하는 원칙에 따라 법률로 정하도록 함으로써 자치행정권을 강화했다.
지방정부의 자치입법권이 더욱 폭넓게 보장되도록 현재의 ‘법령의 범위 안에서’ 조례를 제정할 수 있도록 하던 것을 ‘법률에 위반되지 않는 범위에서’ 조례로 제정할 수 있도록 넓혔다.
조 수석은 “지방분권을 제대로 실현하기 위해서는 실질적 권한 이양이 중요한데, 지역 특색에 맞게 정책을 시행하려 해도 국가법령의 범위에서만 입법이 가능해 지역별 특색있는 발전이 어렵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주민의 권리를 제한하거나 의무를 부과하는 사항은 법률의 위임이 있는 경우에만 조례로 정할 수 있도록 해 주민 기본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했다.
‘누리과정 사태’와 같이 정책시행과 재원조달의 불일치로 인해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서로 재정부담을 떠넘기는 사태 등을 해결하기 위해 ‘자치사무 수행에 필요한 경비는 지방정부가, 국가 또는 다른 지방정부 위임사무 집행에 필요한 비용은 그 국가 또는 다른 지방정부가 부담’하는 내용의 규정을 신설했다.
‘지방세 조례주의’를 도입해 ‘법률에 위반되지 않는 범위에서’ 자치세의 종목과 세율·징수 방법 등에 관한 조례를 정할 수 있도록 했다.
자치재정권 보장이 지방정부의 재정을 악화시키거나 지역 간 재정격차 확대를 초래하지 않도록 국가와 지방정부 간, 지방정부 상호 간 재정 조정에 대한 헌법적 근거도 마련했다.
아울러 실질적 지방민주주의 실현을 위해 지방정부의 자치권이 주민에게서 나온다는 것을 명시하고, 주민이 지방정부를 조직하고 운영하는 데 참여할 권리를 가진다는 점도 명확히 했다.
또한, 주민들이 직접 지방정부의 부패와 독주를 견제할 수 있도록 법률상 권리였던 주민발안·주민투표·주민소환 제도를 규정했다.
이와 함께 제2국무회의인 ‘국가자치분권회의’를 신설하고 입법과정에서 지방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게 지방자치와 관련된 법률안에 대해서는 국회의장이 지방정부에 그 법률안을 통보하고 지방정부가 이에 대해 의견을 제시할 수 있게 했다.
조 수석은 “지방자치와 균형 발전에 관한 중요 사항을 심의하는 국가자치분권회의는 국무회의와 위상이 같다”며 “의장은 대통령, 부의장은 총리”라고 말했다.
그는 “개정안은 원칙적으로 공포한 날로부터 시행되고, 이를 위해 개정헌법에 따른 지방정부가 구성되기 전이라도 개정헌법의 지방자치 규정을 적용하도록 하는 경과 규정을 뒀다”며 “기본권 조항과 함께 지방분권 조항이 이른 시기에 시행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현행 헌법에 있는 정당 조직 요건도 삭제됐다. 헌법 8조 2항은 ‘정당은 국민의 정치적 의사 형성에 참여하는 데 필요한 조직을 가져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정당을 자유롭게 설립할 수 있게 한 것”이라고 말했다.
식량의 안정적 공급과 생태 보전 등 농·어업이 갖는 공익적 기능을 명시하고, 국가는 이를 토대로 농어촌·농어민의 지원 등 필요한 계획을 시행하도록 하는 내용의 규정도 신설했다.
기업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소비자 권익을 위해 소비자 권리를 신설하고 현행 헌법의 소비자보호운동 보장 규정을 좀 더 폭넓은 개념인 소비자 운동으로 개정했다.
그동안 비교적 취약했던 기초학문 분야를 강화하기 위해 국가에 기초학문 장려의무를 부과하는 조항도 신설했다.
조 수석은 “자치와 분권, 불평등과 불공정을 바로잡아 달라는 것은 국민의 명령이고 시대정신으로, 지난 대선에서 대선후보 모두가 지방분권 개헌을 주장했고 정치권이 경제력집중과 양극화 해소 및 불공정 거래와 갑질 근절을 외치고 있다”며 “새로운 대한민국은 개헌으로 시작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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