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으로 長으로 중진 낙선은 ‘특급 낙하산’ 됐다

靑으로 長으로 중진 낙선은 ‘특급 낙하산’ 됐다

이정수 기자
이정수 기자
입력 2020-10-05 20:58
수정 2020-10-06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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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진 국민연금 이사장·최재성 수석 등
여권 인사들 낙선 직후 대거 요직 꿰차

최재성 청와대 정무수석.  연합뉴스
최재성 청와대 정무수석.
연합뉴스
지난 4·15 총선에서 낙선했다고 모두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미 정치권에 기반이 있는 중진급 여권 인사들은 반복되는 ‘낙하산 인사’ 논란에도 불구하고 낙선 후 곧바로 청와대, 국회, 공공기관 등에 자리를 잡았다.

5일 정치권에 따르면 지난 총선 경기 이천에서 출마했다 낙선한 더불어민주당 김용진 전 후보는 낙선 4개월 만에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에 임명됐다. 전 이사장이었던 같은 당 김성주 의원이 총선 출마를 위해 사임하며 8개월간 비어 있던 자리로, 결국 당선자와 낙선자가 배턴터치를 한 셈이 됐다.

청와대에도 여권 낙선자들이 대거 입성했다. 가장 대표적인 인사는 4선 의원을 지낸 최재성 정무수석이다. 최 수석은 서울 송파을에서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에게 패했다. 4선 의원이 차관급인 수석으로 가는 것이 체급이 맞느냐는 얘기도 있었지만 낙선자를 위한 일종의 배려라는 평가도 나왔다. 20대 국회 민주당 비례대표 출신으로 지난 총선 때 서울 서초을에 나선 박경미 교육비서관, 부산 사상에서 낙선한 배재정 정무비서관 등도 모두 여당 낙선자가 청와대로 옮긴 사례다.

국회 요직도 낙선자들이 차지했다. 김영춘 사무총장은 부산 부산진갑에서 4선에 도전했다가 국민의힘 서병수 의원에게 밀려 낙선했다가 사무총장으로 국회에 다시 입성했다. 복기왕 국회의장 비서실장도 충남 아산갑에서 낙선한 민주당 후보다. 18대와 20대 국회의원을 지낸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은 서울 강남을에서 고배를 마신 뒤 2개월여 만에 장관급 자리로 갔다.

범여권에서는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낙선자 신분에서 주요 부처 수장이 된 대표 사례다. 여든을 앞둔 나이에 자신의 지역구 전남 목포에서 낙선하며 정계 은퇴가 예상됐지만 석 달도 안 돼 국정원장에 임명됐다. 2017년 대선 국면에서 문재인 대통령 비판에 열을 올려 ‘문모닝’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던 그는 국정원장 지명 직후 “역사와 대한민국 그리고 문 대통령을 위해 애국심을 갖고 충성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2020-10-06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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