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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정책 민낯 그대로… ‘홍남기 반란’에 흔들리는 당정청

경제정책 민낯 그대로… ‘홍남기 반란’에 흔들리는 당정청

손지은 기자
손지은, 나상현 기자
입력 2020-11-03 22:32
업데이트 2020-11-04 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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洪부총리 돌발 사의 표명 파장

추경·재난지원금 등 싸고 당지도부와 대립
黨선 “정권철학 이해 못한 채 발목만 잡아”
文대통령 즉각 사표 반려에 이낙연 ‘곤혹’
예산안 처리 뒤 연말 개각 포함될 가능성
민주 확전 자제… 홍 부총리에 질의 자제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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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위 회의장 빠져나가는 부총리
기재위 회의장 빠져나가는 부총리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를 마친 뒤 회의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홍 부총리는 이날 회의에서 사직서 제출 사실을 직접 밝혔다.
김명국 선임기자 daunso@seoul.co.kr
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출석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돌발 사의 표명은 불안한 당정청 관계와 원칙 없이 끌어온 경제 정책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냈다.

홍 부총리는 지난 1년 내내 추가경정예산, 재난지원금 지급 방식, 1주택자 재산세 완화, 주식 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 변경 등을 놓고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와 대립했다.

청와대는 때로는 홍 부총리의 손을 들어 주고 때로는 당의 편을 들어 주며 갈등을 조율해 왔다. 그러나 이날 홍 부총리는 국회에서 주식 양도소득세 관련 대주주 기준이 자신의 뜻인 3억원으로 조정이 아니라 당이 주장한 10억원으로 유지된 점을 들며 “2개월 동안 갑론을박한 것에 대해 책임을 지겠다”며 문재인 대통령에게 사표를 제출한 사실을 느닷없이 공개했다.

관료사회에서는 그동안 홍 부총리를 “줏대 없는 부총리”라 비판했고, 민주당은 “통치 철학을 이해하지 못한 채 발목만 잡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려 왔다. 우유부단한 홍 부총리였기에 비판의 수위도 거셌다. 그러나 이날 홍 부총리의 반란은 전혀 홍남기답지 않아 민주당은 큰 충격을 받았다.

기재위에서 민주당 기동민 의원은 “예산안과 코로나 위기 극복을 컨트롤타워처럼 진행하셔야 할 분이, 이 엄중한 시기에 책임 있는 공직자의 자세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또 “정치적 행동 아니냐”며 “무책임에 유감의 말씀을 드릴 수밖에 없다”고 질타했다. 예결위 소속 한 의원도 “쌓인 불만을 이런 식으로 표현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당장 이낙연 대표가 곤혹스럽게 됐다. 이 대표는 홍 부총리가 반발한 대주주 요건 10억원 유지를 고집스럽게 주도했다. 이 대표는 ‘고위 당정청에서 사의 언급이 있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제가 코멘트할 사안은 아닌 것 같다”면서 “대통령께서 최적의 판단을 하시리라 믿는다”고 했다. 홍 부총리의 ‘거사’로 이 대표의 리더십엔 금이 갔다. 한 민주당 의원은 “시행령이 예고된 사안인데 ‘동학개미’ 운운하며 유예 요청 자체가 틀린 것”이라며 “정책의 일관성을 해치는 요구였다”며 이 대표를 겨눴다. 문 대통령이 홍 부총리의 사표를 즉각 반려한 것도 이 대표에겐 달갑지 않은 신호다.

문 대통령의 의중이 확인된 만큼 민주당은 확전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원내지도부는 이날 소속 의원들에게 4일부터 시작되는 예결위 종합정책질의에서 홍 부총리에게 재산세, 대주주 요건, 재정준칙 관련 질의를 자제하라는 ‘함구령’을 내려 논란이 됐다.

갑작스런 국정 변수에 청와대도 당황스럽긴 마찬가지다. 당장 다음달로 예상되는 개각에 홍 부총리가 포함되느냐에 대한 전망부터 엇갈린다. 홍 부총리는 2년 가까이 부총리직을 맡아 온 터라 교체 대상으로 거론됐으나, 청와대가 이날 ‘재신임’을 강조해 유임 가능성이 커졌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홍 부총리가 “최대한 예산 심의에 임할 것”이라고 말한 점으로 미뤄 12월 2일 예산안 처리 후 연말 개각에 포함될 가능성도 있다.

서울 손지은 기자 sson@seoul.co.kr
세종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2020-11-04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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