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에서 ‘핵심 기술 협력’ 발전
삼성 등 4대 그룹 44조원 규모 투자
美 ‘바이 아메리칸’ 전략 동참 필요성
산업 재편 과정에서 새 기회 엿볼수도
中 자극 가능성...“대중 투자 늘려야”
“기업 대표들이 여기 계신 것으로 안다. 자리에서 일어나 주시겠느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문재인 대통령과의 첫 정상회담 직후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 한국 기업들의 투자 약속에 대해 고맙다는 뜻으로 ‘땡큐’를 세 차례 연발했다. 44조원 규모의 투자로 인해 미국에 많은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고, 반도체·배터리 등 공급망도 안전하게 확보될 것이라고 했다. 한국을 두 번째 대면 회담 상대로 부른 바이든 대통령으로서는 흡족할 만한 성과를 거둔 셈이다.
70여년 전 군사동맹으로 시작된 한미동맹이 바이든 정부 들어서면서 경제동맹으로 한 단계 더 발전하는 모양새다. 자유무역협정(FTA)에 기반을 둔 양국 경제가 ‘핵심 기술 협력’을 연결고리로 보다 전략적인 관계로 접어든 것이다. 물론 그 시작은 우리 기업들의 과감한 투자 결정이다.
이번 회담의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한 우리 기업들은 반도체, 베터리 분야 등에서 생산시설, 연구개발(R&D) 센터를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메모리 반도체를 선도하는 삼성전자는 신규 파운드리(위탁생산) 공장 구축에 17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현대차, SK, LG 등 4대 그룹이 모두 투자를 하기로 한 배경에는 미국의 ‘바이 아메리칸’ 정책에 동참하지 못하면 살아남지 못한다는 절박감과 함께 미국 내 산업 재편 과정에서 선제적 투자로 새로운 기회를 잡을 수도 있다는 전략적 판단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도 우리 기업인들에게 “미국의 미래에 투자한 것에 대해 (그리고) 한국의 미래에 투자한 것에 대해 감사하다”며 양국이 이번 투자로 ‘윈윈’이 될 수 있을 것임을 시사했다.
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의 첫 공동성명에서도 “5G(세대) 및 6G 기술과 반도체를 포함한 신흥기술, 공급망 회복력 등에 있어 새로운 유대를 형성할 것을 약속했다”는 문구를 넣었다. 경제가 안보가 된 시대를 맞아, 한미동맹의 정의도 새롭게 내린 것이다. 특히 양국은 반도체, 배터리 등 핵심 산업에 대한 공급망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청와대와 백악관은 협력 이행 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한미 공급망 태스크포스(TF) 구축도 모색한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안정적인 공급이 효율성 못지 않게 중요하다는 교훈을 얻은 양국이 향후 미래 위협에 공동 대응하기로 한 것이다.
다만 미중 갈등이 기술 패권 싸움으로 확대되고 있어 한미의 공급망 협력 강화는 중국을 자극하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이유로 전문가들은 미국에 대한 투자 못지 않게 중국에 대해서도 투자를 확대해 미중 시장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인공지능(AI), 5G, 6G, 양자 분야, 바이오 기술 등 과학기술과 관련해 혁신 파트너십을 구축한 것도 특징이다. 특히 5G 및 차세대 이동통신 네트워크를 포함한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미국과 한국은 각각 25억 달러, 10억 달러를 약속했다. 또 양자 기술의 대표적 분야인 양자 컴퓨팅, 양자 통신, 양자 센서 분야에 대한 공동 연구, 인적 교류를 확대하면서 우리의 기술 저변을 넓힐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됐다.
양국 간 개발 협력도 강화된다. 우리의 신남방 정책과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간 연계 협력 뿐 아니라 중미 국가들에 대해서도 재정적 지원을 늘려가기로 했다. 이주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는 바이든 정부의 부담을 덜어주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이번 회담에서 백신과 반도체가 맞교환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었지만 ‘백신 스와프’는 이번 정상의 합의에 담기지 못했다. 우리 정부가 이 두 현안을 연계하지 않았다고 볼 수도 있는 대목이다. 다만 문 대통령이 회담에 앞서 “이번 방미를 백신 협력을 강화하는 계기로 삼겠다”고 강조하면서 기대를 키운 탓에 실망감도 커졌다는 지적도 있다.
워싱턴 공동취재단·서울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삼성 등 4대 그룹 44조원 규모 투자
美 ‘바이 아메리칸’ 전략 동참 필요성
산업 재편 과정에서 새 기회 엿볼수도
中 자극 가능성...“대중 투자 늘려야”
한미정상 공동회견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 오후(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정상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1.5.22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문재인 대통령과의 첫 정상회담 직후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 한국 기업들의 투자 약속에 대해 고맙다는 뜻으로 ‘땡큐’를 세 차례 연발했다. 44조원 규모의 투자로 인해 미국에 많은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고, 반도체·배터리 등 공급망도 안전하게 확보될 것이라고 했다. 한국을 두 번째 대면 회담 상대로 부른 바이든 대통령으로서는 흡족할 만한 성과를 거둔 셈이다.
70여년 전 군사동맹으로 시작된 한미동맹이 바이든 정부 들어서면서 경제동맹으로 한 단계 더 발전하는 모양새다. 자유무역협정(FTA)에 기반을 둔 양국 경제가 ‘핵심 기술 협력’을 연결고리로 보다 전략적인 관계로 접어든 것이다. 물론 그 시작은 우리 기업들의 과감한 투자 결정이다.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 참석한 최태원 회장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21일 오전(현지시간) 워싱턴 미상무부에서 열린 한ㆍ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 행사에 최태원 SK회장이 참석해 있다. 2021.5.22 연합뉴스
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의 첫 공동성명에서도 “5G(세대) 및 6G 기술과 반도체를 포함한 신흥기술, 공급망 회복력 등에 있어 새로운 유대를 형성할 것을 약속했다”는 문구를 넣었다. 경제가 안보가 된 시대를 맞아, 한미동맹의 정의도 새롭게 내린 것이다. 특히 양국은 반도체, 배터리 등 핵심 산업에 대한 공급망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청와대와 백악관은 협력 이행 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한미 공급망 태스크포스(TF) 구축도 모색한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안정적인 공급이 효율성 못지 않게 중요하다는 교훈을 얻은 양국이 향후 미래 위협에 공동 대응하기로 한 것이다.
다만 미중 갈등이 기술 패권 싸움으로 확대되고 있어 한미의 공급망 협력 강화는 중국을 자극하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이유로 전문가들은 미국에 대한 투자 못지 않게 중국에 대해서도 투자를 확대해 미중 시장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트위터에 올린 문재인 대통령과의 오찬 모습.@presidentbiden
양국 간 개발 협력도 강화된다. 우리의 신남방 정책과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간 연계 협력 뿐 아니라 중미 국가들에 대해서도 재정적 지원을 늘려가기로 했다. 이주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는 바이든 정부의 부담을 덜어주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이번 회담에서 백신과 반도체가 맞교환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었지만 ‘백신 스와프’는 이번 정상의 합의에 담기지 못했다. 우리 정부가 이 두 현안을 연계하지 않았다고 볼 수도 있는 대목이다. 다만 문 대통령이 회담에 앞서 “이번 방미를 백신 협력을 강화하는 계기로 삼겠다”고 강조하면서 기대를 키운 탓에 실망감도 커졌다는 지적도 있다.
워싱턴 공동취재단·서울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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